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오픈(Open) 대회'의 의미를 아시나요?

지난주 U.S.Open의 난이도에 대해 글을 썼는데요. 개인적으로는 USGA의 의견, 즉 골프가 너무 쉬워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번 대회는 최종일 험악한 날씨까지 겹치면서 '어려워도 너무 어려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대회를 보면서, 메이저 대회명에 포함된 'Open'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오픈(Open)의 의미 - 모든 이에게 열린 대회

'오픈(Open)'이라는 명칭은 단순한 대회명이 아니라, 모든 골퍼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은 일종의 '선언적' 대회명입니다.

여기서 모든 골퍼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참가를 원하는 모든 골퍼가 플레이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대회 자체가 프로 선수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에게도 '오픈(Open)'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대회명에 '오픈'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은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의 경우는 어떨까요?

우선 PGA 챔피언십은 아마추어의 출전 자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대회를 주관하는 기관이 미국프로골프협회이니 프로골퍼만이 출전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마스터스는 일부 아마추어 선수의 출전을 허용하지만, 출전 자격은 주최 측에서 정합니다. 세계 주요 아마추어 대회 우승자 및 준우승자, NCAA 챔피언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발된 골퍼들만이 '초청(Invitation)'을 받아 출전합니다.

따라서 참가하고 싶은 아마추어에게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는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Open 대회'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디 오픈을 상징하는 '클라레 저그'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디 오픈(The Open)과 U.S. Open

'Open' 대회의 역사는 18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디 오픈 (The Open)' 대회입니다.

이 대회가 처음 열린 것은 1860년이지만, 당시 이 대회의 공식적인 명칭은 "The Challenge Belt"였습니다. 가죽 벨트를 시상품으로 두고 8명의 프로가 경쟁한 것이 바로 이 대회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2회 대회라고 볼 수 있는 1861년, "모든 세계에 개방된다"는 선언과 함께 Open의 개념이 정립되었습니다. 이 대회를 주최한 프레스트윅 골프클럽이 "이 대회는 모든 이, 즉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에게 개방되어 있다"라고 발표하면서, 'Open'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오픈 대회인 U.S. Open은 1895년 시작되었습니다. 1894년 USGA가 설립된 후, 그다음 해부터 U.S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U.S. Open이 동시에 개최되었고, 첫 번째 U.S. Open에는 10명의 프로선수와 1명의 아마추어가 참가했습니다.

이렇게 'Open'되어 있는 두 개의 메이저 대회에 아마추어가 참가할 방법은 바로 지역 예선을 우선 통과하는 것입니다. 이 지역 예선을 거치기 위해서는 '공인된 핸디캡' 수치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요.

The Open의 경우는 '스크래치' 즉 핸디캡 0 이하여야 하며, U.S. Open의 경우에는 0.4 이하여야 하니, 아마추어 수준에서 '최상급자' 정도가 지역예선에 참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지역예선을 통과한 사람들이 모여 또 한 번의 '파이널' 대회를 열어 최종 참가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뛰어난 아마추어들이 참가함에도 불구하고, 1934년 이후 아마추어 골퍼가 두 대회에서 우승한 기록은 없습니다. U.S.Open의 경우, 1960년 대회에서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2위를 차지했던 것이 최고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정도입니다. '진정한 아마추어'가 좋은 성적을 얻는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1960년 U.S.Open에서 2위를 차지한 잭 니클라우스, 당시 아마추어 골퍼로 참여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지금과는 달랐던 프로골퍼의 모습

'오픈' 대회를 이해하려면 대회가 만들어진 당시의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프로 골퍼'는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최고 수준의 선수들입니다.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처럼 말이죠.

하지만 'Open' 대회 초기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아마추어가 프로보다 더 인정받던 시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1895년 동시에 개최된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이 U.S. Open보다 더 비중 있는 대회였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9세기 골프에서 아마추어는 단순한 '비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골프를 사랑하며 열정적인 사람들을 의미했죠. ('Amateur'의 어원은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 'Amator'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들은 경제적 이익 없이 순수하게 골프를 즐기는 상류층으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초기 프로골퍼는 대부분 가난한 노동계급 출신으로, 골프코스 관리나 골프클럽 수리를 하는 노동자들이었습니다. 클럽하우스 출입도 금지되고 아마추어 회원들과 교류할 수도 없었죠. 당시 프로골퍼는 골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였을 뿐, 지금처럼 존경받는 스포츠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초기 골프계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사회적 지위는 지금과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Open' 대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대회였을까요?

'Open' 대회 - 아마추어 대회에 프로가 참여했다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러한 골프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일 수 있습니다. 프로 대회에 아마추어의 출전 기회가 생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마추어 대회에 프로가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맞는 명제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지금은 프로 대회라는 인식이 훨씬 강하지만 말입니다.

오픈 대회가 만들어졌던 당시 골프계의 주류는 아마추어였고, 대회 역시 그들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신분만으로 최고를 가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고, 진정한 골프 실력의 최고봉을 확인하려면 뛰어난 기술을 가진 프로들도 함께 경쟁해야 했습니다.

골프의 'Open' 개념은 프로 대회가 아마추어에게 자비롭게 문을 연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 중심의 골프 문화에서 실력 있는 프로 선수들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진정한 최고를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골프에서 프로 골프의 영향과 스타 선수의 등장이 골프 자체의 흥행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골프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야말로 실제로는 골프라는 게임이 계속 발전해 나가도록 한 기반이 되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합니다.

'오픈' 대회를 단순하게 하나의 토너먼트로 보는 것보다는, 실력만 있다면 아마추어 골퍼들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코스에서 함께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멋진 대결의 장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오픈(Open)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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