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청년들이 함께 펼친 '통일 상상력'
◀ 김필국 앵커 ▶
보건이나 교육 교통 환경, 사실 어느 사회나 조금씩 문제가 있을 텐데요.
북한은 이런 문제가 특히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오곤 하죠?
◀ 차미연 앵커 ▶
네, 이런 북한의 여러 사회 문제를 남북한 출신 청년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자리가 있었다는데요.
이상현 기자가 그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역삼동의 한 공유오피스 건물.
교육과 투자연계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들의 현지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탈북민들의 창업도 돕는 단체가 입주해 있는 곳인데요.
[황진솔/더브릿지 대표] "북한 현지 문제와 굉장히 유사한 문제들이 남한 사회에 있기보다는 지금 개발도상국,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 이런 유사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개발협력과 통일의 이슈가 저는 굉장히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국제개발과 그리고 통일의 이슈를 하나로 통합해서 해결해 가는"
이 단체에서 올해 초부터 남북 출신 청년들과 함께 특별한 프로젝트 하나를 추진해왔고, 최근 그 결과물들이 나왔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북한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놓고 남북 출신 청년들이 두달 넘게 머리를 맞대어 함께 고민해봤다는데요, 잠시후 이곳에서 그 결과물이 발표된다고 합니다. 어떤 생각이 나왔을까요? 함께 들어가보시죠."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있는 20~30대 청년들.
탈북 청년이 한명씩 포함돼 3~4명씩으로 구성된 총 7개팀으로, 만난지 두달 밖에 안됐지만 오랜 친구처럼 벌써 친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송현아/직장인(탈북민)] "사실 처음에는 좋은 결과물을 내보자 그런 생각으로 있었는데 남한 친구들이랑 대화를 하면서 오히려 대화를 하는게 더 재밌더라고요. 대화를 하는게 너무 즐거우니까 그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문서영/대학원생] "저희는 최대한 중점을 둔게 어떻게 하면 북한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까에 많이 중점을 뒀거든요. 좀 쉽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게 저희들의 목표였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심사위원들에게 잘 전달이 되어서 1등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드디어 발표의 시간.
첫 팀이 들고나온건 북한의 교통 문제로, 만성적인 연료 부족 해결을 위해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버스 도입을 대책으로 제시했고요.
[김재민/대학생(탈북민)] "북한 내에서도 전기차 생산이 지금 진행이 되고 있고요. 평양 시내같은 경우는 다 무궤도 전차로 전기 트레일을 이용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버스의 문제는 그렇게 어렵진 않고 금액적인 부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용수 부족 해결책으로 역시 태양광을 이용해 그 전력으로 풍부한 수자원을 끌어쓰자고 주장한 팀은 자체 제작한 개인용 태양광 발전 장비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각 팀이 북한의 사회문제를 선택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한건 북한 출신 팀원의 어릴 적 북에서의 경험이었다는데요.
때문에 아동 문제를 들고나온 팀이 유독 많았습니다.
북한 양강도에 산재해있는 폐건물들을 아동 돌봄시설로 활용해 방치돼 있는 아동들을 보살펴주자는 의견부터,
[이수아/대학생(양강도 출신 탈북민)] "탁아소는 국가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자녀들만이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자녀들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거나 아니면 집에 고립되어 있거나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비좁고 위험한 비포장도로를 1시간 넘게 걸어 통학해야 하는 함경북도 무산군에 남한과 같은 학부모 통학도우미나 일본처럼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단체통학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소람/대학생(무산군 출신 탈북민)] "북한 무산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확산이 되어 북한 전체 아이들의 안전과 인권이 향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동 인권 문제를 선택한 팀.
[박연경/대학생] "아동유아기 시기는 인권감수성 향상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나의 존엄성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중과 같은 인권의 가장 기본적 가치인 보편성을 학습하기에 최적의 시기입니다. 그래서 북한 아동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인권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다면 인권에 대한 인식 미비 역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인권을 강조한 동화를 제작했고, 이를 팟캐스트 오디오 방송으로 북한에 직접 송출하거나 USB에 담아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시키는 방안을 제시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모든 나무사람은 어떤 모양이든, 재주를 부릴줄 알든 모르든, 사랑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너는 정말 소중하단다."
각종 질병을 야기시킨다는 북한의 식수문제 해결을 위해, 백두산의 들쭉을 공급받아 남한에서 들쭉차로 판매한뒤 그 수익금으로 정수제품을 제공하자는 방안도 호평을 받았고, 잘못된 의학 지식, 특히 경시되어 왔다는 여성 생리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생리 교육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보급하자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영수/심사위원장(북한연구소장)] "한 팀이, 남북이 하나가 됐다 해서 북한에서 온 사람이 북한 문제를 정통하게 설명할 수 없었을 거에요. 그렇지만 처음으로 이렇게 시도해서 하이브리드로 한 팀이 된다는 건 굉장히 의미가 있죠. 통일 상상력을 키우는데는 이러한 시도가 최고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느껴가며 하나를 도출해본 남북의 청년들.
[오지원/탈북민(대학생)] "협력하여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줄 수 있어서 이 활동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고 되게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향후 한반도에서 펼쳐질 이들의 미래일 것입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65221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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