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때부터 나는 몸이 약했다. 학교 선생님보다 의사 선생님이 더 친숙하게 느껴졌을 정도로. 그래서 어릴 때는 꿈이 의사 선생님이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 남의 병을 척척 고쳐주는 것이 어린 눈에도 멋지게 보였었다. 잔병치레가 많은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도 잘 하지 못했다. 엄마는 그런 나에게,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운동이야 굳이 힘쓰며 하지 않아도 된다고. 몸도 약한 내가 무리할까 걱정되어 한 말이겠지만 그 말 때문에 나는 참 오래도록 내 몸을 내버려 두었다.
학교에서 하는 활동 외에 따로 운동을 하지 않은 결과, 내 등은 점점 굽어졌고 다리는 비틀어졌으며 좌우의 어깨높이 차이도 심해졌다. 20대에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약한 아이’이고, ‘함부로 운동’을 하면 내 몸을 더 망칠 테니까. 그래서 계속 망가지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20대에는 몸이 비틀어져도 아예 망가지지는 않았다. 밤을 새워 숙제해도, 하룻밤 잘 자고 나면 금세 회복이 되었다. 술과 담배, 심지어 커피조차 하지 못하는 몸이라서 다행이었다. 좋은 것도 해주지 않지만, 딱히 나쁜 것도 하지 않으니 몸은 게으른 대로 적응을 해 나갔다.
적신호가 들어온 것은 삼십 대 때였다. 점점 생활하는 것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뭐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아 센터에서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비교적 나 같은 운동 싫어하는 초보자에게 적합한 운동 같아서였다. 생각했던 대로, 음악 틀어놓고 오징어처럼 느적느적 움직이는 요가는 나의 성향에 딱 맞는 운동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작은 ‘사바 아사나’인데, 이를 번역하면 ‘송장 자세’이다. 즉,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다. 이 동작은 보통 모든 동작이 끝난 마지막에 했다. 오징어처럼 느적거린다고는 해도 점점 힘든 동작들이 나오기 때문에 50분 수업에 40분 정도 되면 아 요가 괜히 했다, 다음 달에는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5분을 남기고 이 ‘사바 아사나’ 동작에 들어가면 힘들었던 것이 가라앉으면서 고통이 보람이 된다. 맛있는 케이크를 먹어서 달콤한 것이 아니라 땀을 흘려서 달콤한 상태가 되면 아 이 중독은 끊을 수 없겠구나 싶다. 이 ‘사바 아사나’ 때문에 나는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요가 등록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요가 선생님이 바뀌면서 동작들이 매우 어려워졌다. 요가 대회 출전이라도 할 것처럼 격렬해진 동작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는 요가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한참 흘렀다. 아이를 낳고 다시 몸이 망가져 가는 때에, 동네에 우후죽순 생기는 ‘필라테스’ 센터를 보다가 그중 한 센터에 등록하게 되었다. 그것은 필라테스가 자세 교정에 좋고 또 요가와 비슷하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성향상 격렬한 운동보다는 느리고 차분한 교정 운동이 맞는 나에게는 필라테스가 적합할 것 같았다. 그렇게 올해까지 4년째 나는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는 중이다.
필라테스는 요가와 다르게 음악이 없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요가 할 때 나오는 가사 없는 음악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듣기만 해도 마음이 고요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바 아사나’를 할 때가 더 좋았다. 땀 흘리면서 누워서 그 음악을 듣고 있으면 꼭 내 몸이 우주로 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해서였다. 그런데 필라테스를 할 때는 아무 음악이 없었다. 들리는 소리라곤 숨소리와 힘들어서 끙끙대는 소리뿐이었다. 그러니 가끔은 이곳이 고문실인지 센터인지 헷갈리게 되기도 했다. 우주로 가기는커녕 중력 하나 이기지 못해서 팔다리를 허덕이는 지금의 상태를 여실히 느끼게 하는 소리가 여과 없이 들리는 게 싫었다.
하지만 적응이 되면서부터는 음악에 더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강사마다 다르지만, 필라테스는 총 50분 수업 중에서 앞의 10분 정도는 스트레칭을 하며 자는 감각을 깨우고, 35분 정도는 부위별로 근력 강화 운동을 하며, 나머지 5분은 다시 스트레칭을 하고 정리를 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근력 강화라고 해서 격렬하게 하기보다는 차분하고 정적인 동작으로 주로 이루어진 동작을 하는데, 가끔은 그렇게 하는 것이 꼭 학창시절 벌 받을 때 하는 동작들 같아서 ‘그래 너무 모범생으로 사는 것도 부질없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필라테스에 적응이 되어 가면서, 점차 이 운동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있는지도 몰랐던 근육들을 조이고 풀어주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내 몸인데 내가 알아주지 못했던 곳곳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복근도 배꼽 부근 중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양옆에도 있고, 등과 허벅지와 엉덩이도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근육들을 하나하나 깨우고 움직이면서 비로소 내 몸과 더 친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 몸과 더 친해지면 뭐가 좋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무슨 대화를 할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정말 좋은 것이 있다. 어디에 있든지 숨은 근육들을 의식하게 되니 자세를 신경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몸이 전보다 훨씬 가뿐해졌다. 등이 굽어 소화가 잘 안 되어 잘 먹지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잘 될 것 같다. 몸에 활력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졌다. 어렸을 때만 해도 몸 따로 마음 따로 사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것 같다. 내가 내 몸인 것이 좋아졌다.
이 글에서 나는 필라테스를 광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몸을 알고 잘 쓰는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엄마는, 운동 같은 것은 못 해도 상관이 없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일단 ‘공부’라는 것이 꼭 책상 앞에 앉아서 펜만 잡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그것을 잘 쓰는 법을 배우는 것 역시 공부다. 오히려 그것이 더 ‘진짜’ 공부인 것도 같다.
학교에서 하는 활동 외에 따로 운동을 하지 않은 결과, 내 등은 점점 굽어졌고 다리는 비틀어졌으며 좌우의 어깨높이 차이도 심해졌다. 20대에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약한 아이’이고, ‘함부로 운동’을 하면 내 몸을 더 망칠 테니까. 그래서 계속 망가지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20대에는 몸이 비틀어져도 아예 망가지지는 않았다. 밤을 새워 숙제해도, 하룻밤 잘 자고 나면 금세 회복이 되었다. 술과 담배, 심지어 커피조차 하지 못하는 몸이라서 다행이었다. 좋은 것도 해주지 않지만, 딱히 나쁜 것도 하지 않으니 몸은 게으른 대로 적응을 해 나갔다.
적신호가 들어온 것은 삼십 대 때였다. 점점 생활하는 것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뭐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아 센터에서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비교적 나 같은 운동 싫어하는 초보자에게 적합한 운동 같아서였다. 생각했던 대로, 음악 틀어놓고 오징어처럼 느적느적 움직이는 요가는 나의 성향에 딱 맞는 운동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작은 ‘사바 아사나’인데, 이를 번역하면 ‘송장 자세’이다. 즉, 시체처럼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다. 이 동작은 보통 모든 동작이 끝난 마지막에 했다. 오징어처럼 느적거린다고는 해도 점점 힘든 동작들이 나오기 때문에 50분 수업에 40분 정도 되면 아 요가 괜히 했다, 다음 달에는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5분을 남기고 이 ‘사바 아사나’ 동작에 들어가면 힘들었던 것이 가라앉으면서 고통이 보람이 된다. 맛있는 케이크를 먹어서 달콤한 것이 아니라 땀을 흘려서 달콤한 상태가 되면 아 이 중독은 끊을 수 없겠구나 싶다. 이 ‘사바 아사나’ 때문에 나는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요가 등록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요가 선생님이 바뀌면서 동작들이 매우 어려워졌다. 요가 대회 출전이라도 할 것처럼 격렬해진 동작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는 요가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한참 흘렀다. 아이를 낳고 다시 몸이 망가져 가는 때에, 동네에 우후죽순 생기는 ‘필라테스’ 센터를 보다가 그중 한 센터에 등록하게 되었다. 그것은 필라테스가 자세 교정에 좋고 또 요가와 비슷하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성향상 격렬한 운동보다는 느리고 차분한 교정 운동이 맞는 나에게는 필라테스가 적합할 것 같았다. 그렇게 올해까지 4년째 나는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는 중이다.
필라테스는 요가와 다르게 음악이 없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요가 할 때 나오는 가사 없는 음악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듣기만 해도 마음이 고요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바 아사나’를 할 때가 더 좋았다. 땀 흘리면서 누워서 그 음악을 듣고 있으면 꼭 내 몸이 우주로 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해서였다. 그런데 필라테스를 할 때는 아무 음악이 없었다. 들리는 소리라곤 숨소리와 힘들어서 끙끙대는 소리뿐이었다. 그러니 가끔은 이곳이 고문실인지 센터인지 헷갈리게 되기도 했다. 우주로 가기는커녕 중력 하나 이기지 못해서 팔다리를 허덕이는 지금의 상태를 여실히 느끼게 하는 소리가 여과 없이 들리는 게 싫었다.
하지만 적응이 되면서부터는 음악에 더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강사마다 다르지만, 필라테스는 총 50분 수업 중에서 앞의 10분 정도는 스트레칭을 하며 자는 감각을 깨우고, 35분 정도는 부위별로 근력 강화 운동을 하며, 나머지 5분은 다시 스트레칭을 하고 정리를 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근력 강화라고 해서 격렬하게 하기보다는 차분하고 정적인 동작으로 주로 이루어진 동작을 하는데, 가끔은 그렇게 하는 것이 꼭 학창시절 벌 받을 때 하는 동작들 같아서 ‘그래 너무 모범생으로 사는 것도 부질없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필라테스에 적응이 되어 가면서, 점차 이 운동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있는지도 몰랐던 근육들을 조이고 풀어주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내 몸인데 내가 알아주지 못했던 곳곳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복근도 배꼽 부근 중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양옆에도 있고, 등과 허벅지와 엉덩이도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근육들을 하나하나 깨우고 움직이면서 비로소 내 몸과 더 친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 몸과 더 친해지면 뭐가 좋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무슨 대화를 할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정말 좋은 것이 있다. 어디에 있든지 숨은 근육들을 의식하게 되니 자세를 신경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몸이 전보다 훨씬 가뿐해졌다. 등이 굽어 소화가 잘 안 되어 잘 먹지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잘 될 것 같다. 몸에 활력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졌다. 어렸을 때만 해도 몸 따로 마음 따로 사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것 같다. 내가 내 몸인 것이 좋아졌다.
이 글에서 나는 필라테스를 광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몸을 알고 잘 쓰는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엄마는, 운동 같은 것은 못 해도 상관이 없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일단 ‘공부’라는 것이 꼭 책상 앞에 앉아서 펜만 잡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그것을 잘 쓰는 법을 배우는 것 역시 공부다. 오히려 그것이 더 ‘진짜’ 공부인 것도 같다.
* 글쓴이 – 김지영
한때 교직에 몸을 담았다가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면서 프리랜서로 살아갑니다. 학창시절에는 늘 시키는 것만 잘했는데, 이제는 안 시키는 것도 찾아 보고 해 보면서 삶이 이런 온도였는지를 새삼 매일 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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