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개 구단 포지션, 누가 누가 잘했나 [경기장의 안과 밖]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말은 스포츠에도 적용된다. 가령 축구팀의 공격력은 개별 선수 능력치의 합보다 클 수도 있다. 선수 간의 유기적 상호작용으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구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타순에 따라 공격하기 때문에 타자와 타자 사이에 ‘유기적 관계’가 축구팀에 비해 적다. 결론적으로 ‘강한’ 야구팀이 되려면 ‘약한’ 포지션이 적어야 한다. 2025년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10개 구단 포지션별 경쟁력을 살펴봤다. 기준은 지난해 타자 공격력을 득점으로 환산한 wRC(가중 창출 득점)이다.
■ KIA 타이거즈 wRC 867.5(1위) / wRC 증가 +204.4(1위)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 팀 KIA의 데이터는 역시 대단했다. 2023년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무려 204.4점 상승을 이뤄냈다. MVP 3루수 김도영은 이 포지션 득점력을 전년 대비 66.6점이나 끌어올렸다. 한준수와 김태군이 번갈아 마스크를 쓴 ‘더블 포수’ 체제도 효과를 냈다. 이 포지션에서 3루 다음으로 높은 wRC 47.0점 상승 결과를 냈다. 3루와 최형우와 나성범이 번갈아 들어선 지명타자 포지션은 10개 구단 중 wRC 1위였다. 김선빈이 지킨 2루가 2위, 유격수와 우익수는 3위에 올랐다. 공격력을 위한 포지션인 1루가 8위로 가장 약했던 건 다소 아이러니다.
■ 삼성 라이온즈 wRC 742.8(7위) / wRC 증가 +134.3(3위)
2024년 삼성의 타선은 막강해 보였다. 하지만 잦은 주전 부상과 외국인 타자 부진으로 베스트 라인업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미지와는 달리 wRC 순위는 7위다. 하지만 2023년 대비 134.3점 증가로 증감 순위는 전체 3위였다. 구자욱이 우익수에서 자리를 옮긴 좌익수 포지션이 10개 구단 가운데 1위(130.2)였다. 2루수에서 옮긴 김지찬이 주전을 맡은 중견수(96.9)와 이재현·김영웅이 맡은 유격수(93.0)도 역시 1위. 9위인 3루(54.1)는 김영웅이 풀타임으로 뛰면 훨씬 나아질 것이다.

■ LG 트윈스 wRC 807.4(2위) / wRC 증가 +28.9(9위)
LG는 2023년 최고 타선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에도 wRC 기준 KIA 다음 순위였다. 하지만 공격 상승세가 정체된 시즌이기도 했다. 3루수, 중견수, 좌익수, 지명타자 포지션에선 wRC가 감소했다. 오스틴 딘이 지킨 1루수와 ‘출루의 사나이’ 홍창기의 우익수는 리그 1위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두 포지션을 제외하면 모두 wRC 순위가 5위 이하였다. 포수 포지션도 5위에 그쳤다. 박동원은 좋은 활약을 했지만 다른 구단 포수 공격력이 크게 올랐다. 외야 두 포지션은 실망스러웠다. 좌익수는 8위, 중견수는 9위에 그쳤다. 올해는 김현수와 박해민의 분발을 기대해야 한다.
■ 두산 베어스 wRC 751.0(6위) / wRC 증가 +130.4(5위)
두산은 강력하고 젊은 투수진을 자랑하는 팀이다. 반면 지난해 타자 쪽에서는 젊은 야수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wRC 순위와 증가분 순위는 모두 평범했다. 양의지와 정수빈이 주전인 포수와 2루수 포지션은 10개 구단 중 2위로 가장 경쟁력 있었다. 3루수와 지명타자도 4위로 양호했다. 하지만 주전 3루수 허경민이 FA로 이적했다. 젊은 후계자 영입이 시급하다. 유격수는 지난해 9위 포지션이었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키던 김재호는 은퇴했다. 좌익수 조수행은 지난해 도루 64개를 해냈다. 하지만 이 포지션 wRC는 10개 구단 최하위였다. wRC는 도루의 가치도 반영하는 지표다.
■ KT 위즈 wRC 759.1(5위) / wRC 증가 +128.1(6위)
지난해 KT의 문제는 3루였다. 주전 황재균의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는 0.692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0.700 선에 미달했다. 이 포지션 wRC는 무려 40.1점이나 감소했다. 10개 구단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두 번째로 나빴다. 그래서 FA 시장에서 허경민을 데려왔다. 지난해 최고 포지션은 포수. 장성우가 개인 통산 최다 홈런을 때려냈고 강백호가 포수로 88타석에서 wRC 16.8점을 더했다. 좌익수도 리그 2위. 주포 멜 로하스 주니어는 지난해 좌익수와 우익수를 반반씩 맡았다. 로하스가 우익수로 뛸 때 김민혁이 대단한 활약을 했다.
■ SSG 랜더스 wRC 733.0(8위) / wRC 증가 +63.4(8위)
경쟁력이 있는 포지션과 그렇지 않은 포지션 차이가 컸다. 국가대표 박성한이 주전인 유격수 포지션 wRC는 10개 구단 2위. 프랜차이즈 스타 최정의 3루,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지킨 좌익수, 최지훈이 부활한 중견수는 3위였다. 하지만 1루는 최하위, 2루수와 우익수도 9위에 그쳤다. SSG는 ‘유스 무브먼트’가 필요한 팀이다. 지난해 20대 이하 선수 타석은 10개 구단 중 8위, OPS는 최하위에 그쳤다. 이 점에서 지난해 1루수 고명준, 2루수 박지환과 정준재의 성장은 반가웠다.
■ 롯데 자이언츠 wRC 773.5(4위) / wRC 증가 +166.8(2위)
롯데는 지난해에도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타격은 인상적이었다. wRC 증가분 166.8점은 10개 구단 중 KIA 다음이었다. 젊은 타자들이 상승세를 주도한 점이 긍정적이다. 빅토르 레예스와 윤동희가 나눠 맡은 우익수가 2위로 순위가 가장 높았다. 전년 대비 53.3점 증가로 10개 구단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가장 컸다. 나승엽과 정훈이 지킨 1루도 3위였다. 윤동희가 황성빈과 나눠 맡은 중견수는 9위에서 4위로 다섯 계단 상승했다. 문제는 포수. 2023년 2위에서 지난해 10위로 추락했다. 8계단 하락은 리그 전체에서 최악이다.

■ 한화 이글스 wRC 698.8(9위) / wRC 증가 +132.8(4위)
9개 포지션 중 7개가 리그 평균 wRC에 미달했다. 4개 포지션은 8위 이하였다. 하지만 wRC 증가폭이 네 번째로 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3루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wRC가 2023년보다 상승했다. 가장 순위가 높은 포지션은 1루수와 2루수로 모두 4위였다. 두 포지션 모두에서 FA로 영입한 안치홍이 뛰었다. 전년 대비 포지션별 순위 변동은 거의 없었다. 3루수가 예외였다. 2023년 최고 타자 노시환이 OPS 0.823으로 부진하며 1위에서 5위로 네 계단 떨어졌다. 변화가 필요한 팀이다. 올시즌엔 FA 심우준이 주전 유격수를 맡는다.
■ NC 다이노스 wRC 785.1(3위) / wRC 증가 +93.2(7위)
정규시즌 9위로 추락했지만 타격은 강했다. 손아섭과 박건우의 부상이라는 악재도 있었다. 두 선수 부상으로 우익수 wRC는 20.2점 감소했다. 이 포지션으로 한정하면 리그 최대 감소였다. 약점이던 1루에는 홈런왕 매트 데이비슨이 맹활약했다. wRC 순위가 전년 대비 5계단 올랐다. 하지만 제이슨 마틴이 빠진 중견수는 다섯 계단 하락했다. 하지만 두 포지션 합산 wRC 증가분이 59.6점으로 성공적인 외국인 교체였다. 유격수는 9위에서 4위로 급상승했다. 김주원과 시즌 도중 키움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휘집이 모두 좋았다.
■ 키움 히어로즈 wRC 643.9(10위) / wRC 증가 +25.3(10위)
지난해는 보기 드문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10개 구단 평균 110.8점 향상이 이뤄졌다. 하지만 키움은 그 4분의 1가량에 그쳤다. 시즌 도중 김휘집을 NC로 트레이드한 유격수는 40.5점 감소했다. KT 3루를 제치고 최대 하락폭 기록을 세웠다. 반면 3루수는 +52.3점으로 내국인 선수가 주전인 포지션으로는 10개 구단에서 가장 향상됐다. 지난해 스타로 떠오른 송성문의 활약 때문이었다. wRC 순위도 김도영의 KIA에 이어 2위였다. 유일한 1위 포지션은 2루. 하지만 이 포지션의 주인 김혜성은 올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뛴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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