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흔들리자 오세훈의 정치 시계는 빠르게 돈다

박성의 기자 2024. 9. 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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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위기의 대통령에 덩달아 출렁…吳, 與의 대안으로 ‘존재감’ 커져
‘尹과 밀월관계’ 없고 ‘여의도 세력’ 없는 게 ‘약점이자 강점’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한동훈호가 야심 차게 닻을 올린 지 50여 일,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하자 여권에선 벌써부터 '포스트 한동훈'이 언급되기 시작됐다. 현시점 가장 강력한 한동훈의 대항마로 언급되는 이는 '4선 서울시장'인 오세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마찬가지로 원외 정치인이자 당내 세력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오히려 이런 약점들이 대중에게는 '참신함'과 '여권을 개혁할 혁신 행정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오 시장의 행보는 분명 예사롭지 않다. 정계와 언론계를 아우르는 이들이 참모진에 새로 합류한 가운데, 정치 현안을 두고 한동훈 대표와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5선 서울시장 도전'보다는 사실상 '대권 도전'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연 오세훈은 한동훈을 넘고 '별의 순간'을 잡을 수 있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26일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개최된 '제1회 서울시 유리지 공예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성과 없는 '韓의 50일', 빈자리 파고들어

지난 전당대회에서 원희룡도, 나경원도, 윤상현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지난 7월 '야인 한동훈'은 70%에 육박하는 당심을 업고 '집권여당 대표 한동훈'이 됐다. 한 대표는 7월23일 당대표 당선자 수락 연설을 통해 "우리 당원 동지들과 국민 여러분들은 오늘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하셨다"며 "민심에 대한 반응, 미래를 위한 유능함, 외연 확장이 국민이 선택하고 명령하신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한동훈의 시간'이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 용산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한 대표가 말한 '변화'의 방향이 윤석열 정부의 '지향점'과 어긋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실제 한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시사저널과 만나 "김건희 여사는 총선 당시 대국민 사과 의사가 없었다" "채 해병 제3자 특검법은 합리적인 대안이다" "수직적 당정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등의 주장을 펼치며 앞선 여당 지도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예고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예고했던 변화의 세기, 속도는 여론의 예상치를 다소 밑도는 모습이다. 실제 한 대표가 주장했던 '채 상병 제3자 특검법'은 당내 반대에 부닥치며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는 최근 검찰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팩트와 법리에 맞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얘기지만, 그간 이 사건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왔던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반응이다.

한 대표가 용산과의 '차별화'와 '공존'이라는 난제에서 묘수를 찾지 못하는 사이, 그가 공약했던 '당의 외연 확장'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시사저널이 8월29~31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1명에게 물은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체 정당 지지율은 각각 38%, 36%로 오차범위 내 팽팽했지만 중도층에서는 35%, 26%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수도권과 청년층에서도 역시나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차기 대권후보 다자대결 결과 서울에선 이재명 38%, 한동훈 28%로 집계됐으며, 경기·인천에선 45%, 20%로 더 벌어졌다. 20대 응답자에선 이재명 36%, 한동훈 16%로 집계됐으며, 30대에선 39% 대 20%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월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미리 꾸린 내각, '시청 6층' 사실상 대선 캠프

한 대표가 고전하면서 그의 대항마들은 기회를 잡은 모습이다. 당장 여당의 위기와 한 발짝 떨어져 있으면서, 한 대표 못지않은 인지도, 그 이상의 정치 경륜을 갖춘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의 강력한 경쟁자로 언급된다. 오 시장 역시 세간의 이 같은 평가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8월14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대선 출마 가능성이 50%대 50%에서 51%로 진전됐다"며 한 대표보다 '종합행정 경험'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미 정치권에선 시장실과 비서실 등이 위치한 '서울시청 6층'이 사실상의 '오세훈 대선 캠프'라는 분석도 나온다. 취재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곳에서 국민의힘뿐 아니라 개혁신당, 민주당 출신 인사 등을 폭넓게, 수시로 접촉하면서 차담 등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오 시장은 최근 정치·외교와 행정·법조·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가 포진한 '시정 현안 조언' 고문단을 위촉했는데, 이들이 오 시장의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나아가 오 시장은 지난 6월 국민의힘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지낸 김병민 정무부시장을 임명한 데 이어, 여권 중진 의원의 보좌진, 전직 언론사 정치부 기자 등을 연이어 시청의 '스핀 닥터'(고위 관료의 메시지 등을 담당하는 PR 전문가)로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모진을 강화한 오 시장은 '정치 보폭'도 점차 넓혀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4선 시장이 된 후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고 서울디딤돌소득(생계), 미리 내 집(주거), 서울런(교육), 공공의료 확대(의료) 등 취약층을 위한 4대 분야 정책 시리즈를 선보였다. 여야 정쟁,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면서 민생을 챙기겠단 의지로 읽혔다. 그러나 한동훈호가 출범한 뒤로는 '행정가'가 아닌 '정치인'에 가까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모양새다. 자신의 영역인 서울에 국한된 이슈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사회, 안보를 망라하는 '전국구 화두'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개진하기 시작했다.

오 시장은 9월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핵잠재력 확충이 필요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김정은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며 또 한 번 도발을 감행했다"며 자체 핵무장론을 주장했다. 다음 날인 14일에는 방한 중인 노바크 커털린 전 헝가리 대통령을 만나 합계출산율 0.7명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논했다. 같은 날 오 시장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 공백 사태에 처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도 찾았다. 이후 SNS에 글을 올려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 대란에 대비한 시 차원의 대안을 열거했다. 앞서 오 시장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자 의료계가 경질을 요구하는 보건복지부 차관의 결단도 요구했다.

오 시장은 한 대표가 띄운 '지구당 부활론'에도 연일 제동을 걸고 있다. 오 시장은 9월18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지구당 부활 주장을 "정말 무리스러운 강변"이라고 비판했다. '정치 신인 등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지구당을 되살려야 한다'는 한 대표의 주장에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부활을) 절실하게 바란다"면서도 선거 때 당협위원장을 했던 사람에게 다 공천을 주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구당 부활은) 기득권을 가진 분한테 유리한 선물을 주는 셈"이라고 거듭 꼬집었다.

험난한 尹·韓의 오월동주, 吳 '별의 순간'은?

그래서 '오세훈의 시간'은 올 수 있을까. 현재로선 기회의 문이 절반 정도 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회와 위기의 요인이 다 있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 앞에 한동훈호도 흔들리고 있지만, 그 대안이 '오세훈호'라는 판단을 당심이, 민심이 아직 확실히 내리지는 않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9월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통령 후보 호감도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는 42.4%, 한 대표는 20.7%를 얻었다. 오 시장이 3위로 뒤를 이었으나, 호감도(7.1%)는 한 대표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보수 핵심 지지기반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에서도 한 대표는 27.5%를 얻은 반면, 오 시장은 4.7%로 홍준표 대구시장(10.3%)보다 낮았다. 오 시장은 안방인 서울에서도 10.8%의 호감도를 얻으며, 한 대표(25.1%)에게 밀렸다.

'당심'을 업은 친한(親한동훈)계와 '윤심'을 앞세운 친윤(親윤석열)계 사이, 원내 뚜렷한 친오(親오세훈)계가 없다는 점은 오 시장의 숙제로 지목된다. 당내 지지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대선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오세훈의 시간'을 기다리는 진영에선 '시간은 오세훈의 편'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오월동주'인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운명공동체로 엮여 있는 것과 달리, 당 바깥에서 별동대를 꾸린 오 시장에겐 반전을 노릴 기회와 운신의 폭이 더 넓을 것이란 시각에서다.

이 같은 전망과 분석에 대해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최근 오 시장의 행보는 한 대표나 대권을 의식한 것이 아닌 '책임감'에 기반한 것"이라며 "의료 대란에, 폭염에 민심이 어렵지 않나. 당의 책임 있는 중진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서울시장으로서 국민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분주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도 시장이자 정치인으로서 여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활발한 정치 행보를 예고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시사저널 여론조사는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조사를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응답률은 2.1%다. 여론조사공정의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방식 ARS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2.5%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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