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낡은 노사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화오션

한화오션 사용자 측이 노조 활동에 대해 이전처럼 비타협적인 자세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이 집회로 소음을 일으켜 업무방해를 저질렀다며 고소·고발로 맞대응하는 과거 노조탄압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회사는 임단협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노조가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는 곤란해 보인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듯이 서로 완전히 다른 말을 하면서 노사 갈등과 대립은 별로 없다는 말 자체는 사실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소한 시빗거리를 만들어 노사 갈등을 극대화하면서 교섭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조악한 의도만 돋보일 뿐이다.

극단적인 대립과 투쟁으로 점철된 노사관계론 노사 모두 이득이 아니라 손실만 커지는 우둔한 결과만 가져왔다는 과거 경험을 우선 떠올릴 필요가 있다. 대립적 노사관계가 지속하면서 사용자 측 승리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기업 경영에 별 도움이 안 되기도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노사가 타협하면서 협조해야 한다는 말은 기업조직이 지닌 특수성을 반영한 표현이다. 즉,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게 노사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론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조선업 구조조정이라는 시대적 과정을 거친 한화오션 입장에선 더욱 그러하다.

조선업이라는 산업의 특성에서 보면 지금 당장 일감이 많다고 내일이 보장된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기업의 경영 채산성을 확보하려면 과거와 같은 '저부가 상품'의 다량 생산방식으론 불가능하고, 이와 전혀 다른 고부가 상품과 시장 확보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사용자는 합리적 경영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하고 생산을 맡은 노동 쪽은 고급 기술과 숙련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화오션은 쟁의를 할 수 없는 방위 산업체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46명을 고소했다. 하루, 이틀 파업한 걸 가지고 적법성을 운운하면서 법적인 분쟁만 우선하는 태도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찾기는 어렵다. 이런 구태의연한 태도로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고부가 특수선'인 군함 수주에 지역사회도 협조해 달라는 말조차 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