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도 1700만원인데 중국의 그 많은 로봇은 누가 살까
지방정부 훈련센터에 로봇 팔아 수익
훈련센터는 로봇 기업에 데이터 판매
빠른 혁신 속 버블 형성·수출 경쟁 격화

올해는 중국 로봇업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 최대 로봇 제조 기업 유니트리는 지난 20일 상하이 증시 상장 후 629%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애지봇 등 다른 로봇 기업들도 연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실탄’ 확보와 기술 혁신에 힘입어 올해 중국의 로봇 생산량이 최대 10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로봇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의문도 제기된다. 그 많은 로봇을 누가 살 것이냐는 것이다. 지난 20일 개막한 베이징 세계로봇대회(WRC) 등에서 공개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성능은 조리, 순찰, 물품 분류 등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현장에 전면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된다. 유니트리의 저가 로봇 G1도 판매가가 8만 5000위안(약1700만원)에 달해 교육·연구용으로 주로 쓰인다. 산업 현장에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이고 가정집에서 사용하기에는 비싼 이 로봇들을 사 줄 소비자가 있을까.
답은 중국의 ‘지방정부’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중국 인간형 로봇 제조업체들이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훈련 센터’에 주로 로봇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훈련 센터에서는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종해 물체 인식, 동작, 상황 판단 등을 학습시킨다. 학습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훈련센터는 다시 로봇 제조업체에 판매한다. 로봇 기업들은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활용해 기술을 끌어올리고 더욱 성능 좋은 로봇을 개발한다. 로봇 업체와 지방정부가 서로 로봇과 데이터를 사고팔면서 모두 수익을 거두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컨설팅 회사 인터랙터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중국 전역에 최소 90개의 훈련 센터가 만들어졌다. FT는 5분짜리 로봇 댄스 학습 데이터 비용이 최대 100만위안(약 2억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로봇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배경이라고 짚었다.
중국 빅5 로봇업체 중 하나인 유비테크는 지난해 지방정부 지원 훈련 센터에서 1억4000만위안(약287억7000만원)어치의 로봇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적자이지만 올해도 지방정부 수주를 통해 추가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역시 빅5 업체에 속하는 러쥐 로봇의 수익 45%는 지방정부 수주에서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지방정부와 민간의 강력한 수요를 근거로 올해 중국의 인간형 로봇 생산량 예측치를 기존 2만8000대에서 5만대로 상향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올해 중국의 로봇 생산량은 1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전자보가 발표한 ‘2025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연구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로봇 출하 대수는 약 1만4400대였다. 정부 수주에 힘입어 1년 만에 로봇 출하량이 최대 7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서 로봇 훈련 센터 운영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재정을 확보하고 투자와 인재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부 센터에서는 방학 중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센터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언뜻 보기에 로봇 기업과 지방 정부가 ‘윈윈 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FT는 투자자들이 로봇 기업과 지방정부가 로봇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모델이 실제 상업적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심한다고 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로봇 상용화 속도를 보면서 내년에 투자 가치를 재평가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FT는 현재 로봇 산업이 태양광 산업 초기 정부 구매를 믿고 기업들이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던 시절과 패턴이 유사하다고 짚었다.
다만 이 과정을 통해 중국 로봇의 기술 혁신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로봇 기술의 혁신에 필요한 양대 핵심 자원은 ‘전력’과 ‘데이터’로 꼽히는데, 중국 기업들은 전력을 저렴하게 공급받는 데다 데이터가 전국에서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트리 창업자 왕싱싱은 20일 WRC 연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낯선 환경에서도 스스로 작업하는 기술이 이르면 2∼3년, 늦으면 5∼10년 안에 구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박승찬 용인대 교수는 “현재 중국 모든 로봇 기업들의 화두는 출해(수출)”라며 “로봇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고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6위 이하 업체들은 정부 지원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고 수출로 활로를 뚫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로봇 기업은 30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191756001/amp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19155801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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