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알테쉬’ 공습에 무너진 韓…인터넷 통신판매업체, 올 처음 ‘폐업’이 인허가 수 추월
인터넷 통신판매업체 인허가 수, 올해 9월 기준 작년 대비 5분의 1 수준 급감
‘C-커머스’에 잠식된 韓, 작년 구매액만 3.3조원…유통‧제조업 위기감도 확대
김상훈 의원 “C-커머스 잠식 막아야…안전인증 플랫폼만 입점 허용 협약 필요”
(시사저널=변문우‧강윤서 기자)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알테쉬)' 등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의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의 위축 현상이 극심해지는 분위기다. 올해 9월 기준 국내 중‧소형 통신판매업체 폐업 수가 6만4000건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최대치 기록(7만8697건)을 연말에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터넷 통신판매업체의 경우 올해 인허가 업체 수가 지난해 대비 급감하면서 역대 최초로 폐업 건수에 역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통신판매업체 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중‧소형 통신판매업체 폐업 건수가 매년 늘어나면서 지난해 7만8697건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이는 2019년(2만6873건) 대비 약 3배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올해 폐업 건수도 이미 9월까지만 6만4035건을 돌파해 연말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에서도 인터넷으로 가구·가전·식품·의류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통신판매업체'의 타격은 더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통신판매업체는 올해 처음으로 인허가보다 폐업 건수가 더 많았다. 인허가 건수는 최근 5년간 10만~20만여 건을 꾸준히 유지하다가 올해 9월 기준 5만441건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해(24만2695건) 대비 5분의 1수준인 셈이다.
반면 폐업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2만6071건 △2020년 4만194건 △2021년 5만2054건 △2022년 5만6178건 △2023년 7만7318건으로 지난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9월 기준 폐업 건수는 6만2811건으로 인허가 건수를 뛰어넘었다.
의류 및 패션 분야의 붕괴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폐업한 의류 통신판매업체만 무려 1만8000여 곳에 달했다. 작년에는 2만4358곳이 폐업해 전체 폐업 업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대략적으로 한 달 평균 약 2000곳, 하루 평균 약 70곳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유통업체 매출 통계에서도 전년 동월 대비 패션·의류 상품군의 매출은 17.8%나 하락했다.
이 같은 위기는 'K-패션' 성장을 이끈 동대문 시장 등 현장에서 여실히 체감되고 있다.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동대문 도소매 상가 건물의 공실률이 40%가 넘는다. 소매 상가인 맥스타일과 굿모닝시티의 공실률은 각각 86%, 70%에 달한다. 도매 상가인 디자이너클럽의 공실률도 무려 77%다. 의류 산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상가들이 소·도매 상관없이 텅 빈 것이다.
韓 잠식한 C-커머스, 中 직구 3년간 3배 늘어나…"불법 유통 근절해야"
이처럼 통신판매업과 의류 상가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핵심 원인으로는 '알테쉬 공습'이 꼽힌다. 지난해 한국에서 중국 e-커머스(C-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구매한 액수는 총 3조3000억원에 달한다. 2022년 대비 무려 121.2% 증가했다. 특히 미국(1조9000억원)의 구매액까지 뛰어넘으면서 중국이 한국의 최대 e-커머스 구매 국가로 등극한 상황이다.
중국은 국내 해외직구 구매 건수에서 이미 미국을 앞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중국 해외직구 구매 건수는 지난 3년간(2020~23년) 2만7000여 건에서 8만8000여 건으로 약 3.2배 증가했다. 심지어 올해 8월 기준 홍콩 단독으로 일본을 밀어내고 3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2위를 차지한 미국 구매 건수는 1만7000여 건이다.
국내 e-커머스 플랫폼 순위에서도 C-커머스 플랫폼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해 초 월간 사용자 수가 5위(227만 명)였던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875만 명(9월 기준)으로 3.9배가량 늘어나 2위로 올라섰다. 658만 명이 사용 중인 테무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C-커머스 공습에 국내 기업들이 느낀 위기감은 실제로 크다.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조업과 도·소매업을 하는 국내 중소기업 32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 직구가 기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80.7%에 달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보하면서도 국내 시장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훈 의원은 시사저널에 "국내 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틈을 타 C-커머스 플랫폼들이 규제망을 피하고 거대 자본을 투입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중국 내 안전인증을 받은 C-커머스 업체들만 입점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협약을 맺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중소기업들이 피해 유형 2위로 꼽은 것은 '직구 제품의 재판매 피해'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의 개인 사용 목적인 해외 직구 제품이 B2B(기업 간 거래) 형태로 불법 유통되고 있다"면서 "공정위가 관세청 등 유관 기관 및 C-커머스 플랫폼 간 협업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불법 유통 거래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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