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영어’ 개성만점 유치원 vs ‘4세 영유고시’ 특화 유치원

발레·독일식·예절교육 등 ‘놀이식 영어’ 홍수 속 A학원→G학원 ‘엘리트 코스’ 독주
ⓒ르데스크

#.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지연 씨(33)는 태어난 지 30개월 된 자녀를 주 5회 영어유치원에 등원시키고 있다. 해당 학원은 놀이식 영어유치원으로 방과 후 수업을 포함한 수강료는 200만원 남짓이다. 다소 부담되는 금액이긴 하지만 주위 엄마들 사이에선 영어유치원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 여기는 분위기다 보니 안 보낼 수도 없다. 이 씨 역시 아직 한글도 완벽히 익히지 못했지만 아이가 저학년일수록 다양한 언어감각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자녀의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국가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세계 공통언어로서 영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데다 나이가 어릴수록 언어 습득력이 뛰어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특히 유아기 때 영어에 자주 노출시켜 주면 훗날 어학연수 또는 유학의 학습효과가 더욱 커진다는 인식도 생겨나면서 앞으로 영·유아 영어 학습 열풍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치동 4세 영어교육의 핵심은 ‘놀이식’ …발레·독일식 등 종류·방식 각양각색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영어유치원 수는 842개로 2019년(615개)에 비해 4년 만에 37% 증가했다. 전국 영어유치원의 월 평균 교육비는 174만4000원으로 사립 대학 등록금보다 약 2.9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학원비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맹모삼천만원지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영어 유치원 내부 전경.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르데스크

사교육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주요 학원들의 유아 영어 커리큘럼 시작 나이는 ‘4세’다. 학원가에선 횟수로 새는 ‘한국식 나이’로 커리큘럼을 구분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만 2세부터 영어를 접한다.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0~3세까지는 주로 집에서 한글을 익히고 4세 이후부터 한글과 함께 유아 파닉스를 병행하며 본격적인 언어 학습에 돌입한다. 유아 파닉스는 알파벳이 가진 소리, 발음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수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탓에 ‘놀이식 영어유치원’을 선택한다. 놀이식 영어유치원은 기존 유치원 시스템과 유사하게 놀이와 보육이 중심이지만 여기에 영어학습이 더해진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면서도 영어학습은 자연스레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영어유치원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학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체육, 음악, 제2외국어 등 각 학원별로 특화된 활동들도 추가되고 있다.

도곡동 영어유치원의 신흥 강자로 입소문이 자자한 B학원은 영어 교육과 병행하는 ‘발레’ 수업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 5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정규반)까지 수업이 진행되는 B학원은 주4회 발레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원 강사들은 국내 발레 관련학과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을 한 20대 여자 교사 위주로 구성돼있다. 또한 컬링, 축구 등 매주 1회 별도의 체육 수업도 진행한다.

▲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 영어 유치원 내부 전경. ⓒ르데스크

영어수업도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어민 교사에 의해 100% 진행되고 반마다 한국인 담임교사가 추가로 배치된다. 해당 학원은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키즈노트를 통해 아이의 일상을 학부모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발레 수업에 특화돼 있다 보니 여아 비중이 월등히 높아 남녀 성비가 한쪽으로 치우쳐졌다는 평가도 일부 존재한다. 한 반의 학생 수는 10명 내·외로 학원비는 정규반 기준 월 129만원이지만 방과 후 수업과 셔틀·의복·교재비 등을 포함하면 월 2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올해로 개원한지 18년이 된 K학원은 업력에 비해 아는 사람들만 가는 학원으로 잘 알려진 독일식 유아 놀이학교다. 한 반에 담임·보조 교사 2명이 8명의 아이들을 관리하는 구조로 교사 한 명당 맡게 되는 학생 수가 강남에서 제일 적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K학원은 독일의 교육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학습이 위주가 아닌 인성예절을 중요시하는 영어유치원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은 방학 때 잠시 한국에 오는 외국 아이들을 따로 받아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는 후기도 많다. 건물 내 정원을 통해 야외 활동이 많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K학원은 영어교육의 시작 연령인 4세 아이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근처 타 학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습량이 적어 6세 이후에는 다른 곳으로 학원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K학원의 한 달 수강료는 168만원으로 셔틀비와 급식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K학원의 교육 커리큘럼은 ▲사회성 발달 프로그램 ▲오감발달 놀이 ▲Kunst 놀이 ▲교구 창의 놀이 ▲수학·과학 놀이 등이다. 철저하게 놀이 위주로 진행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학습이 목적인 학부모들의 선호도는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A학원➞G학원 엘리트 코스 소문에 때 아닌 ‘4세 고시’ 열풍…“과도한 몰입은 자칫 위험”

▲ 대치동에 위치한 한 학원 외부 전경.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르데스크

현재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곳은 A학원이다. 강남 엄마들 사이에선 A학원을 거쳐 G학원으로 가는 것이 유아 영어 교육의 ‘엘리트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A학원은 G학원과 같은 YBM계열로 A학원 출신 원생에게는 G학원 입학테스트를 먼저 응시할 수 있는 우선권이 부여된다. 업계에 따르면 A학원 출신의 G학원 입학률은 90%가 넘는다. G학원 입학을 위해선 영재 테스트와 영어테스트 순차적으로 치러야 한다. 필수는 아니지만 G학원에 가기 위해선 A학원이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학원 입학도 쉽지 않다. 온라인 접수 시작과 동시에 정원이 마감될 정도로 입학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약 대리 아르바이트까지 구할 정도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선택받은 자’만이 갈 수 있다는 우스겟 소리도 나온다. A학원의 학생 수는 한 반당 16명 내외다. 16명의 아이들을 담당하는 교사는 ▲원어민 1명(2반 담당) ▲한국인 담임 1명 ▲한국인 부담임 1명 ▲보육전담 1명 등 총 5명이다. 수강료는 166만원으로 셔틀·의복·교재비 등이 미포함 된 금액이다.

다만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커리큘럼이 너무 학습에 치중된 있어 어린 아이들의 인성이나 신체 발달 교육 등이 아쉽다는 평가도 다수다. 단순히 아이에게 영어를 노출시키고자 들어왔지만 자신도 모르게 사교육 물살에 휘말리게 된다는 후기도 적지 않다. G학원 입시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4세 고시’라 불릴 정도로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영어유치원 관계자는 “4세는 영어 자체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유발해야지 과도한 학습을 통해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이의 전체 인생을 볼 때 그다지 좋지 못하다”며 “아직 한글도 다 떼지 못한 아이들을 책상에 앉혀 하루 종일 영어 단어를 쓰게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고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마다 학습능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굳이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며 “본인의 수준을 뛰어넘는 커리큘럼에 이끌려가다 결국 학습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영아들도 흔하게 나타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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