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쓴 필름카메라 입문」 - 어떤 필름을 써야 하나요?
* 매번 비슷한 질문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그냥 내가 아는대로 끄적여봄
* 주관이 많이 들어간 글이므로 틀린 내용 있을 수 있음 (수정, 추가 환영)
*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쓴 글이라 필붕이들은 봐도 도움 안 됨 ㅋㅋ
I. 필름의 규격(판형)
필름의 규격에는 크게 110, 120, 135, APS 등이 있음.
카메라에 따라 필름 규격이 정확히 정해져 있으므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 기종과 맞는 규격의 필름을 사용해야 함.
[출처: Etsy]
시중에서 거래되는 필름카메라들은 대부분 135, 즉 35mm 판형의 필름을 사용함.
따라서 당신이 구입한 필름카메라 역시 웬만해서는 135 필름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됨.
시중에서 가장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필름으로서 컷수가 36매로 넉넉하고 현상비도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은 판형임.
[출처: Fotoimpex Berlin]
120은 중형카메라에 사용되는 큰 판형의 필름임.
역시 근처 현상소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음.
135에 비해 판형이 넓으므로 결과물의 화질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음.
단, 이를 바꿔 말하면 한 컷 당 면적이 넓기 때문에 필름 한 롤으로 촬영할 수 있는 컷수가 훨씬 적음. 카메라의 포맷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한 롤으로 8~12매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고 보면 됨. 또한 면적이 넓은 만큼 현상 약품이 많이 필요하므로 현상요금이 135보다 비쌈.
쉽게 말해 양적인 측면에서 가성비가 떨어지더라도 고품질의 결과물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필름임.
[출처: 로모그래피 공홈]
APS와 110 등은 필름 시대의 황혼기에 탄생했던 규격의 필름임.
하지만 탄생과 동시에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가 열리면서 얼마 팔리지도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비운의 판형이기도 함.
이 친구들은 시중에서 구하기가 굉장히 번거롭고, 가격도 비싼 편임.
110 판형은 현재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게 로모에서 나오는 제품 한 종류 뿐이며, APS 판형은 2000년대 후반 이후로 전부 단종되어 현재는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제품을 구할 수 없음.
쓰는 사람이 워낙 없다보니 현상/스캔 작업을 해주지 않는 현상소도 많기 때문에 해주는 현상소 찾는 것도 일임.
여담으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APS나 110 판형을 쓰는 필름카메라들은 중고시장에서 매우 저렴하게 거래되는 편임. 하지만 바로 위에서 언급했듯 필름 수급과 현상/스캔이 굉장히 어려우므로 단순히 싸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구입했다가 후회할 확률이 높으므로 구입 전 잘 고민해봐야 됨.
II. 필름의 종류
1) 컬러 네거티브 필름(C-41)
- 가장 대중적이고 무난하게 사용되는 필름.
- 온라인 뿐 아니라 가까운 현상소나 아트박스, 일렉트로마트 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음.
-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3천원대에 살 수 있는 가장 저렴한 필름이었으나, 현재는 가격이 폭등함.
- 평균 4~6천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현상/스캔이 가능함.
- 어떤 현상소를 가더라도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상소 선택의 폭이 매우 넓음.
- 명암과 보색이 반전되어 기록되는 방식임.
- 흔히 말하는 "레트로하고 갬성갬성한 필름사진 고유의 느낌"이 가장 두드러짐. 바꿔 말하면 이미지의 절대적인 품질은 대체로 떨어지는 편.
- 관용도가 우수하기 때문에 감도를 약간 잘못 설정하거나 노출이 약간 안 맞는 등의 실수를 하더라도 결과물이 잘 나옴. 따라서 초보자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임.
- 같은 컬러 네거티브 필름이더라도 제품의 가격대에 따라 품질 차이가 두드러짐. 13,000원짜리 컬러플러스100은 누가봐도 필름사진 느낌이 나는 반면 25,000원짜리 엑타100은 디지털 사진과 구분이 애매할 정도로 훌륭한 발색과 선예도를 보여줌.
-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코닥의 컬러플러스 / 골드 / 울트라맥스 / 포트라 / 엑타, 후지의 C200 / X-TRA / 수페리아 프리미엄 / 기록용, 오르보의 NC500, 일포드의 피닉스, 로모의 100 / 200 / 400 등이 있음.
2) 흑백 네거티브 필름
- 위에서 설명한 컬러 네거티브 필름의 흑백 버전이라고 보면 됨.
- 역시 가까운 현상소와 온라인 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입문급 제품은 5~6천원 대의 매우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음.
- 다만 컬러필름과 달리 수작업으로 현상해야 하므로 현상요금이 7천~1만원 정도로 다소 비쌈.
- 대부분의 현상소에서 작업이 가능하지만, 흑백필름을 받지 않는 현상소도 드물게 있음.
- 현상 과정이 그나마 단순하고, 약품의 독성도 약한 편이라서 자가현상 입문용으로 좋음. 몇가지 용품과 약품을 구비해두면 굉장히 저렴한 값으로 필름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가능함.
- 증감이 굉장히 잘 먹히고 이미지 열화도 비교적 적기 때문에 어두운 장소에서 고감도 용도로 활용하기 좋음.
- 컬러 네거티브 필름과 마찬가지로 제품의 가격대에 따라 품질 차이가 매우 두드러짐.
-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코닥의 Tmax / Tri-X, 일포드의 켄트미어 / HP5 / 델타 / XP2, 포마의 포마팬, 후지의 아크로스 등이 있음.
- 여담으로 일포드의 XP2는 흑백필름임에도 컬러 네거티브와 동일한 C-41 현상이라 기계작업이 가능함. 고로 저렴한 가격에 현상/스캔을 받아볼 수 있음.
3) 영화용 필름 (ECN-2 또는 C-41)
-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영화 촬영용으로 나온 제품임.
- 완제품이 없으며, 소규모 업체가 대용량 벌크 원단을 떼어와서 카트리지에 수작업으로 소분해서 판매하는 거임.
- 제품 자체가 수작업으로 2차 가공한 것이다보니 판매자에 따라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함.
- 가격은 온라인 기준 1만원 미만으로 컬러 네거티브 필름에 비해 확실히 저렴함.
- 전반적인 특성은 컬러 네거티브 필름과 비슷하나, 특유의 발색이 있고 선예도가 뛰어난 편이라 매니아층이 존재.
- 영화용 필름을 작업하지 않는 현상소도 많으며, 작업이 가능한 현상소도 6천~1만원 정도의 가격을 받음.
- 원래는 전용의 ECN-2 약품으로 현상하는 것이 정석임. 다만 약간의 품질 저하를 감수하면 C-41로도 현상이 가능함. 보통 ECN-2 방식으로 작업해주는 현상소가 요금도 더 비싸게 받음.
- 참고로 2024년 현재 국내 ECN-2 약품 수급이 중단되면서 접수를 받지 않는 현상소가 늘어나고 있으니 방문 전 미리 확인이 필요함.
- 현재 생산되는 제품은 코닥의 비젼3 뿐임.
4) 컬러 포지티브 필름 (E-6)
- 과거 영사용이나 출판용으로 주로 쓰이던 고품질 컬러 필름. 영사용으로 널리 쓰였던지라 "슬라이드 필름"이라고도 많이 불리움.
- 현재는 제품의 종류가 매우 한정적이며 가격도 한 롤에 3~5만원 정도로 굉장히 비쌈.
- 네거티브 필름과 다르게 명암과 보색이 반전되지 않고 똑바로 기록되는 방식임.
- 채도가 높고 선예도가 우수함. 제대로 촬영한 슬라이드 필름은 디지털 사진과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결과물이 뛰어남.
- 다만 필름의 관용도가 낮기 때문에 노출을 잘못 설정하거나 카메라의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 결과물 열화가 두드러짐. 따라서 초보자에게는 추천하지 않음.
- E-6라는 전용 약품으로 현상해야 하며, 슬라이드 필름을 작업하지 않는 현상소도 많으므로 확인이 필요함.
- 2024년 현재 E-6 약품의 수입이 중단되면서 접수를 받지 않는 현상소가 늘어나고 있으니 방문 전 미리 확인이 필요함.
-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코닥의 E100, 후지의 벨비아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