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하이브리드 원조맛집 대표 메뉴..토요타 5세대 프리우스

맛집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음식점을 방문한 블로거·유튜버의 리뷰를 찾아보거나 TV 방송에 나온 음식점을 찾거나 현지인의 조언을 얻거나 등이 대표적이다.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맛집을 찾는다. 하지만 사람의 입맛에는 개개인의 취향이 녹아있다. 누구에게나 맛있는 집을 찾기란 힘들다. 때문에 맛집 추천에는 언제나 실패 확률이 함께 도사린다. 그러나, 예로부터 전해진 맛집 찾는 비법은 이런 실패 확률을 낮춰준다.

그 비법이 바로 ‘원조 찾기'다. 가장 먼저 그 음식을 손님에게 내면서 수많은 손님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손님들의 피드백은 음식에 대한 노하우로 다시 ‘맛’으로 치환된다. 요즘 국내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열풍이다. 전동화 전환을 앞두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소비자가 선택하는 게 바로 ‘하이브리드’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하이브리드를 내놓는 만큼 소비자도 맛집 찾기에 나섰다. 그렇다면 맛집 가운데 실패 확률이 가장 적다는 하이브리드 원조 맛집은 어떨까. 하이브리드 원조 맛집의 대표 메뉴인 토요타 5세대 프리우스(Prius)를 시승했다.

1세대부터 3세대 프리우스 디자인은 담백했고, 4세대 프리우스 디자인은 자극적이었다

토요타 프리우스는 1997년 12월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등장했다. 1세대부터 3세대 프리우스를 맛으로 표현하자면 담백했다. ‘친환경’ 자동차답게 유기농 식자재만 사용한 것처럼 느껴졌다. 디자인도 주행 성능도 딱 담백했다.

하지만 경쟁 맛집이 하나둘 등장하며 4세대 프리우스부터는 인공조미료를 듬뿍 썼다. 조미료를 처음 써서인지 맛이 좋아졌다고 보긴 힘들었다. 특히 ‘디자인’에 인공조미료가 과하게 들어갔다. 그 결과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5세대로 넘어오며 이런 문제는 해결됐다.

5세대 프리우스 디자인은 감각적이다

5세대 프리우스 외관은 감각적이다. 너무 담백하지도,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다. 5세대 프리우스 전면 디자인의 백미는 헤드램프다. 귀상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주간주행등(DRL)과 헤드램프를 얇게 배치해 공기흡입구의 일부처럼 보이게 했다. 페라리·맥라렌 같은 슈퍼카에서 볼 법한 디테일이다.

귀상어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은 측면에서도 이어진다. A필러는 완만하게 눕히고, 캐릭터 라인은 사이드 스커트에서 과감하게 치켜올린 덕에 스포츠카와 비슷한 비례를 얻었다. 0.27cd에 불과한 공기저항계수는 덤이다.

프리우스 디자인에 지루한 요소로 치부되던 휠 디자인에도 한껏 멋을 부렸다. 5세대 프리우스가 신은 휠은 무려 19인치다. 휠하우스를 가득 채워 스포티한 분위기를 낸다.

후면은 깔끔한 구성이다. 차명, 파워트레인, 트림을 나타내는 레터링을 심었다. 테일램프는 최근 트렌드에 따라 일자형을 채택했다. 차체가 실제 스펙보다 넓어 보이게 한다.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구분에도 테일램프를 활용한다. HEV는 일반적인 램프가, PHEV는 클리어 타입 램프가 적용된다.

실내 디자인은 최신 토요타 패밀리룩을 입었다. 친숙하면서도 5세대 프리우스만의 특색이 녹아있다. 기존 프리우스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계기판 위치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했던 계기판이 운전석 쪽으로 이동했다. 스티어링 휠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역할을 겸한다.

디지털 계기판 크기는 7인치에 불과하지만 스티어링 휠에 가려지는 부분이 없다. 또한 주요 경고등을 LCD 디스플레이에 통합하지 않고 별도의 표시등으로 처리했다. 디스플레이 오류 등이 발생해도 경고등은 확실히 띄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LG U+와 협업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했다. 아틀란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네이버 클로바 음성명령과 지니 뮤직 등 다채로운 기능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 유무선 연결을 지원해 운전자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 프리우스에 비해 물리 버튼도 상당 부분 줄었다. 물리 버튼 삭제는 심미적으로 깔끔함을 더할 수 있지만 운전 중 조작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프리우스는 다행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손이 자주 가는 공조장치 및 열선·통풍 시트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마련해 조작에 있어 불편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기어 쉬프터는 전자식이다. 단순히 앞·뒤로 움직이는 행위로 기어를 변속하는 게 아니라 옆으로 넘기는 행위가 더해진다. 실수로 기어 변속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일 뿐 아니라 수동변속기와 비슷한 조작감이 재미까지 준다. 아쉬운 점은 전자식 쉬프터를 적용했음에도 추가로 수납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다.

기어 쉬프터 위쪽으로는 스마트폰 하나 정도를 둘 수 있는 수납공간과 컵홀더를 마련했다. 아래쪽으로는 운전자가 자주 사용할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배치했다. 엔진을 켜지 않고 전기 모터로만 주행하는 EV 모드와 오토 홀드 버튼, 주행 모드를 변경하는 스위치와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스위치 등이다.

의외의 개방감을 주는 프리우스 실내
2열 공간은 딱 준중형차 수준이다

프리우스 운전석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느껴지는 건 의외의 개방감이다. 특히 A필러에 배치한 프론트 벤트 글라스는 운전 중 사각지대를 대폭 줄여준다. 글라스 루프는 별도 개폐 기능은 제공하지 않지만 이를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채광량이 달라져 탑승객이 느끼는 개방감에 영향을 준다.

2열 공간은 딱 준중형차 수준이다. 쿠페형으로 차체를 다듬으며 스타일은 좋아졌지만 이와 함께 낮아진 전고 50mm가 여기서 목소리를 높인다. 키 176cm 기자가 앉았을 때 무릎 공간에 주먹 하나가 여유롭게 들어간다. 대신 머리 공간은 손바닥 두 장을 겹칠 수 있는 정도다. 키 180cm 이상의 성인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겠다. 여기에 센터 터널도 살짝 올라와 장거리 주행 시 성인 두 명이 앉는 게 제격이다.

뒷문 개폐 결함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프리우스 2열 도어에는 전자식 도어 핸들이 적용됐다.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편리하게 문을 개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런 편리함을 경험할 수 없다. 올해 4월부터 보고된 뒷문 개폐 결함이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이서다. 도어 핸들의 방수 성능 부족으로 스위치 내부에 물이 유입돼 단락 혹은 합선으로 예상치 못한 2열 도어 열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수동으로 작동해야 한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11일부터 리콜 시정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개선된 전자식 도어 핸들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도어 캐치 하단에 마련된 별도의 버튼을 힘껏 눌러 수동으로 뒷문을 여닫아야 한다. 2열 도어를 열 때마다 한숨이 쉬어진다.

트렁크는 북미 수출형 사양을 수입해 수동으로 개폐된다. 트렁크가 해치로 개방되는 만큼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6:4 2열 시트 폴딩으로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 우측으로는 12V 배터리가 자리하고 있다.

2.0L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가 힘을 더해 시스템 총출력 196마력을 낸다

새벽 6시 조금 이르게 출근에 나섰다. 회사까지는 한시간 반이 소요된다. 출근시간대 서울을 관통해야 해서다. 시동을 걸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답게 고요하다. 전자식 기어 쉬프터를 당겨 'D' 위치에 놓고 가속 페달을 슬며시 밟으면 전기 모터의 힘만으로 주행한다. 동네 주민의 아침 잠을 깨우지 않고 조용히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랐다. 출퇴근 시간대 피할 수 없는 정체길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쥐약이다. 20km/h 이하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평균연비는 어느새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진다. 유류세 인하가 축소된 요즘 같은 시기엔 더욱 예민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진면목은 이럴 때 드러난다. 기어 쉬프터 아랫쪽에 자리 잡은 EV모드 버튼을 누르자, 엔진이 개입하지 않고 전기 모터만으로 바퀴를 굴린다. 순간연비를 기록하는 그래프는 최고치까지 치솟으며 평균연비 숫자를 끌어올린다.

이와 더불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S)을 활성화한다.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는 건 물론 차선까지 유지한다. 출근길 스트레스가 대폭 줄어든다. 점차 정체가 해소돼 시속 43km/h를 넘어서자 EV모드가 자동으로 해제되고 엔진이 개입한다.

전기 모터와 엔진의 동력 전환은 매끄럽지만, 엔진 소음이 꽤 있는 편이라 시동이 걸린 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가속 페달을 예민하게 조작한다면 모터만으로 100km/h 이상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평균연비는 24.3km/L를 기록했다. 토요타가 발표한 도심 연비 21.5km/L를 상회하는 수치다.

7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다

퇴근길 정체를 피하고자 조금 늦게 회사를 나섰다. 예상대로 도로가 꽤 비어있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엔진 소음이 거칠게 실내로 유입되며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어느새 속도는 130km/h를 넘겼다. 프리우스의 파워트레인은 2.0L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태 시스템 총 출력 196마력을 낸다.

엔진 회전수는 따로 확인할 수 없지만 엔진 소음을 통해 개입량을 가늠할 수 있다. 에코 모드에선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힘을 보태던 엔진이 스포츠 모드에선 가속 페달을 중간 정도만 밟아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평균보다 작은 크기의 스티어링 휠은 운전 재미를 배가한다

5세대 프리우스는 놀라운 연비와 경쾌한 가속력을 자랑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자면 '운전 재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하면 효율성을 1순위에 둔 세팅 덕에 지루한 운전이 대부분이다. 5세대 프리우스는 그런 편견을 깼다.

늦은 저녁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한 고갯길에 올랐다. '스포츠카처럼 꾸민 외모만큼 재미를 줄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서 굳이 찾게 됐다. 다행히 코너를 돌아나가는 순간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탄탄한 하체 세팅에 스티어링 휠의 조향 기어비를 촘촘하게 세팅한 덕이다.

평균보다 작은 스티어링 휠을 움켜쥐고 코너링을 공략하면 토요타의 스포츠카 GR86이 연상될 만큼 정확하고 날카로운 핸들링을 보여준다. 평균보다 좁은 195mm의 타이어 폭이라 노면을 움켜쥐는 힘이 약하리라 판단했던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토요타가 2024 오네(O-NE)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에 '프리우스 PHEV 컵'을 출범한 자신감의 근간을 찾았다. 고갯길을 다시 내려오자, 회생제동으로 배터리는 90% 이상 충전됐다.

평균 연비는 22.4km를 기록했다

포천에서 다시 서울로 내려오자 시간은 어느덧 10시 55분이다. 고갯길에서 신나게 잡아 돌린 대가로 평균연비는 22.4km/L까지 떨어졌다. 놀라운 건 토요타가 발표한 복합 20.9km/L보다 여전히 높은 수치라는 점이다. 토요타가 연비를 측정하는 방식이 얼마나 가혹한 건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국내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09년 등장했다. 현대 아반떼 하이브리드, 기아 포르테 하이브리드가 그 주인공이다. 프리우스가 3세대까지 진화하고 난 뒤였다. 기술격차는 말할 것도 없이 벌어져 있었다. 맛의 차이가 확실했다.

그렇다면 2024년은 어떨까. 좁혀지지 않을 것 같던 격차를 무섭게 따라왔다. 토요타의 특허를 우회해 높은 효율과 직결감 그리고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원조' 간판이 붙은 집은 보통 맛집보다 가격이 비싸기 마련이다. 토요타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원조 맛집의 대표 메뉴다. '이 집에 가면 이건 꼭 먹어봐야지'하는 그 메뉴라는 말이다. 역시 비싼건 어쩔 수 없다.

명성에 맞게 완성도와 신뢰도가 뛰어나다. 특히 4세대 프리우스에서 잘못 배분했던 인공조미료를 5세대 프리우스에서는 적재적소에 배합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운전 재미에서 원조 맛집만이 낼 수 있는 감칠맛이 느껴진다. 늘 그렇듯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한 줄 평

장 점: 하이브리드 원조 맛집의 대표 메뉴..운전의 재미라는 감칠맛을 더했다

단 점: 차급을 넘어서는 가격..준중형을 넘어 중형차와 경쟁해야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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