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주차비 모두 무료! 저수지 1.1km 산책길 숨은 명소

가을밤 제천은 유난히 매혹적입니다. 바람에 이는 잔잔한 물결 위로 오색 불빛이 드리우고, 마치 이국의 작은 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지죠.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비룡담 저수지입니다. 입장료도, 주차비도 필요 없는 이곳은 지금 제천의 새로운 야경 명소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낮과 밤, 두 가지 얼굴을 가진 호수

비룡담 저수지는 충청북도 제천시 모산동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낮에 이곳을 찾으면 숲에 둘러싸인 고요한 물길과 나무 향이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인 산책길이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해가 기울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수지 중앙에 서 있는 유럽풍의 하얀 성 같은 건물이 화려한 조명에 불을 밝히면, 호수 전체가 빛의 무대로 바뀌죠. 잔잔한 수면에 반사된 불빛은 거대한 거울처럼 성을 비추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장관을 연출합니다. SNS에서 “작은 유럽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마법의 성’의 진짜 정체
비룡담 저수지 / 사진: 한국관광공사

여행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이 건축물은 사실 양수장 건물입니다. 1968년 착공해 1970년에 준공된 비룡담 저수지는 원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었습니다. 제천의 대표 유적 ‘의림지’를 보조하는 수원으로 활용되며 오랫동안 지역 농민들의 삶을 지탱해왔죠.

하지만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감각적인 디자인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농업 시설이 제천의 랜드마크로 재탄생했습니다. 오래된 산업 시설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감성 산책로, 1.1km 수변 데크길
비룡담 저수지 데크길 /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비룡담 저수지의 또 다른 매력은 1.1km 길이의 수변 데크길입니다. ‘솔향기길’과 ‘물안개길’로 나뉘어 있어 취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낮에는 솔숲 향기를 맡으며 고즈넉한 호수 풍경을 즐길 수 있고, 밤이 되면 빛의 성곽을 따라 걷는 낭만적인 산책길로 변신합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쉼터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멈춰 서서 야경을 감상하기 좋습니다. 특히 저수지 중앙 쉼터에 서면, 물 위에 비친 성과 조명이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져 한눈에 감탄이 나옵니다.

언제 찾아도 부담 없는 무료 명소
비룡담 저수지 /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비룡담 저수지는 연중무휴, 24시간 무료로 개방됩니다.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비가 없어 누구든 가볍게 들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저녁 식사 후 산책 삼아 찾는 지역 주민들, 그리고 제천 여행의 낭만적인 마무리를 위해 들르는 여행객들로 늘 활기가 가득합니다.

특히 일몰 직후가 최고의 순간입니다. 붉게 물든 하늘과 함께 저수지 곳곳에 하나둘 켜지는 조명이 어우러져, 황홀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제천 밤여행의 새로운 하이라이트
비룡담 저수지 /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의림지가 오랜 역사와 자연미로 제천의 상징이라면, 비룡담 저수지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며진 감성 공간입니다. 전통과 현대가 나란히 어우러지며, 제천의 밤은 한층 다채로운 매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농업을 위해 태어난 저수지가 이제는 추억을 남기는 관광지로 거듭났습니다. 삭막한 시설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조명을 만나면 충분히 낭만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비룡담 저수지. 올가을, 제천을 찾는다면 이곳의 산책길에서 빛으로 물든 밤의 아름다움을 꼭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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