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가면] 부산에 관한 오해와 진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부산도 꽤 많은 오해를 받아왔다. 어떤 이미지로 한번 굳어져 버리면 좀체 헤어나올 수 없는 것처럼. 이를테면 우리가 여름마다 편히 해수욕을 즐긴다는 듯 부러워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제아무리 우리라 해도 막상 뙤약볕이 내리는 한여름조차 바다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도 바다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더 선호한다. 바다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젖지 않고 바라보는 일에 일상을 더 쏟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매일 아침 창문 밖으로 바다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오션뷰를 가진 집은 그렇게 많지 않다. 바다가 거기에 존재하긴 하겠으나, 집값은 아득히 높아 오션뷰는 모르고 살 때가 더 많다.
간혹 지인들은 내가 돼지국밥이나 밀면에 목숨을 거는 줄로 아는데, 엄연히 나의 솔 푸드는 어머니의 된장찌개다. 물론 국밥이나 밀면 가게는 동네마다 하나씩 있긴 하고, 어디를 들어가더라도 기본 이상은 할 테니 대표적인 향토 음식임은 분명하다. 내가 태어난 영도로 한정해서 말하자면 나는 ‘스페샬’이라는 메뉴를 파는 남항 시장의 한 국밥집을 좋아한다. 메뉴에는 정말로 ‘스페샬’이라고 적혀 있고, 긴 쟁반에 담겨 나온 음식(수육·내장·순대·편육+국물) 역시 스페샬하다. “어디 어디보다는 차라리 어느 국밥집이 더 맛있다”느니 하는 말로 특정 식당을 깎아내리는 건 실례가 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각인된 입맛이라는 건 추억의 자장가에도 귀속된다.
그러나 밀면이라면 글쎄. 냉면이 더 맛있다고 우기는 분들과 논쟁할 생각은 없다. 밀면은 전쟁통에 냉면을 대체해 밀가루로 면을 빚어 만든 부산의 전통 음식일 뿐 이제는 원본에서 아주 멀어진, 다른 요리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밀면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해 여름에 밀면을 먹지 못했다고 해서 서운했다거나 헛살았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밀면을 냉면의 짝퉁이라고 폄하하는 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식당은 수십 군데 떠오른다.
부산은 지형적으로도 초승달처럼 길게 펼쳐진 도시이기에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다. 예를 들어 청사포와 다대포가 거기서 거기일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청사포는 동해에 가깝고 다대포는 서해라 봐도 무방하다. 해가 뜨는 풍경을 보려면 청사포를, 낙조를 보려면 다대포를 가야 한다. 두 곳 모두 후회 없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다. 광안대교만 슬쩍 보고 부산을 다 봤다고 말하는 분들께는 태종대·몰운대·이기대·자성대 등의 ‘대(臺)’를 추천한다. 그 경관의 특징을 모두 모아봐도 부산이라는 도시를 하나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간혹 내가 부산 출신이라고 하면 의외라는 이들이 있다. 아마도 조금 점잖은 척하는 나의 말투 때문이리라. 그것도 꽤 심각한 오해다. 부산 사람들도 대부분 타인에게는 친절하다. 우리가 억세게 보이는 건 그만큼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다. 반면에 부산 사투리가 귀에 익고 화난 것처럼 들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부산에 젖어 든 사람, 친구가 되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오해는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니 부산을 조금 더 오해해도 좋겠다. 그만큼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는 말 아니겠는가. 아직 부산이 머나먼 국가처럼 생경하게 보이는 당신. 오라, 와서 그 오해를 마음껏 즐기고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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