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가면 꼭 가봐야할 카페 3
안녕, 나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는 심재범이다.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과 세계 최고의 스페셜티커피 매장들이 있는 곳이다. 홍차의 나라 영국에서 스페셜티커피라니? 알고 보면 영국의 커피하우스는 영국 정치 문화계 인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런던을 대표하는 스페셜티커피 매장들을 정성껏 정리했다.
1. Prufrock Coffee
프루프록은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귈림 데이비스가 2010년 런던 레더마켓에 문을 연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귈림 데이비스는 T.S.엘리어트의 시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The love song of J.Alfred Prufrock)’에서 영감을 받아 매장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프루프록의 위치는 홀본역 주변, 레더마켓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런던의 레더마켓은 포목상 가죽 원단 매장이 있던 곳이었는데, 최근 들어 새로운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가죽공방이 많은 우리나라의 성수동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프루프록은 인텔리젠시아, 블루보틀과 함께 세계 최고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인텔리젠시아, 블루보틀이 상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면, 프루프록은 영국 스페셜티커피 인디 매장들을 명목을 이어가며 상징적인 브랜드가 되고 있다. 매장의 머신은 빅토리아 아르두이노, 2년 전까지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 공식 머신으로 사용한 머신이다. 가변압, 온도설정이 가능하면서 연속 추출 시에도 꾸준히 힘을 받쳐준다.
프루프록에 이른 아침 오픈런으로 방문해, 수란을 올린 사워도우와 노마드 로스터의 탄자니아 아카시아 힐스 커피를 브루잉으로 마셨다. 매장 분위기가 활기차고, 다양한 커피들이 인기가 많았다. 노마드는 영국 출신의 바리스타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정착하며 만든 스페셜티커피 로스팅 회사(디에디트 바르셀로나 편(https://the-edit.co.kr/49754)에서 소개한 매장)이다. 선명한 산미의 사워도우에 올리브오일, 수란 조합의 샌드위치와 복합적인 향미의 스페셜티커피가 섬세하게 어울렸다. 영국의 스페셜티커피 매장들이 호주 커피 산업의 영향으로 스페셜티커피와 양질의 브런치 메뉴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는데, 커피와 음식의 마리아주가 현지에서 반응이 뜨겁다.
2. Monmouth Coffee
프루프록이 영국 스페셜티커피 천재 바리스타의 매장이라면, 몬무스 커피는 영국의 커피 산업 전반을 상징하는 매장에 가깝다. 한국으로 말하면 박이추 바리스타의 보헤미안과 비슷하다고 할까? 몬무스 커피는 런던 코벤트 가든에서 멀지 않은 몬무스 스트리트에 위치하고 있다. 몬무스 커피의 특징은 푸어오버 브루잉 커피. 한국의 핸드드립처럼 꼼꼼하지 않고, 거칠고 투박하지만, 커피맛이 진득하고 농염하다.
몬무스 매장 내부는 굉장히 좁다. 독일 바커스 커피처럼 원두 상점으로 시작해서 커피 원두를 대량으로 판매했는데, 최근에는 커피 원두와 빵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몬무스의 추천 커피는 카페오레. 카페오레는 브루잉 커피에 따듯한 우유를 추가한 밀크커피다. 몬무스의 카페오레는 라테아트 없이 거품만 올라간 평범한 비주얼이다.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카페라테는 커피와 우유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느낌이라면, 몬무스의 카페오레는 커피와 우유가 서로를 토닥이는 것처럼 부드럽게 조화롭다. 몬무스는 매장 내부의 좌석을 운영하지 않지만, 매장 밖의 야외 테라스가 생각보다 괜찮다.
3. Notes Coffee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는 제국주의 강국 영국이 소장한 전통주의, 인상파 그림을 알차게 소장한 곳이다. 모네, 고흐, 세잔과 같은 인상파 그림 이외에도 철학적인 렘브란트의 자화상, 빛의 숨결까지 섬세하게 묘사한 페르미에르의 그림까지. 방대한 소장과 섬세한 큐레이션을 자랑하는 미술관이다. 노츠커피는 내셔널 갤러리 미술관 바로 옆에 위치한 런던의 대표적인 스페셜티커피 매장이다.
노츠커피는 노츠 뮤직이라는 이름의 레코드 가게로 시작해 와인을 추가해서 노츠와인, 커피매장에 전념하면서 노츠커피로 매장 이름을 바꿨다. 외관이 작아 보이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넓다. 영국이나 일본과 같이 영토가 제한적인 섬나라는 도심 건물들이 안쪽으로 깊은 구조라서, 내부가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노츠커피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코 리네아 모델이다. 라마르조코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함께 커피 추출 압력과 온도가 일정해서 안정적인 추출에 적합하다. 커피의 맛과 향미 재현을 중요시하는 스페셜티커피 산업에서는 장비의 특성을 일관성 있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라인더는 단맛을 잘 표현하는 미토스 원이다.
노츠커피는 세계 최초로 영국 에스테이트 데어리에서 생산한 저지품종과 홀스타인 품종의 블렌딩 우유를 사용하는데, 전통적인 홀스타인 우유는 안정적인 품질이고, 크지 않은 몸집의 저지 품종의 우유는 극강의 고소함과 단맛과 압도적인 밸런스를 선보이고 있다. 노츠커피의 플랫화이트는 직접 로스팅한 싱글오리진 커피와 우유의 궁합으로 충격적인 임팩트를 선보인다. 런던 최고의 커피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밀크커피로 추천한다.
4. Bar Italia Soho
커피 도시 런던의 마지막 추천 카페는 소호의 작은 이탈리아, ‘바이탈리아 소호’. 바 이탈리아는 1949년 Polledri Family에 의해서 시작해서 5대째 이어지는 런던 소호의 이탈리아 커피 바이다. 처음에는 이탈리아 커피 애호가들이 모여서 함께 커피와 음료를 마시면서 축구 경기를 보는 곳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런던에서 가장 이탈리아다운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장소이다.
매장의 위치는 런던 소호, 세계적인 뮤지컬 극장들이 몰려 있는 웨스트엔드에서 멀지 않다. 매장 입구에 가지런히 앉아 있는 손님들의 아우라와 내부의 깃발과 같은 임팩트가 강렬하고, 분위기와 직원들의 억양까지 이탈리아 남부의 뉘앙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다.
바 이탈리아의 추천메뉴는 정통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와 티라미수 케이크. 이탈리아 남부 지방의 뉘앙스가 느껴지는 로부스타가 포함된 강렬한 임팩트의 맛이다. 스페셜티커피의 유려하고 섬세한 뉘앙스는 아니지만, 강렬한 이탈리아의 햇살이 연상되는 느낌이었다. 티라미수 케이크는 로마의 티라미수 맛집 폼피가 떠올랐다. 피자, 파스타와 같은 음식도 저렴하면서 푸짐하고 맛있다. 이외에도 가벼운 이탈리아식 식전주 아페롤 스피릿 칵테일을 추천한다. 쌉싸름하면서 강렬한 어른의 맛이다.
바 이탈리아에서, 딸아이와 함께 20년 만에 돌아온 중년 남자를 우연히 마주쳤다. 이제는 성년이 된 아이와 함께 커피와 칵테일을 마시면서, 과거의 추억을 함께 기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의 순간이 미래에는 추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