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12팀 둘러보기 (NL)

9월의 끝은, 10월의 또 다른 시작이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12팀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고 자웅을 겨룬다. 살아남은 강팀들의 '극한 경쟁'이 펼쳐진다.

포스트시즌 대진표 (MLB SNS)

이번 포스트시즌은 다저스와 양키스, 보스턴 같은 팀들이 자존심을 지켰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이 세 팀은 2021년 이후 4년 만에 함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다. 우승과 인연이 깊었던 이 세 팀이 출격하는 가운데, 시애틀과 밀워키, 샌디에이고는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다. 신시내티도 162경기 체제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려 10년 만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내셔널리그 6팀들의 특이사항을 살펴봤다(순서는 포스트시즌 시드 순위).

1. 밀워키 브루어스 (중부 1위)
올해 밀워키의 개막전 팀 연봉은 약 1억1514만 달러였다. 전체 최하위 콜로라도(119패)보다 팀 연봉이 더 적었다(약 1억2069만). 그야말로 가성비 끝판왕이었다.

밀워키는 선수들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았다. <팬그래프> 팀 내 승리기여도 1위 브라이스 투랑(4.4) 3위 살 프레릭(3.5)은 그렇게 잘 알려진 선수들이 아니다. 투수 2위 채드 패트릭(2.6)도 마찬가지다. 특정 선수에 기대지 않고 모두가 공헌하는 '토털 베이스볼'이 올해 밀워키의 성공 요인이다. 당연히 팻 머피 감독의 지도력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ONE TEAM (밀워키 SNS)

스타가 부족한 밀워키는 단합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대형 군단과 맞섰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규시즌에서는 다양한 작전들을 앞세워 이 약점을 잘 보완했다. 이 작전 수행 능력이 큰 무대에서도 움츠러들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점수를 짜내는 득점 제조력(manufacturing runs)이 부각되는 단기전에선 작전의 성패가 승패를 나눈다.

밀워키는 지난 1월 캐스터 밥 유커가 타계했다. 유커는 50년 넘게 밀워키 경기를 중계한 구단의 전설이었다. 이에 밀워키는 '유커를 위해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이러한 공동의 목표는 단합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밀워키가 다저스, 필라델피아 등을 제치고 정규시즌 1위에 오른 건 기적이었다. 그런데 진짜 기적은 가을에 완성된다. 아직 기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2. 필라델피아 필리스 (동부 1위)
필라델피아는 위기가 있었다. 에이스 잭 윌러가 시즌 아웃됐고, 트레이 터너와 알렉 봄도 부상에 신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8월 이후 승률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필라델피아 .648, 밀워키 .611).

필라델피아는 밀워키에 이어 내셔널리그 2번 시드를 확보하면서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했다. 다저스와 신시내티 와일드카드 시리즈 승자와 맞붙는다. 필라델피아가 디비전시리즈에서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갖는 건 의미가 있다. 올해 필라델피아는 홈 최고 승률 팀이다.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 홈 성적도 13승5패로 승률이 .722에 달했다.

올해 홈 승률 순위

.679 - 필라델피아
.667 - 토론토
.642 - 다저스 / 밀워키 / 샌디에이고
.630 - 시애틀


타선은 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브라이스 하퍼와 카일 슈와버, 트레이 터너는 가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통산 150타석 기준 포스트시즌 OPS 현역 1위가 하퍼(1.016) 5위가 슈와버(0.906)다. 하퍼는 아직 우승 반지는 없지만, 큰 무대에서 더 빛났다.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가 잘해주면 다른 선수들도 부담을 덜 수 있다.

브라이스 하퍼 (필라델피아 SNS)

치명적인 고민이었던 뒷문도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데려온 요안 듀란이 마무리를 맡아줬다. 듀란은 필라델피아 이적 후 23경기 16세이브 ERA 2.18을 기록했다. 시즌 막판 첨병 역할을 해준 해리슨 베이더도 가을에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는 '조커'다.

필라델피아는 많은 지지를 받는 강력한 '우승 후보'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약점은 적어 보인다. 단기전에서 양산되는 '변수'를 어떻게 다룰지가 최대 관건이다.

3. LA 다저스 (서부 1위)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린다. 개개인의 기량은 월등하다. 작년 우승 멤버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선발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타니마저 1선발급 활약을 선보였다. 14경기 1승1패 ERA 2.87을 기록한 오타니는 6이닝 투구도 끝마쳤다. 야마모토와 스넬, 글래스나우도 다른 팀이라면 1선발로 나오는 투수들이다.

오타니 쇼헤이 (다저스 SNS)

선발진이 강하면 경기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할 수 있다. 다저스를 상대로 쫓아가는 경기를 하는 건 어느 팀이라도 힘들다.

불펜진이 의심의 여지가 많다. 9월 불펜 평균자책점이 4.90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허용한 9이닝 당 볼넷 수 4.9개는 워싱턴 4.97개 다음으로 많았다. 9회에 누가 올라올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태너 스캇과 트라이넨을 믿는 건 위험하다. 남은 선발 투수들을 비롯해 막바지에 합류한 사사키가 불펜 안정의 열쇠를 쥐고 있다.

당장 우승해도 이상할 게 없는 팀이다. 당연한 건 없지만, 다저스가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당연시되고 있다.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켜야 하는 로버츠 감독의 운영도 필수적이다.

4. 시카고 컵스 (와일드카드 1위)
단기전에서 돋보이는 건 '실점 방지'다. 컵스는 이 실점 방지에서 탁월했다. 수비 실책이 전체 세 번째로 적었고(61실책), 각종 수비 지표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골드글러브 수상자들이 지키는 센터라인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견고하다.

팀 DRS 상위

97 - 텍사스
85 - 컵스
66 - 다저스
52 - 토론토

팀 OAA 상위

36 - 세인트루이스
34 - 휴스턴
33 - 캔자스시티
31 - 컵스

*DRS(Defensive Runs Saved) : 수비 실점 방지 기여
*OAA(Outs Above Average) :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크렉 카운셀은 불펜 역량을 키우는 데 특화된 감독이다. 마무리 팔렌시아를 중심으로 브래드 켈러, 앤드류 키트리지, 드류 포머랜츠 등 명성에 비해 쏠쏠한 자원들이 다양하다.

다만 후반기에 부상과 부진으로 핵심 선수들이 삐끗했다. 그래서 전체 3위였던 전반기 승률 .594(57승39패)가, 후반기에 .530(35승31패)으로 낮아졌다. 카일 터커, 피트 크로 암스트롱, 케이드 호튼 등이 본래 기량을 되찾아야 5년 만의 가을 나들이가 더 길어질 것이다.

5.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와일드카드 2위)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역할이 커지는 건 일반적으로 굳어졌다. 그런 측면에서 샌디에이고는 자신이 있다. 비록 제이슨 애덤이 왼 대퇴사두근 부상으로 아웃됐지만, 로버트 수아레스와 메이슨 밀러, 애드리안 모레혼, 제레미아 에스트라다로 꾸려진 필승조가 두텁다.

불펜 ERA 상위

3.06 - 샌디에이고
3.41 - 보스턴
3.44 - 클리블랜드
3.48 -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파워 감소는 우려스럽다. 팀 홈런 152개는 피츠버그(117홈런) 세인트루이스(148홈런) 다음으로 적었다. 그나마 잭슨 메릴이 9월에 파워를 회복한 점이 다행이다. 지난해 24홈런에서 올해 16홈런으로 줄어든 메릴은 홈런 16개 중 7개를 9월에 몰아쳤다.

로리아노의 손가락 골절상은 뼈아프다. 로리아노는 샌디에이고 이적 후 주가를 높였다(50경기 타율 .269 9홈런, OPS 0.812). 로리아노의 이탈로 개빈 시츠가 좌익수를 보게 되는 점도 찝찝하다.

로리아노 저지 (샌디에이고 SNS)

샌디에이고는 고점이 높다.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는 전력이다. 하지만 팀 전체적으로 기복이 있다. 잘 풀리는 경기는 압도적이지만, 안 풀리는 경기는 지나치게 침체된다. 슬럼프가 너무 확대되거나 길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6. 신시내티 레즈 (와일드카드 3위)
마지막 남은 포스트시즌 티켓을 거머쥐었다. 2020년에 포스트시즌 경험을 했지만, 2020년은 60경기 단축 시즌이었다. 그 이전 포스트시즌 경기가 2013년 와일드카드 단판전으로, 당시 피츠버그에게 패배했다. 추신수가 추격의 홈런을 터뜨린 경기였다.

굉장히 오랜만에 맞이하는 포스트시즌이다. 이에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제한적이다. 개빈 럭스와 오스틴 헤이스, 미겔 안두하, 호세 트레비노 정도다. 이들보다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엘리 델 라 크루스와 T J 프리들, 노엘비 마르테 등은 첫 포스트시즌 출장이다. 가뜩이나 와일드카드 시리즈 상대가 '포스트시즌 전문가'들이 모인 다저스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부딪칠 예정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을 보완해줘야 한다. 프랑코나 감독의 전문 분야이기도 하다.

다저스는 거대한 팀이지만, 신시내티는 역동적인 팀이다. 투타에서 열정적으로 움직여 다저스를 분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승산이 생긴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