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미등록 TV에 ‘5년치 수신료’ 폭탄… 감사원 “법적근거 없는 부당징수”

김경필 기자 2023. 3. 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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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승일(가운데) 한전 사장이 TV 수신료 징수에 관한 질의를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한국방송공사(KBS)가 TV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은 미등록 TV보유자들에게 법에 따라 걷을 수 있는 추징금의 최대 5배에 달하는 금액을 임의로 걷어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처는 이런 부당 징수를 할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KBS에 여러 차례 통보했으나, KBS가 통보를 무시하고 10년 넘게 징수를 강행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KBS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당 징수한 수신료를 모두 환급하라고 권고했다.

방송법에 따르면, TV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TV를 소지한 사람은 KBS에 TV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내야 한다. 현재 KBS 수신료는 월 2500원, 1년에 3만원이다. 그런데 감사원이 14일 공개한 ‘KBS 수신료 부과 관련 감사제보사항’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미등록 TV를 적발한 경우 보유자에게 최대 5년치 수신료를 소급해 징수해왔다. 해당 TV를 갖게 된 시점을 파악해, 그때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이 5년이 되지 않았으면 해당 기간만큼의 수신료를 청구하고, 5년이 넘었으면 최근 5년치에 대한 수신료를 청구했다.

그러나 이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방송법에 따르면 TV가 있는데도 TV를 등록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KBS는 1년치 수신료에 해당하는 추징금만을 부과할 수 있다. 방통위와 법제처는 2011년 KBS에 방송법과 방송법 시행령을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고 알려줬지만, KBS는 ‘정부의 유권해석에 이견이 있다’는 점을 방통위에 통보하고는 ‘최대 5년치 수신료’ 징수를 계속했다. 법제처가 2020년 앞서와 같은 취지로 방송법 시행령을 재차 해석했지만 KBS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KBS가 201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12년간 미등록 TV에 대해 징수한 수신료 23억9000여만원 중 7억6000여만원이 KBS가 부당하게 초과 징수한 금액이었다. 감사원은 “KBS는 수신료 납부 의무 발생 시점 및 부과 기간 등을 임의로 유추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초과 징수한 수신료는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환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현재 KBS는 전 가구에 TV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합산해 일괄적으로 징수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등록 TV를 찾아내면 이에 대한 수신료도 추가로 징수하고 있다. 수신료를 내지 않으려면 국민들이 개별적으로 자기 가구에 TV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감사는 KBS가 지난해 서울·경북 등 각 지역의 학교를 조사해 미등록 TV를 찾아낸 뒤 5년치 수신료를 청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진행된 것이다.

KBS는 “감사원의 기준에 따르면 TV를 소지하고도 등록을 지연할수록 금전적 이득을 보게 되는 등 수신료 제도 운영에 형평성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반면 감사원은 “현행법은 TV의 최초 소지 시점을 일일이 확인해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TV 미등록자에게 1년분 수신료만 환수하도록 규정한 것이므로, 관계 법령을 위반해 수신료를 부과·징수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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