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로 돼지고기 단백질 생성...쇼킹

상추 등 식물을 이용해 돼지고기 속 핵심 단백질을 만드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학계는 고기 맛을 흉내 내는 식물성 대체육을 넘어, 식물 자체를 동물성 단백질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는 분자농업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상추와 담배의 엽록체를 유전자 조작해 돼지의 미오글로빈(myoglobin)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실험이 성공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미오글로빈은 척추동물의 근육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산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고기의 붉은색과 풍미 등 여러 특성에도 관여한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고등식물에서 미오글로빈을 안정적으로 생산한 첫 사례로 평가됐다.

상추와 담배 등 식물을 이용해 돼지고기 속 미오글로빈을 생성하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돼지 미오글로빈 유전자를 상추와 담배의 엽록체 유전체에 삽입했다. 광합성을 담당하면서 자체 DNA를 가진 엽록체를 일종의 단백질 생산시설로 이용했다.

그 결과 상추와 담배 모두 실제 돼지 미오글로빈을 만들어냈다. 상추에서는 전체 수용성 단백질의 약 1.5%, 담배에서는 약 2.7%를 차지했다. 건조중량 1㎏당 생산량은 상추 약 810㎎, 담배 약 800㎎이었다.

유전자 조작을 거친 식물은 대체로 정상적으로 성장해 꽃을 피우고 종자도 만들었다. 특히 종자를 다시 발아한 결과 삽입한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도 전달됐다.

유전자 조작한 담배의 생장과 꽃, 종자 발아 양상을 비교한 이미지. 왼쪽은 야생형, 오른쪽은 돼지 미오글로빈을 발현한 형질전환 개체다. <사진=임페리얼칼리지런던 공식 홈페이지>

동물 단백질을 만드는 식물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영국 식품기업 무렉(Moolec)은 돼지 유전자를 넣은 콩 피기 소이(Piggy Sooy)를 2023년 발표했다. 당시 회사는 콩의 단백질 중 돼지 단백질 비율이 무려 27%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여러 돼지 단백질이 아니라 고기의 색과 풍미에 중요한 특정 단백질 미오글로빈을 상추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상추에서 외래 헴단백질(hemoprotein)을 안정적으로 발현한 것도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직 실제 고기를 대신할 만큼 생산량이 많은 것은 아니다. 건조중량 기준 소 근육의 미오글로빈 함량은 이번 식물의 약 10배다. 다만 식물은 가축보다 토지와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환경오염도 적어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극복하면 장차 경쟁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영국 회사 무렉이 2023년 발표한 피기 소이. 일반 콩(위)과 피기 소이의 단면 비교도 <사진=무렉 공식 홈페이지>

기술적 과제는 여럿 확인됐다. 미오글로빈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철을 포함해 헤모글로빈의 전구체인 헴(heme)이 결합해야 하는데, 담배에서 생산한 미오글로빈 중 헴이 제대로 결합한 비율은 약 35%였다. 연구팀은 식물이 공급할 수 있는 헴의 양이 생산 확대의 병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앞으로 헴 생성과 대사를 조절해 생산량을 높이는 방법을 고안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식물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추출해 대체육에 넣거나,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작물을 직접 식품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기대된다.

학계는 콩이 돼지 단백질을 만든 데 이어 상추에서는 고기의 색과 풍미에 중요한 단백질이 생성된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밭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하는 분자농업의 구상이 점차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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