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은 순한 양인데 속은 전혀 딴판인 사람이 있다. 말투는 부드럽고 표정은 따뜻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상한 일들이 하나둘씩 벌어진다. 분위기가 미묘하게 흐트러지고 사람들 사이엔 오해가 생긴다. 누구의 잘못인지 분명하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이들은 '좋은 사람 코스프레'의 달인이다. 도와주는 척하며 교묘하게 상대를 조종하고, 겸손한 척하면서 자기 이득을 챙긴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그 얼굴이 너무나 착해 보인다는 것이다. 의심은커녕 피해를 입은 사람조차 "설마 그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탓하게 만든다. 이들은 투명한 독과도 같다. 냄새도, 맛도 없지만 서서히 퍼지며 관계를 망치고, 조직을 병들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런 교묘한 조작자들을 어떻게 구별해낼 수 있을까.

1. 항상 중립인 척 편을 갈라놓는다
친구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릴 때 이들은 모든 사람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현명한 조정자인 척 나선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자에게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 사람에게는 상대방이 고집을 부린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저쪽이 이기적이라고 귀띔한다. 겉으로는 평화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양쪽 모두에게 서로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다. 시간이 지나면 친구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정작 본인은 중재하려고 했는데 안타깝다며 선량한 표정을 짓는다. 이들에게 갈등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회일 뿐이다.

2. 결정적인 순간에 빠진다
평소에는 언제든 도와주겠다며 친밀감을 과시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어김없이 사라진다. 집안에 경조사가 생겨 손길이 필요할 때는 급한 일이 생겼다며 거절한다.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조언을 구하면 요즘 자신도 바빠서 제대로 신경 쓸 수 없다며 피한다. 하지만 좋은 일이 생기거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나타난다. 이들에게 관계는 일방통행로다. 받을 때는 당연하게 여기고, 줄 때는 온갖 핑계를 댄다.

3. 책임은 회피하고, 공은 슬쩍 가로챈다
모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자신이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은근히 어필한다. 실제로는 뒤에서 구경만 했으면서도 자신의 조언이나 아이디어가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일이 잘못되면 자신은 처음부터 우려를 표했다며 예견자인 양 행동한다. 다른 사람들이 힘들게 일할 때는 여러 핑계를 대며 빠지지만, 성과가 나오면 어느새 그 자리에 있다. 공로는 함께 나누자고 하면서도 책임만큼은 철저히 개인의 몫으로 돌린다.

4. 끝까지 자기 손은 안 더럽힌다
누군가와 갈등이 생겨도 절대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불만을 전달하거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간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직접 비판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나중에 갈등이 표면화되면 자신은 그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고상한 척한다.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문제로 돌리면서도 자신만은 깨끗한 위치에서 상황을 관망한다.

5. 남의 이야기를 곧잘 '전달'한다
누군가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면 이들은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물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대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 사람 상황이 좀 어려워 보인다거나,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는 식으로 돌려서 말한다. 원래 이야기는 조금씩 왜곡되고 과장되어 전해진다. 개인적인 고민이 성격의 문제로, 일시적인 어려움이 심각한 문제로 둔갑한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자신은 그 사람을 걱정해서 한 말이라며 선의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달라져 있다.
인생을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사람들을 한두 명쯤은 만나게 된다. 가족 모임에서도, 동네에서도, 오랜 친구 사이에서도 이런 유형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는 법이다. 이들의 패턴을 알고 있다면 최소한 크게 당하지는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달콤한 말보다는 일관된 행동을 보는 것이다. 진정한 관계는 어려운 순간에도 함께하는 것이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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