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자치 옥죈 尹정부 교육정책, 이재명 정부서 숨통 트이나

한형진 기자 2025. 6. 22. 13: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과 제주] ⑩ 윤석열정부 일방적 교육 정책 
디지털교과서, 유보통합, 늘봄교실 등 조정 불가피
대한민국과 제주의 선택은 이재명이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제주 역시 정권 교체의 바람 속 일대 변혁을 마주하게 됐다.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새정부가 출범하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파를 전망이다. 제주 제2공항, 제주 신항만,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4.3의 완전한 해결, 미래산업 재편까지. [제주의소리]는 제주를 둘러싼 과제가 산적한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과 파급력을 분석하고, 주요 과제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문제적 교육 정책들의 방향이 어떻게 수정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교육정책 역시 많은 부작용을 남겼다. 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유보통합, 늘봄교실 등 중요한 교육정책을 충분한 준비나 의견 조율 없이 하달하듯 추진하면서, 제주교육청은 큰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AIDT는 서책형이 아닌 노트북, 태블릿PC를 활용한 전자 교과서다. AIDT는 시작 전부터 막대한 예산 부담과 문해력·집중력 하락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제주에서도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교원·교육 단체들이 AIDT의 신중한 도입을 촉구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도입을 밀어붙였다. 국회가 나서서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 개정안을 통과시켰음에도 윤석열 탄핵 이후 등장한 권한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올해 새 학기부터 AIDT는 교과서로 현장에 도입됐다. 제주지역은 초등학교 전체 114곳 가운데 62곳, 중학교 전체 45곳 가운데 23곳, 고등학교 30곳 가운데 14곳이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했다. 과목은 초등학교는 3~4학년 영어·수학, 중·고등학교는 1학년 영어·수학·정보에 한정한다.

AIDT는 수업 과정에서 일부 편의성은 유용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지난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AIDT 활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응답한 제주지역 교사 106명 가운데 80.5%가 "수업에 거의 활용하지 않거나 30% 미만만 사용한다"고 답했다. 81.7%는 "수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2학기에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응답"은 10%, "조건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11.4%에 그쳤다.

최근 대구교사노조가 주관해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교육가족 2만741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도, AIDT가 성급하게 도입됐다며 부정적인 여론이 나타난 바 있다. 

제주교육청 관계자는 "AIDT는 1년 혹은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은 상태다. 교육부에서 AIDT에 대한 입장이나 지침이 내려오진 않은 상태"라며 "만약 AIDT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가 된다면 다른 교육자료처럼 수요자 지불 원칙에 따라 학교에서 구독료를 부담하게 된다. 도입 여부는 현재처럼 학교 별 운영위원회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될지 여부, 그리고 AIDT 구독료 지원 여부에 따라 향후 AIDT 활용 방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유아학교연대'는 7일 오후 3시부터 교육청-도의회 앞 인도에서 '졸속적 유보통합 반대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유보통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교육청이 모두 관리하는 정책이다. 지자체가 담당하던 보육(어린이집) 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해야 한다. 또한 서로 다른 교사 자격에 대한 기준 마련, 예산과 인력 이관 및 재정 지원 등 정리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다 이해관계 역시 첨예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유보통합 역시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속도조절을 주문했으나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특히, 2023년 12월 영·유아 보육 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넘기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최근까지 후속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교육청과 지자체의 고민은 더욱 깊어갔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보통합은 지난해 말 상태에서 그대로 멈춰있는 상태다. 시범 사업만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사실상 숨고르기 하는 상태"라며 "이전 정부와 달리 새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세워준다면 더 이상의 혼선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당시 늘봄학교 정책을 소개하는 KTV 화면 / 사진=KTV

늘봄학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초등학교 모든 학년이 학교에서 머무는 개념의 정책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돌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통합·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늘봄학교는 애초 2025년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교육부는 1년 앞당긴 2024년부터 도입하면서 학교 현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간제 교원 채용, 공간 확보 등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2026년부터 늘봄학교 대상을 6학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라 예산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극우 성향의 교육단체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참여 의혹이 일부분 사실로 드러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다.

올해 제주교육청 늘봄학교 예산은 285억7973만원. 내년에는 최소 400억원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주교육청 입장에서는 이전 계획대로 늘봄학교 대상을 6학년까지 늘릴지, 그에 따른 예산을 정부가 충분히 투입해줄지 명확한 정책 방향을 기다리는 중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AIDT, 유보통합, 늘봄학교 등을 추진하면서 소요되는 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시도 교육청의 교육 자치가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5년 6월 4일부터 시작된 이재명 정부의 교육 공약을 보면, 앞선 정책을 안착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 공약을 살펴보면 ▲교육·보육의 질을 높이는 정부 책임형 유보 통합 추진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수업료 지원 확대 ▲지자체 협력형 초등돌봄 추진 ▲국가책임 공교육으로 사교육비 부담 경감 등이 포함됐다.

문제가 된 유보통합, 늘봄학교를 폐기하기 보다는 합리적으로 운영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향이 읽힌다. 정부조직 개편, 사업 시행 등 이미 진행된 상태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DT는 감사원이 AIDT 도입 과정을 감사하고, 언급한대로 현장에서 우려가 끊이질 않는 만큼, 내년 새 학기부터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취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