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금 58억원 10년째 방치된 이유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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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회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해 출연한 50억원이 10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가장 많이 양산한 옥시는 2014년 3월 폐 소상을 입은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환경부와 환경부 산하 환경보전원(당시 환경보전협회)과 기금 출연 협약을 맺고 50억원을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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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방치돼 이자만 8억…총 58억원 ‘공전’
현재 정부 인정 피해자 5787명 “정신적 피해”
“환경부가 지원금 활용방안 적극 마련해야”
가습기 살균제 회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해 출연한 50억원이 10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대로 방치되면서 쌓인 이자만 8억원이 넘어 환경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보전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옥시가 10년 전에 출연한 50억원 중 사용된 금액은 2700만원이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무국 운영 경비로, 2014년 이후 추가 집행은 없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가장 많이 양산한 옥시는 2014년 3월 폐 소상을 입은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환경부와 환경부 산하 환경보전원(당시 환경보전협회)과 기금 출연 협약을 맺고 50억원을 기탁했다.
당시 환경부는 기금 활용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려 했다. 운영위는 피해자들에게 기부금을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었지만,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로 구성조차 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옥시가 책임 인정과 피해에 대한 정식 사과 없이 기부금으로 상황을 면피하려 한다며 기금 수령을 거부했다. 결국 현재까지 기금 운영위 구성이 미뤄지면서 옥시 출연금은 어느 곳에도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10여 년째 쌓인 이자 8억4900만원을 포함해 현재 환경보전원 계좌에 약 58억원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출연금을 활용하기 위해 옥시와 환경부가 맺은 협약서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전 맺은 협약의 내용이 피해자의 범위를 협소적으로 본다는 이유에서다.
참사 초기 정부는 폐 손상 판정 기준을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 2단계(가능성 높음),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 등으로 구분했다.
옥시는 이 같은 구분을 바탕으로 1, 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협약서에 ‘원인 미상의 간질성 폐 질환 환자들 및 가족들을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당시 신고된 피해자 규모는 100~20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간질성 폐 질환’뿐 아니라 ‘천식’, ‘폐렴’, ‘태아 피해’ 등을 포함한 5787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옥시가 출연금을 회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참사 후 6년 만인 2017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제정되면서 옥시는 출연금과 별개로 분담금 약 1300억원을 냈다. 옥시가 이미 구제법에 따른 분담금을 낸 만큼, 장기미집행 되고 있는 출연금에 대해 환수를 요구할 수 있지 않겠냐는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미집행 기금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전체 피해자를 아우를 수 있는 구제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한 환경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조직정책팀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환경부가 피해자들의 의견이 다르다는 구실을 삼아 뒤로 빠져있는 사이 기금이 장기적으로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부가 피해자 지원이나 배상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득구 의원은 “10여 년 동안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지원도 없이 돈을 쌓아두고만 있는 것은 환경부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환경부는 옥시 출연금을 바탕으로 피해자 심리 상담과 구제를 도울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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