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542] ‘용의 뿔(龍角)’을 자를 것인가
세월이 갈수록 식물 쪽으로 관심이 간다. 30년 월급쟁이 생활 그만두고 나서 접사 렌즈 카메라 둘러메고 이 산 저 산 야생화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겠다.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제주도 서귀포에 취미로 미니 식물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이 양반이 좋아하는 식물은 소철(蘇鐵)이었다. 제주도는 소철이 자라기에 좋은 토양과 기후라는 것이다. 소철은 야자나무 비슷하지만 아니다. 공룡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 있는 과(科)이다. “왜 이름에 쇠 철(鐵)자가 들어갑니까?” “잎이 시들해지면 밑동에다 쇠못을 박거나 철분을 뿌려주면 다시 소생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요. 쇳가루를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소철 주인은 미국에서 14년 동안 ‘확률적 인과론’ 분야를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국내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얻지 못했다. 박사학위는 교수 자리를 얻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물고기가 대학이라는 연못 밖으로 내던져진 셈이다. 그 좌절감을 서귀포에 와서 소철 키우며 달랬다. “쇳가루는 식물한테도 필요하군요!” “사람한테도 필요하죠. 그 쇳가루가 쩐(錢)이고 주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주식이 한국을 이끌고 있어요. ‘삼전닉스’가 한국의 국운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봅니다. 조 선생님도 이 주식 사세요. 나는 풀베팅했어요.”
필자는 그동안 이 칼럼에서 10번도 더 넘게 한국이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운세에 있다고 쓴 것 같다. 잉어가 용으로 변하는 국운이다. 그런데 서귀포에서 소철 키우며 ‘쇳가루 주식’ 하는 사람한테서 국운이 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이건 내 전공인데! 전국구 조폭이 방심하다가 시골 논두렁 깡패에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하늘의 뜻은 민심에 있다는 이치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 민심이 지금 반도체에 온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성룡(成龍)의 용(龍)이 반도체였다는 사실을 소철 주인이 알려준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나의 재벌 기업이 아니다. 용이다.
19세기부터 이 땅의 여러 예언자가 후천개벽(後天開闢)을 예언하였다. 그 개벽이 반도체였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파업하면 용이 못 되고 이무기에서 멈춘다. 이무기는 뿔이 없다. 파업은 올라오는 용각(龍角)을 자르는 행위이다. 이번 정권의 최대 위기이자 승부처가 이 지점이라고 본다. 이걸 조정하지 못하면 정권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오영훈, “정동영 장관 면담 거쳐 북에 물품보냈다...민간 협력차원”
- 與 김영배, 장동혁 재선거 주장에 “오세훈 사퇴하면 보궐선거”
- [속보]李대통령 “삼전 등 초과이윤 논쟁 신중해야… 이제 트는 경제 새싹 밟을라”
- ‘22명 사상’ 부천 제일시장 차량 돌진 사고 낸 60대 운전자 …法, ‘금고 2년 6개월’
- [속보]李대통령 “초과세수로 빚 갚자는 주장은 바보짓”
- 대전 안전공업 화재 추가 합동 감식…“발화 추정지점 등 조사”
- 폭우와 강풍에 끄떡 없는 108 살대 3단 자동 우산, 1만4000원 초특가
- 경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 본격화
- 젠슨 황 “AI 혁명 초입”...최태원 “엔비디아와 AI 팩토리 구축”
- [속보] 李 “반도체 초과세수 활용안 마련... 주가조작·부동산 범죄 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