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로 강등된 마노아, 결국 결단 내린 토론토[슬로우볼]

안형준 입력 2023. 6. 7. 07:12 수정 2023. 6. 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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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결국 토론토도 더는 참지 못했다. 결단을 내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6월 6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홈경기에서 4-11 완패를 당했고 4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이날 패배의 '원흉'은 명확했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알렉 마노아였다.

마노아는 그야말로 최악의 피칭을 펼쳤다. 1회초 선두타자에게 초구 안타를 허용하며 경기를 시작했고 이후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아내는 동안 6점을 내줬다. 1회초 9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안타, 번트안타, 적시타(1점), 뜬공, 적시타(1점), 볼넷, 만루홈런, 안타, 안타'를 차례로 내준 마노아는 0.1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6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은 남기고 1회 1사에서 강판됐다.

더는 두고볼 수 없는 최악의 피칭. 토론토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감독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밝힌지 하루 뒤인 7일, 마노아를 마이너리그로 보냈다. 트리플A도 아닌 루키리그로 보냈다. 실전에 나서는 대신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있는 훈련부터 다시 실시한다는 것이다.

시즌 개막전부터 시작된 부진의 흐름이 기어코 최악의 피칭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올시즌 토론토의 개막전 선발투수였던 마노아는 개막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3.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시즌 두 번째 등판이던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4.1이닝 3실점, 4.2이닝 7실점을 기록했다.

5번째 등판이던 4월 23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다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마노아는 이후 8경기에서 31.2이닝 26자책점(ERA 7.39)를 기록했다. 토론토는 마노아가 등판한 최근 7경기에서 모두 패했다(마노아 6패). 이날 시즌 7번째 패전을 떠안은 마노아의 성적은 1승 7패 평균자책점 6.36, WHIP(이닝 당 출루허용율) 1.90이 됐다.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이었다. 지난해 31경기 196.2이닝, 16승 7패, 평균자책점 2.24, WHIP 0.99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던 투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치를 썼다. 13경기에 선발등판했음에도 5회 이전 조기강판이 8차례나 돼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WHIP 1.90은 현재 규정이닝 WHIP 최하위인 그라함 애쉬크래프트(CIN)의 1.60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나쁜 수치였다. 마노아는 사실상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뛸 '수준'이 되지 않는 공을 던지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구속이 근소하게 떨어진 것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제구. 최근 마노아의 피칭을 보면 그저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들어가는 것에 감사해야 할 정도다. 포심과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마노아는 지난해 '하이 패스트볼과 우타자의 바깥쪽 낮은 코스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좌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싱커,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의 확실한 피칭 플랜이 있는 투수였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아니다. 물론 마노아가 플랜 없이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피칭 플랜을 실현시켜 줄 제구력이 사라졌다. 철저히 낮게 제구돼야 할 싱커는 가운데-높은 코스에 주로 형성되고 있고 포심은 제구가 워낙 중구난방이라 사실상 '탄착군'이라 부를만한 것조차 사라진 상태다. 그나마 체인지업의 제구가 가장 나은 상태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 것조차 힘겨운 속구로는 체인지업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올시즌 마노아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마노아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공 4개를 던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거나 간신히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 것이 고작인 한가운데 높은 싱커를 받아쳐 좋은 타구를 양산해냈다. 그야말로 '배팅볼 투수'나 다름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4월 중순부터 꾸준히 부진한 마노아였지만 이날 부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것조차 버거웠다. 지난 2경기 연속 조기강판으로 '바닥'을 본 듯했던 마노아였지만 그보다 더 최악이 남아있다는 것을 이날 증명했다.

토론토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너머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팀. 사실상 '필패 카드'를 계속 기용할 여유는 없었다. 마노아를 계속 선발 로테이션에 두며 반등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왔고 결국 마이너리그 강등의 강수를 뒀다.

가장 쉽고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데뷔 3년차 마노아는 마이너리그 옵션이 남아있는 선수. 마이너리그 강등에 걸림돌은 없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도 선수 입장에서도 최선이었다. MLB.com은 데뷔 3년차에 최악의 부진을 겪은 뒤 4년차 시즌을 앞두고 싱글A로 향해 매커니즘을 다시 정비한 '레전드' 로이 할러데이의 길을 마노아도 따라갈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루키리그로 향한 마노아는 이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1이닝을 막아내는 것조차 버거운 마노아를 메이저리그 내에서 보직변경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지금은 최악의 모습이지만 마노아는 결국 토론토가 어떻게든 '살려내' 에이스로 다시 복귀시켜야 하는 투수. 메이저리그에서 패전처리로 기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개막전 선발투수까지 맡았던 25세 영건 에이스가 이렇게 끝모를 추락을 겪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게 야구다"던 마노아와 "그래도 선수가 긍정적이지 않느냐"던 토론토 구단 모두 이제는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과연 마노아는 남은시즌 반등하며 빅리그 마운드에서 다시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을까. 류현진을 유독 따르던 영건은 데뷔 후 가장 큰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자료사진=알렉 마노아)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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