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하려던 전세계 국가들, 추가 휴가·감세혜택줘도 줄줄이 실패

민서연 기자 2024. 10. 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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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지난해 4분기 0.6명대로 떨어져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데 사실 저출산은 우리 뿐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문제다. 2100년이 되면 전 세계 97% 국가에서의 출산율이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치보다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경제력 상위 15위 안에 드는 국가들은 모두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으로 내려가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이제 저출산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저출산의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 세금 혜택,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줄줄이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생아에게 모유를 먹이는 미국의 한 여성./로이터통신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출산율은 1960년대 선진국들 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인구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그 속도도 훨씬 빨랐다. 그리고 이 현상은 최근 몇년 간 미국에서 출산율이 급감한 현상과 비슷하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유럽 전체 인구는 팬데믹 동안 순감소했으며 2050년까지 약 4000만명이 줄어들 예정이다.

때문에 유럽 여러 국가들은 육아 비용 지원과 추가 휴가, 무료 불임 치료 등 부모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원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특히 헝가리와 노르웨이는 유럽 연합 중에서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국가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이들의 출산 보조 정책을 길라잡이 삼기도 한다. 그러나 파격적인 정책에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헝가리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5명, 노르웨이는 1.4명이다.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준으로 꼽히는 2.1명보다 훨씬 낮은데, 미국의 출산율은 1.6명 수준이다. 두 국가는 GDP의 3% 이상을 가족 부양정책에 사용할 정도로 애쓰고 있는 나라들이다. 특히 헝가리는 아이를 낳을 경우 주택 금액을 보조하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데, 몇년 만에 가족 정책에 사용한 지출이 GDP의 5%를 넘어섰다.

헝가리에서는 자녀가 두살이 될때까지 집에서 돌볼 수 있으며 출산 수당이 지급된다. 이후 직장에 다니는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공 보육원도 무료다. 아이를 낳으면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생활 보조금도 지급된다. 수십년간 관대한 육아 휴가와 높은 보조금이 지급되는 육아지원으로 출산을 장려해온 노르웨이도 여전히 저출산과 싸우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신생아를 낳으면 약 1년간 전액 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이후 80%의 급여로 약 14개월을 쉴 수 있다. 미혼 부부나 동성 커플에 대해서도 같은 혜택이 제공된다. 그러나 2009년 2명이었던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4명까지 떨어졌다.

서울 동대문구 린 여성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들을 보살피고 있다. /뉴스1

소득불평등이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 11일 열린 한국 재정정책 포럼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출산율이 하락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 악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활용된 지니 계수는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표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피용자의 보수 비중을 말한다. 분석 결과 지니계수와 출산율 및 혼인율 간의 유의미한 음(-)의 관계가 형성됐다. 개인 간 소득 불평등이 악화할수록 출산율과 혼인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내려갈수록 출산율도 내려갔다.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증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37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니계수와 출산율은 음(-)의 관계를 형성했다. 소득 불평등이 과도한 칠레·코스타리카·멕시코·미국 등을 제외하고 31개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도 마찬가지였다. 또 분석 기간 동안 OECD국가의 출산율과 혼인율은 하락하고 소득 불평등은 악화했다.

인구 학자들은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태도가 단순히 재정적인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문화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오슬로 대학교에서 인구학을 연구하는 트루드 라페가드 교수는 “정부가 사람들이 더 많은 아이를 갖도록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는 여성이 직장과 아이를 더 조화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WSJ는 “많은 헝가리 여성들은 공공 보육이나 공교육 시스템이 재정적 지원이 부실하다고 여기며 이때문에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맞추기를 어렵게 느끼고 결국 자녀를 낳지 않게 된다”며 “경제학자들은 이민의 문을 개방하고 은퇴연령을 더 늦추는 것이 인구 감소로 인한 정부 예산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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