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임박' 락앤락…엑시트냐, 경영 효율화냐

정혜인 2024. 10. 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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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실패 후 포괄적 주식 교환 진행 예정
소액주주 밀어내고 락앤락 지분 100% 획득 가능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이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조만간 자발적 상장폐지 절차를 마무리한다. 락앤락은 상장폐지 후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실적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의 계획대로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회사의 주요 자산을 정리해 엑시트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개매수 실패했지만

락앤락은 오는 21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상공회의소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컨슈머피닉스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현금 교부형)을 승인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컨슈머피닉스는 어피니티가 올해 초 새롭게 설립한 국내법인으로, 현재 락앤락의 최대주주다.

이번 포괄적 주식 교환은 락앤락의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마지막 절차다. 앞서 어피니티는 락앤락의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특수목적법인 컨슈머어드밴티지(Consumer Advantage Limited)를 통해 락앤락 주식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당시 락앤락의 최대주주는 컨슈머스트랭스(Consumer Strength Limited)로 락앤락 지분 69.6%를 보유 중이었다. 컨슈머어드밴티지는 이 컨슈머스트랭스의 지분 91%를 가진 최대주주다.

어피니티는 컨슈머어드밴티지를 통해 컨슈머스트랭스가 보유한 락앤락 지분 외의 잔여 지분 30.3%을 모두 공개매수로 획득한 후 상장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락앤락은 코스피 상장사이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지분 95% 이상을 확보해야 자발적 상장폐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 2차 공개매수에서 컨슈머어드밴티지가 제시한 가격은 주당 8750원이었다. 문제는 이 가격이 소액주주들의 눈높이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1차 공개매수 응모율은 52.1%, 2차 공개매수 응모율은 6.5%에서 그치면서 컨슈머스트랭스가 회극한 지분은 16.7%에 불과했다. 컨슈머스트랭스의 지분을 합쳐도 86.4%밖에 되지 않는다. 이후 컨슈머어드밴티지는 지난달까지 장내매수로 추가 지분을 획득했지만 여전히 어피니티의 두 특수목적법인의 합산 지분율은 자진 상장폐지 요건인 95%에는 미치지 못했다.

소액주주 축출

결국 어피니티는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상장폐지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포괄적 주식 교환은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주주들의 지분을 모회사가 될 회사의 지분이나 현금으로 바꿔주는 제도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고자 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 2019년 한화갤러리아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완전 자회사로 만들고 상장폐지를 할 때 포괄적 주식 교환을 이용했다. 최근에는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의 자진 상폐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공개매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포괄적 주식 교환을 진행하기로 했다.

락앤락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락앤락지회)가 지난 3월 서울시 종로구 어피니티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락앤락 노조 제공

다만 포괄적 주식 교환은 국내법인만 가능하다. 락앤락의 기존 최대주주인 컨슈머스트랭스는 케이맨제도에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다. 이에 어피니티는 국내에 컨슈머피닉스를 설립한 후 지난 8월 말 컨슈머스트랭스와 컨슈머어드밴티지의 지분 대부분을 현물출자 형식으로 컨슈머피닉스에 넘겼다. 국내법인 컨슈머피닉스를 최대주주로 만들어 소액주주들과 포괄적 주식 교환을 하기 위해서다. 컨슈머피닉스의 지분율은 지난달 6일 기준 89.2%로 특별결의 기준을 무난히 넘어선다.

이달 열릴 락앤락 임시주총에서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이 통과되면 락앤락의 새 최대주주인 컨슈머피닉스는 소액주주들과 포괄적 주식 교환을 진행하면서 주당 8750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어피니티는 이번 포괄적 주식 교환를 통해 락앤락 소액주주를 강제로 밀어내고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상장법인 발행주식 전부를 소유하는 경우 거래소는 해당 주권을 상장폐지한다.

빨라지는 자산 정리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후 어피니티가 보다 자유롭게 자산을 매각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등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어피니티는 2021년부터 국내 아산공장·물류센터와 베트남·중국 등 해외 공장을 매각했다. 2021년 아산공장 매각 후 유일하게 남아있던 국내 생산법인인 안성공장마저 지난해 말 가동을 중단했다. 락앤락은 지난 8월 안성공장을 매각해 85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어피니티는 락앤락의 해외 법인도 정리 중이다. 지난해에는 락앤락무역(심천)유한공사(심천법인)와 북경락앤락무역유한공사(북경법인) 등 중국법인을 청산했고 중국 내 유일한 생산법인인 락앤락일용품(소주)유한공사도 지난달 409억원에 처분했다.

락앤락은 지난달 중국 파나소닉과 냉장고 정리·보관 관련 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사진=락앤락

다만 락앤락은 상장폐지 후 실적 개선에 보다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올해로 진출 20주년을 맞은 중국의 경우 온라인 사업을 확대한다. 올해 티몰, 징동 등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고 중국 파나소닉과 냉장고 정리·보관 관련 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락앤락의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신시장 개척을 비롯해 제품 다변화, 오퍼레이션 고도화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해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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