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국산차 판매…그랜저, 초기 품질 논란에도 '1만1000대 돌파'
5월 국내 완성차 업계는 전년(11만9807대) 대비 8.8% 성장한 13만389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수요가 풀리고 반도체 공급난까지 해소되며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간판을 바꾼 KG모빌리티와 오랜만에 신차 효과를 본 한국GM도 서서히 회복세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5만6252대로 10.0% 늘어나며 여섯 달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은 그랜저(1만1648대)가 이끌었다. 지난 2020년 11월 이후 무려 30개월 만에 1만1000대를 넘겼다. 신형 그랜저는 나오자마자 다양한 초기 품질 문제를 겪었지만, 판매량에서는 '국민차' 자리를 완전히 되찾은 모습이다. 특히, 가격이 높은 하이브리드(6897대)가 내연기관(4684대)보다 많이 팔린 점은 고무적이다.
2위는 포터, 8061대다. 이 중 전기차는 2485대로, 전기차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아이오닉5(2396대)나 EV6(1894대), 아이오닉6(1117대) 모두 포터 일렉트릭보다 적었다.
세단에서는 쏘나타(2630대)가 페이스리프트를 앞두고 주춤했다. 다만, 앞서 부분변경을 거친 아반떼(6599대)의 성적이 좋은 것을 보면, 쏘나타도 남은 하반기를 기대할 만하다. SUV는 팰리세이드(3553대)와 캐스퍼(4064대)가 버텼지만 코나와 투싼, 싼타페 모두 기아에게 밀렸다.
기아는 5만364대로 6달 연속 2위다. 누적 실적에서도 현대차와 격차가 3만대 가까이 벌어졌다.
다만, 카니발(6695대)과 쏘렌토(6499대), 스포티지(6185대) 등 RV 3총사의 선전은 돋보였다. 브랜드 내 순위에서도 1~3위를 싹쓸이했다. 특히, 쏘렌토와 스포티지는 각각 경쟁 모델인 싼타페와 투싼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여기에 셀토스(4792대)가 세그먼트 내 1위를 유지하며 힘을 보탰고, 니로(2452대)도 특유의 경제성을 앞세워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셀토스는 별다른 이슈가 없었음에도 67.4% 늘었다. 신형 코나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출시되었음에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세단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K8(4487대)이 중심을 잡고 있지만, 그랜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K3(975대) 역시 아반떼보다 한참 떨어진다. 그나마 K5(3166대)가 쏘나타를 이기긴 했지만, 쏘나타가 페이스리프트 된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제네시스는 1만2428대로 3개월 연속 1만2000대 수준을 지켰다. G80이 4813대로 올해 최고 성적을 기록했고, 페이스리프트를 앞둔 GV80(2737대)도 꾸준했다. 다만, GV60(598대)은 좀처럼 늘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1~5월에 간신히 2000대를 넘겼을 뿐이다.
지난달에 2.5 터보 엔진이 탑재된 G70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얼만큼 판매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오래전부터 스팅어에 적용된 엔진인 데다가, G70 자체가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KG모빌리티는 4809대로 12.5% 증가했다. 다만, 지난 3(8904대)ㆍ4월(5503대)에 비하면 하락세다.
토레스는 2463대로 여전히 브랜드를 이끌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떨어지는 듯하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4만7382대로, 이번달에 5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차종의 부진은 심각하다. 렉스턴 스포츠(1422대)가 자존심은 지키고 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24.2% 낮다. 티볼리와 코란도는 각각 71.9%, 76.9% 떨어지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KG는 이달 티볼리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티볼리는 2015년 출시 초기에 사용했던 1.6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모델을 되살려 1883만원이라는 저렴한 시작 가격을 무기로 내세웠다. 이외 코란도 이모션의 개량 모델도 이달 출시되며 오랜만에 여러 신차를 동시에 선보이게 됐다.
한국GM은 4758대로 선방했다.
새로 나온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3396대를 기록했다. 아직 사전 계약 대수가 한참 남아있는 만큼 당분간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볼트EV를 비롯해 볼트EUV, 트레일블레이저, 이쿼녹스, 콜로라도 등 대부분의 차종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타호가 32% 증가했지만, 32대에 불과해 의미는 없다. 지난 4월 5대가 판매됐던 말리부는 지난달을 기준으로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르노코리아는 1778대로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QM6는 화물 밴인 퀘스트가 출시됐음에도 827대로 줄었다. XM3 역시 777대에 머물렀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르노코리아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때 쏘나타와 K5를 긴장하게 했던 SM6(164대) 역시 연명하는 수준이다.
올해 별다른 신차가 없다는 점은 앞으로 남은 시간을 더 힘들게 만들 듯하다. 2024년 지리그룹과의 합작 모델인 중형 하이브리드 SUV가 출시될 때까지 국내 신차는 없다.
그나마 희망은 수출 시장이다. 지난달 내수 판매량의 7.5배인 1만3376대를 수출했다. 특히, XM3는 컨테이너에 차 3대를 적재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선박 부족 및 운임 급증의 여파를 줄였다. 수출량도 1만1582대로, 명실상부한 효자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