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가 올해 한국 연회비를 최대 15% 인상할 것을 예고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에서 연간 6조원이 넘는 매출을 돌파하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가운데 매년 막대한 배당의 로열티를 챙기면서도 미국 인상률의 약 2배로 회원권 가격을 인상하며 한국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코스트코코리아에 따르면 오는 5월 1일부터 연회비 3종(골드스타·비즈니스·이그제큐티브) 회원권 가격이 최대 15% 오른다. 비즈니스 회원권은 3만3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15.2%, 골드스타는 3만8500원에서 4만3000원으로 11.7%, 이그제큐티브는 8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7.5% 인상된다.
한국에서의 연회비 인상률은 미국과 캐나다의 약 2배 수준이다. 앞서 코스트코는 지난해 9월 약 7년 만에 미국·캐나다 회원권 가격을 최대 8.5% 올렸다. 미국 골드스타·비즈니스 회원권 가격은 60달러(8만8000)원에서 65달러(9만6000원)로 3.3% 올랐고 이그제큐티브는 120달러(17만 6000원)에서 130달러(19만 1000원)으로 8.33% 인상됐다.
코스트코는 한국에서 충성 고객들의 락인효과가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19개 매장을 운영 중인 코스트코는 자체브랜드(PB) 커클랜드 등 가성비 상품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국내에 있는 세종점, 양재점의 매출이 글로벌 코스트코 순위권 안에 들고 있으며, 코스트코 코리아의 수익 절반이 회원권 비용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충성 고객 층을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는 자신감에서 이번에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비유하자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사료 값을 올려받는 격"이라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연 매출 6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5조5354억원이던 매출은 다음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에 9.6% 증가한 6조678억원을 기록했고, 직전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에는 7.6% 증가해 6조630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2년 1941억원에서 2023년 188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24년 2186억원으로 15.8% 증가했다. 직전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은 2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1% 급증했다.
하지만 코스트코 코리아는 호실적으로 얻은 수익을 한국에 재투자하기 보다는 본사에 지급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첫 배당을 실시한 2019 회계연도부터 2024 회계연도까지 총 9076억원의 배당금을 미국 본사로 보냈다. △2019년 2294억원 △2020년 1900억원 △2021년 674억원 △2022년 708억원 △2023년 2000억원 △2024년 1500억원이 배당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2023년에는 배당금(2000억원)이 당기순이익(1417억원) 규모보다 더 큰 경우도 있었다.
배당과 더불어 로열티도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코스트코는 배당금을 받는 중간지주사(Costco Wholesale International)과 로열티를 받는 자회사(Price Costco International)를 따로 두며 순이익의 1%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지급받고 있다. 한국에 법인을 둔 글로벌 회사가 로열티와 배당을 모두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둘 중 하나만 받는다. 배당과 로열티를 이중으로 지급하면 국내 사업의 투자 여력은 쪼그라들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순매출의 일정 비율만 본사에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코스트코가 국내 투자와 사회 환원에 소홀하다는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지 27년째지만 매장 확장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린 데다, 주차 공간 부족이나 결제 대기 시간 문제 등 고객 서비스·시설의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코스트코 하남점은 2021년 중소기업벤처부가 인근 도소매업 소상공인의 피해 우려된다며 권고한 개점 연기를 무시하고 오픈을 강행하거나, 하남시에 오염수를 2년 간 무단 방류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금도 미미한 수준이다. 2024년 회계연도 기부금은 12억2139만원으로 당기순이익의 0.5%, 본사가 가져가는 배당금의 0.8%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원권 인상이 단기적인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소비자와 우리나라를 경시하는 행태가 반복되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