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설계' 3위 지멘스 "삼성전자 파운드리 있기에 첨단 공정 공급"

마이크 엘로우 지멘스EDA 실리콘 시스템 부문 최고경영자(CEO)가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지멘스EDA

인공지능(AI)의 급부상과 함께 고성능 반도체 설계 수요가 활발해지며 반도체설계자동화(EDA)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세계 3대 EDA 기업 중 하나인 독일 지멘스EDA는 AI 반도체에 적용되는 선단 공정과 첨단패키징 분야를 새로운 기회로 삼았다. 국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하며 고객사 확대를 노리고 있다.

마이크 엘로우 지멘스EDA 실리콘 시스템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있어야 5나노미터(㎚) 이하의 첨단 공정 기술을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며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3차원집적회로(3DIC)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도 중요한 시장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지멘스EDA가 자사와 협력업체의 기술 동향을 소개하는 '지멘스EDA 포럼 2024'와 발맞춰 열렸다.

EDA는 복잡하고 어려운 반도체 설계를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를 통칭한다. 반도체의 고집적화로 기본 억 단위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는 만큼 반도체 설계과정에서 EDA 활용은 필수다.

최근에는 선단 공정과 첨단패키징으로 반도체 설계, 제조가 더 고도화되면서 EDA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설계에서 간과한 사소한 오류가 제조 과정에서 불거지면 만들어 놓은 반도체를 버려야 한다. 고객의 신제품 출시 일정을 지키면서도 비용 손해를 줄이려면 제조를 시작하기 전 EDA를 활용해 면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세계 EDA 시장은 미국의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지멘스EDA가 과점하는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EDA 시장 점유율은 시놉시스가 32%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케이던스가 30%, 지멘스EDA는 13%로 3위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 반도체 설계, 제조 기업들은 이들 3사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엘로우 CEO는 AI와 함께 EDA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의 등장으로 세계적으로 반도체를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자국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인력을 수급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멘스EDA가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EDA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 제공=지멘스EDA

AI 반도체는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우 빠른 연산을 담당하기 때문에 강력한 성능이 필요하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관점에서는 가장 최신의 공정과 3DIC를 비롯한 첨단 패키징이 활용된다.

지멘스EDA는 선단 공정을 바탕으로 한 사업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가장 앞선 공정 기술은 3㎚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은 내년부터 2㎚ 공정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선단 공정 분야를 공략하는 지멘스EDA의 대표 제품군은 '캘리버'다. 현재 상위 50개 반도체 기업이 해당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반도체 회로가 제조 공정에서 실제로 제작되고 문제없이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물리적 검증 과정에서 주로 쓰인다.

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등 서로 다른 반도체를 쌓아 마치 하나처럼 구현하는 기술인 3DIC는 EDA 기업과 파운드리의 협업이 특히 중요하다.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고 전력 효율을 개선할 수 있지만 첨단 기술인 만큼 난도가 높고 비용도 비싸다. 생산 일정과 물량을 안정적으로 지키려면 EDA를 활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3DIC 분야에서 지멘스EDA의 강점은 열 관리다. 엘로우 CEO는 "최근 반도체의 열 문제를 예측하고 분석해 주는 신기술을 선보였다"며 "잠재적인 열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지멘스EDA는 삼성 파운드리와 3DIC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자사 EDA를 삼성전자의 최신 반도체 공정에 맞춰 최적화해 설계 효율성을 높였다. 고객들은 삼성전자의 최신 공정에서 지멘스EDA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AI 반도체 기업과의 추가적인 협력도 모색할 방침이다. 지멘스EDA 관계자는 "국내에는 새로운 팹리스(설계기업), AI나 자동차용 반도체 관련 기업과 협력 기회가 있다"며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디자인하우스와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