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더이상 못 믿겠다"...그리스가 '한국산 잠수함과 무인기'에 주목하는 이유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규모 재군비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이 유럽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리스를 대상으로 한 한국의 제안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방위 협력 패키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8,000억 유로(약 1,290조 원) 규모의 유럽 재군비 시장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그리스라는 전략적 교두보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8,000억 유로 유럽 재군비 시장을 노리는 한국의 전략


한국은 최근 캐나다에 200억 달러가 넘는 방위 장비 거래를 제안해 화제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그리스를 향한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별 계약이 아니라 향후 수년간 8,000억 유로(약 1,290조 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유럽 재군비 계획에서 발판을 구축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의 일환인 것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며 노후화된 무기 체계를 현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기회를 포착해 폴란드에서 성공적인 수출 실적을 거둔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남유럽과 지중해 지역으로 진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스 해군의 절실한 잠수함 현대화 요구


그리스 해군은 현재 심각한 잠수함 노후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영국에서 개최된 Surface Fleet Technology에서 그리스 해군 관계자는 "노후화가 진행되는 209급 잠수함의 후계로서 4척의 신형 잠수함을 그리스내에서 건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스 209급 잠수함

그리스가 요구하는 차세대 잠수함의 사양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AIP(대기비의존추진) 기관 탑재, 고도의 자동화 기능, 특수부대 수용 공간은 물론이고, 어뢰와 대함미사일, 대지미사일까지 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하드킬과 소프트킬로 구성된 대어뢰 방어 시스템, 대공미사일, 심지어 수중발사식 무인항공기 운용 능력까지 갖춰야 하죠.

리튬이온 전지 채용도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제시되었습니다.

한화오션의 포괄적 제안, 기존 경쟁자들을 압도하다


리스는 당초 스콜페누형, 바라쿠다급, 218형, 209NG형, A26 등 다양한 설계 후보를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들 경쟁자와는 차원이 다른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신형 잠수함 건조뿐만 아니라 기존 214형 잠수함의 업그레이드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를 제안한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이 단순한 완제품 수출이 아닌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 당국은 한국의 잠수함 기술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리스 국내에서의 잠수함 건조에 관한 구체적 조건과 214형 잠수함 업그레이드 세부사항, 그리고 그리스 기업이 최소 25% 이상 참여하는 요건에 따른 제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육상 전투체계와 무인시스템까지 아우르는 종합 제안


한국의 제안은 잠수함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리스 미디어 Πρώτο Θέμα에 따르면, 한국은 "잠수함 건조, 유인·무인 시스템, 군용 차량의 공동 생산을 포함한 방위 협력 패키지"를 제안했습니다.

대한항공이 개발한 KF-21용 무인편대기

그리스 육군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노후화된 전술 차량의 갱신도 한국 제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공동 생산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그리스의 방산업체들에게 기술 습득과 산업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윈-윈 전략인 것이죠.

무인 전투기를 포함한 유무인 시스템 협력 제안은 특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현대전에서 무인기의 중요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무인기 기술력과 그리스의 지정학적 위치가 만나면 지중해 지역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의 양면 외교가 한국에게 준 기회


그리스가 한국의 제안에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기존 서유럽 방산업체들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그리스에게는 우방국을 자처하면서도 동시에 경쟁국인 터키에도 무기를 판매하는 양면 외교를 펼쳐 그리스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2020년 동지중해 천연가스 분쟁 당시 그리스 총리는 프랑스제 전투기 18대를 비롯해 어뢰, 미사일 등을 대거 구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군사 협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터키와도 지속적인 무기 거래를 유지해왔고, 이는 그리스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프랑스는 터키에도 상당한 무기를 판매해왔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대표적인 무기 수출품인 라팔 전투기의 경우, 터키와 갈등을 빚고 있는 그리스에는 18대를 판매했지만 동시에 터키도 라팔 도입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더욱이 프랑스는 이집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에게 라팔 전투기를 대량 판매하면서도, 이들 국가와 복잡한 지정학적 관계에 있는 터키와의 방산 거래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나토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터키가 러시아로부터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하는 등 복잡한 무기 조달 패턴을 보이는 가운데, 프랑스는 터키의 이런 행보를 비판하면서도 자국의 방산업체 이익을 위해서는 터키와의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일관되고 투명한 접근 방식은 그리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리스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


그리스가 한국의 제안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한국 기업들이 제공하는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은 '수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의 성공 사례가 이를 증명하죠.

둘째, 그리스도 자국 방위산업 육성과 발전에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첨단 방산 기술을 습득하고, 동시에 자국 기업들의 참여 비율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그리스로서는 매우 매력적인 제안인 것입니다.

셋째, 한국 방산업체들의 가격 경쟁력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서유럽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최신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그리스 같은 중견국에게는 큰 장점이 되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이지만 빠른 구체화 가능성


현재 한국 측의 제안은 매우 초기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일정, 기술 이전 범위 등에 대한 세부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죠.

그러나 양측의 이해관계가 명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협력 관계가 급속히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그리스는 지중해와 에게해에서 터키와의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어 군사력 현대화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도 그리스는 유럽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인 것입니다.

한국의 유럽 방산 시장 진출이 폴란드에서 시작해 그리스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8,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군비 시장에서 한국이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리스와의 협력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