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안정’ 발맞춰 할인 나섰지만…멤버십·묶음구매 조건, 소비자 체감효과 ‘글쎄’

대형마트들이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을 자사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 집중점검’ 시행 이후 주요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할인 행사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멤버십 가입이나 특정 결제 수단 사용, 다량 구매를 요구하는 ‘조건부 할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장바구니 부담 완화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먹거리 가격 상승은 소비자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 중 식품 부문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0%)을 웃돌았다. 특히 돼지고기와 달걀 가격은 각각 7.3%, 6.7% 상승하며 체감 물가 부담을 크게 키웠다.
이처럼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자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한 직접 개입에 나섰다. 정부는 체감도가 높은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23개 품목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통망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과 비축 물량 공급 등을 통해 가격 상승 요인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나타나는 할인 구조는 정책 취지와 다소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대형마트 3사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주요 농축산물 할인 행사에서 멤버십 가입 여부에 따라 가격 차이를 두고 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홈플러스의 ‘백두대간한돈’ 삼겹살(400g)은 정상가 기준 100g당 4350원이지만 멤버십 제시 시 100g당 3045원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이마트 역시 삼겹살 가격을 정상가 100g당 2180원에서 포인트 적립 조건을 통해 1526원까지 낮췄다.
달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대형마트 3사의 일반 달걀 30구 가격은 7000원대 후반에서 형성되며 소비자 심리적 저항선인 8000원 이하로 맞춰져 있다. 그러나 동물복지 유정란 등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멤버십 적립이나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가공식품에서는 ‘묶음 판매’ 전략이 두드러진다. 김 등 수산 가공식품의 경우 ‘1+1’ 행사 형태로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처럼 보이도록 구성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량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위 가격 인하 효과보다는 소비자 구매량 확대에 초점이 맞춰진 전략으로 해석된다.
수입 과일에서도 유사한 가격 전략이 확인된다. 바나나와 오렌지 등 주요 품목은 4000원대 후반이나 9000원대 등 심리적으로 낮게 인식되는 가격대에 맞춰 판매되고 있지만 실제 할인 가격은 멤버십 가입이나 특정 카드 결제를 전제로 적용된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오렌지 가격은 9990원으로 제시되지만 정상가는 1만2000원~1만4000원대에 형성돼 있어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체감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가격 구조는 소비자가 할인 혜택을 온전히 체감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겉으로는 정부 정책에 발맞춘 물가 안정 노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혜택이 적용되는 구조로 인해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유통업계의 전략적 마케팅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의 조건부 할인은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 정책에 협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고객을 자사 플랫폼에 묶어두는 ‘멤버십 락인(lock-in)’ 전략의 일환”이라며 “이러한 방식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는 가격 인하와 혜택 조건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시장 가격 구조에 대한 인식도 왜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일부 품목의 가격을 선별적으로 낮춰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정책 효과에 대한 체감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글=박해성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최근 대형마트의 ‘물가 안정’ 할인 행사에 지적되는 문제는?
A. 대형마트들이 정부의 ‘물가 특별관리’ 정책에 맞춰 할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멤버십 가입, 포인트 적립, 특정 카드 결제 등을 강제하는 ‘조건부 할인’에 그치고 있다. 이는 장바구니 부담 완화라는 본래 취지보다 고객을 자사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는다.
Q2. 김과 같은 가공식품의 경우 대형마트가 어떤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가?
A. 가공식품은 체감 낱개 단가를 직접 낮추기보다는 ‘1+1 행사’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을 사용한다. 겉으로는 저렴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필요 이상의 다량 구매를 하도록 우회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Q3.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대형마트의 조건부 할인 전략은?
A.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이를 “고객 확보를 위한 멤버십 락인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방식은 시장 가격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실제 가격 인하 혜택을 받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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