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악의 수도, 전북특별자치도의 사명감과 무게 …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개념이 전하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선보인 관현악단의 제51회 정기연주회

주지하다시피 국악관현악의 역사는 서양오케스트라에 비해 오래되지 않았다.

1964년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인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시작으로 여러 단체에서 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작곡된 관현악과 협주곡들이 토양이 되었다. 반세기가 넘도록 많은 창작자들에 의해 국악관현악을 향한 실험에 실험은 거듭되었으니, 이 또한 역사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의 이용탁 관현악단 예술감독이 부임한 후 보여주고 있는 실험은 전라도 지방의 문화자산인 판소리 스토리를 가지고 고정 명품레퍼토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취임 당시부터 이 같은 비전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던 그는 지난해 정기공연에서 적벽가와 춘향전 두 작품을 올리더니, 올해는 수궁가로 힘을 줬다.

그동안 판소리대목을 작·편곡해서 연주된 곡들은 많이 있지만 판소리 스토리를 가지고 교향시로 작곡된 작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까닭에 출발한 실험. 그 덕에 하나의 악보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된다면 10년 후, 100년 후에도 연주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좋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선보인 관현악단의 제51회 정기연주회는 안정감 있는 연주와 무대 구성으로 포만감을 안겨 주는 무대였다. 

동부지역 음악에서 주로 발견되는 메나리토리를 중심으로 작곡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은 조용히 흐르는 듯 하면서도 각 악기의 강점을 보여주며 오롯이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로 손색이 없었다. 

이어 선보인 판소리 교향시, 국악관현악과 합창과 소리를 위한 칸타타 등은 기존 관념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개념들로 흥미를 더했다.

판소리 교향시 ‘수궁가’는 여러 대목을 서양 춤곡으로 새롭게 작곡돼 우리의 장단이 서양의 춤 리듬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끌어내 공감을 샀다.

여창정가, 바리톤, 소프라노, 남창판소리로 구성된 솔로들과 웅장한 합창, 국악관현악의 결합이 만들어낸 국악칸타타‘맥베스’는 희곡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작품에 대한 의미를 새로운 형태로 전달했다. 교향악의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호른, 트럼본, 첼로, 베이스 등 서양악기를 사용해 몰입감을 끌어 올렸다.

대중과의 호흡을 고민하며 영상과 타 장르와 결합 등을 통해 국악관현악도 대형극장에서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하지만 반대로 서양악기를 사용해 음향적 효과를 누리는데 만족하기 보다는 국악의 수도 전북에는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우리 음악이란게 보통은 추임새도 넣고 가무악과 함께 즐기는 예술이라면 말이다. 과도하게 어두운 무대 조명으로 연주자들의 표정과 발림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국악관현악에서는 각각의 악기를 품은 연주자의 매력을 관찰하는 재미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관현악단은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2024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에 참여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악관현악단들이 함께하는 그 자리에 호남 유일 대표로 나서 지난해 관현악단 정기공연 ‘아르누보Ⅰ’때 선보인 작품 중 판소리에 서양의 교향시를 접목한 새로운 음악을 연주할 예정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완벽히 다른 레퍼토리를 쫀쫀하게 준비한 관현악단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들의 연주가 명품이 되기를!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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