李정부 균형발전 ‘5극3특’ 대전환, 설계부터 실행까지 ‘산 넘어 산’

중앙-지방 갈등·계획체계 혼선·재정 한계 숙제 산적, 제도 개편·컨트롤타워 설치 필요
[사진=지방시대위원회]

이재명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주요 국정사업으로 올려놓으며 한국 부동산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수도권 1극 체제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진단 아래 전국을 5대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로 재편하는 ‘5극3특’ 구상은 이전 정부들이 시도해 온 광역발전 전략보다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제도·재정·거버넌스·지역 간 이해관계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전국을 5개 큰 권역으로 5극3특 ‘명암’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수도권 주택 문제와 성장 잠재력 저하, 인구 불균형을 언급하며 균형발전이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집중이 효율성을 저해하고 국가 경쟁력마저 흔들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배경이다. 실제 2023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50.7%)이 수도권에 거주하며 청년 인구 비중은 55.6%로 지방의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은 5대 초광역권(수도권·충청권·광주전남권·대구경북권·부울경권)과 3개 특별자치도(전북·강원·제주) 체계로 국토를 재편하는 것이다. 국가는 지역 산업을 초광역 단위로 묶고, 교통·물류·교육·의료 등 핵심 인프라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통합해 인구·기업·기회를 재배치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9월 확정한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에 따르면 국가성장 엔진을 지역으로 확장하고 중앙·지방·민간이 공동 설계하는 구조로 전환해 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초광역권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AI 기반 제조혁신, 지역성장펀드 조성, 비수도권 투자 확대(5년간 국민성장펀드 150조 원 규모) 등이 병행된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교통 측면에서는 60분 생활권 구축·광역철도 확충·전국 통합요금제 도입 같은 생활권 통합 전략도 포함됐다. 수도권에 밀집된 고부가가치 산업과 청년층을 지역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정책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 지 여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초광역권 계획은 국토기본법,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지방자치법 등 각각의 법률에 나뉘어 있다. 어떤 계획이 우선인지,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 명확하지 않다보니 사업 리스트만 늘어가고 일관된 그림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간전략을 다루는 초광역권계획이 ‘임의규정’으로 남아 있는 반면 산업 중심의 초광역권발전계획이 먼저 수립되면서 ‘전략 부재의 사업 나열’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결국 지역 간 혼선을 낳고, 초광역권 단위의 공간재편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 간 이견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부울경 특별연합 해산 사례처럼 권역 구성단체 간 정치적 계산·산업 기반의 차이·행정통합에 대한 거부감 등이 초광역 거버넌스에 구조적 장벽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앙정부 주도형’과 ‘지역주도형’이 강하게 대립하는 구조가 지역 협력의 불안 요소로 거론된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국가적 설계도가 지방 현장에서 동력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권역 간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자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적·행정적 구조에서는 그 기반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다.

균형발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물…법·재정·거버넌스·지역 수용성 등 과제 산적

▲ 5극3특이라는 균형발전 전략이 성공하려면 지방과 중앙, 산업과 생활, 현재와 미래를 잇는 정교한 실행전략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5극3특 전략의 실현을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제도와 법 체계의 교통정리가 지목된다. 초광역권계획과 초광역권발전계획이 서로 따로 움직이면 공간전략과 산업전략이 어긋나고 지자체는 우선순위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광역권 계획 간 법적 위계를 설정하거나 MPO(통합계획조정기구) 방식의 권역별 조정기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토균형발전 계획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단순한 ‘협의체’ 수준을 넘어 교통·공간·산업·인구 전략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처럼 부처별·지자체별로 흩어진 정책들은 초광역 공간 위에서 재배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정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초광역 사업 대부분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산업전환 비용을 요구하지만 특별지방자치단체는 분담금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돼 재정 자립도가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특별계정의 안정화 없이 지방 간 협력은 ‘의지의 영역’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재정운용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광역협력계정 신설과 지자체 분담 기준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제시한 포괄보조금 확대(2025년 3.8조➞2026년 10.6조) 계획은 실행 의지는 높지만 중앙예산 구조조정이라는 현실적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초광역권은 기존 시·도 단위를 넘어선 행정 구조인 만큼 어떤 주체가 조정권을 갖는지도 고려해야 할 핵심 요인이다. 중앙정부가 과도한 조정권을 가지면 ‘하향식 관치’가 된다는 반발이 생기고, 지방이 전적으로 주도하면 권역 내 불균형과 갈등이 반복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민들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 또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균형발전은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지만 정작 타지역 개발로 인해 지역 간 이익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혁신도시 시즌2, 공공기관 이전, 광역철도 노선 조정 등에서 이러한 사례를 엿볼 수 있다.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지역과 침체 지역의 이해관계도 쉽게 조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균형발전은 기술적 문제이자 정치적 문제이며, 행정 능력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신뢰의 문제다”며 “대통령의 강한 의지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실제로 국토를 재구조화하는 과정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5극3특이라는 균형발전 전략이 성공하려면 지방과 중앙, 산업과 생활, 현재와 미래를 잇는 정교한 실행전략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글=임현범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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