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풀리고 침 흘리고"…경찰, 새벽 강남클럽 마약·약물운전 단속[현장]
경찰, 쓰레기통·화장실·천장 등 수색
클럽 근처 도로에선 약물운전 단속
1호 약물단속 검사자 훈방조치 귀가
시민 "남이 주는 술은 바닥에 버려"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 "눈이 풀리고 침을 흘리고, 화장실 밖에서 위협적으로 문을 발로 차서 나가 보니 술 취한 거랑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신고했죠 그래서."
토요일인 28일 오전 2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 근처에서 만난 박모(23)씨는 클럽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박씨와 친구 김모(23)씨는 놀라서 마약류 투약 의심자를 경찰에 신고했다. 마약은 이미 클럽 등 유흥가 깊숙이 스며들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1시30분께부터 신사동 일대 클럽 1곳을 대상으로 마약 단속을 진행했다. 단속에는 마약수사대 10명, 형사기동대 1개반, 기동순찰대 7명, 서울시청, 강남구청, 강남소방서 등 유관기관에서 29명이 참여했다.
오전 1시43분께 신사동의 한 클럽 앞. 클럽 입구에 약 60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경호원 약 9명이 클럽에 입장하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거나 안전을 살피고 있었다.
취재진은 경찰, 시청 관계자들과 함께 신사동의 한 클럽에 진입했다. 클럽에 들어가자 뿌연 연기가 눈 앞에 펼쳐졌다. 연기 사이로 붉은색, 푸른색 조명이 클럽을 비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가득했고, 바닥이 울릴 정도로 큰 음악 소리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경찰은 화장실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화장실은 마약류를 숨기는 곳으로 잘 알려졌다. 경찰은 화장실 입구의 쓰레기통을 막대로 뒤지고, 화장실 안에서는 거울 뒤, 천장, 휴지통, 세면대 등을 손전등으로 비추면서 손으로 쓸었다. 마약류가 숨겨져 있는지 점검했다.
화장실에는 "화장실 2인 이상 출입금지 적발 시 마약 투약 또는 거래 현장으로 간주하여 관할 경찰서로 즉시 인계하오니 이에 사전 경고합니다"라고 적힌 클럽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마약 단속은 클럽 등 유흥업소 마약류 범죄를 단속하고 예방하기 위한 가시적 활동 차원의 단속으로, 약 20분 동안 진행됐다.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단속을 마치고 나온 박원식 강남경찰서 형사2과장은 "마약류가 가장 많이 유통되고, 사회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장소가 클럽 등 유흥가로 보인다"며 "클럽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마약 범죄의 온상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경찰은 마약류 단속을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지하철 3호선 신사역 2번 출구 앞 도로에서는 경찰 약 7명이 한 시간 30분 동안 마약류 등 약물운전 특별단속을 했다. 음주 및 약물운전 단속에 나선 건 강남경찰서가 전국 최초다.
기존 음주 단속은 측정 결과 음주 반응이 없으면 운전자를 보냈지만 음주 및 약물운전 특별 단속은 다르다. 경찰은 갈지자 운전, 급발진, 급제동 등 운전 방식이나 안면홍조, 동공 등을 살피고, 특이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타액형 간이시험 키트인 오랄톡스(OralTox)로 검사를 진행한다.
이날 오전 2시30분께 1호 약물단속 검사자가 나왔다. 한 여성 운전자가 음주단속에 적발돼 갓길에 차를 세우고 오랄톡스를 이용한 검사를 받았다.
여성은 "클럽에 있다가 나왔지만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전날에 마셨고 오늘은 안 마셨다"고 부인했다.
풍선을 불듯 숨을 5초간 몰아 쉰 여성의 1차 측정 결과는 0.02%로 훈방 수치였다. 경찰은 곧이어 침으로 마약류 투약 여부를 확인하는 오랄톡스 측정을 시작했고, 약 10분 뒤 마약류를 투약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은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뒤 귀가 조치됐다.
이상범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경찰청에서 추진하는 유흥업소, 클럽 마약 단속과 더불어 약물운전의 문제성을 지적하기 위해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며 "최근 강남경찰서 관내에서 약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취재진이 신사동의 클럽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클럽 등 유흥가에서의 마약류 투약·유통의 위험성과 단속 필요성에 공감했다. 여성 시민들은 남이 주는 술은 먹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강남구의 클럽에서 약 반년 동안 MD로 일했다는 김모(22)씨는 "클럽 화장실에 2인 이상 들어가면 경호원들이 마약 투약 및 거래 현장으로 인지해서 업장 밖으로 내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클럽에서는 모르겠는데 호텔 풀 파티에서 마약 하는 게 없지 않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날 클럽에 다녀왔다는 박모(23)씨는 눈이 풀리고 침 흘리는 사람을 직접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 그는 "남이 주는 술을 마셨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바닥에 다 버린다"며 "경찰의 마약 단속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클럽에 간다는 박시형(27)씨도 주는 술을 받아먹지 않고 직접 사 먹는다. 박씨는 "마약 단속에 찬성한다. 말 그대로 저희는 모를 수가 있기 때문에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임의로 꾸준히 단속한다면 더 시민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이 공허해서 사람들이 마약을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클럽 등 유흥가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358명이다. 2021년 161명, 2022년 454명, 지난해 686명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클럽 등 마약류 사범이 전체 마약류 사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2021년 1.5%에서 2022년 3.7%, 지난해 3.9%, 올해(1∼7월) 4.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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