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자급률 174%인 부산과 3% 대전이 같은 전기료?
- 전국을 ‘3개 권역’ 단순화
- 수도권-비수도권만 차등
- 부산은 사실상 혜택 없어
부산 등 원전 소재 지역의 숙원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가 2026년 시행을 앞두고 또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말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규칙에 차등요금제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전국을 단순히 3개 권역으로 나눠 제도를 적용하겠다는 정부 안이 공개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은 전기요금 혜택이 제한되거나 사실상 누리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비밀리에 ‘전국 3분할’ 가닥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7일 공개한 한국전력거래소의 ‘지역별 가격제 기본설계(안)’ 핵심은 차등요금제 적용 기준을 최대한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향후 최종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본설계안 내용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으나 ‘기준 단순화’라는 기본 뼈대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차등요금제는 도매시장(한국전력이 발전 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과정)에 우선 적용되는 내년부터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 등 ‘3분할’ 방식에 맞춰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차등 전기요금제를 지역별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문제는 제도의 근거가 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지난 6월 시행되기 한참 전부터 ‘난제’로 꼽혔다. 복잡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어려움은 물론, 기준을 어떤 방식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비수도권 내에서도 ‘차별’ 논란이 제기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지난해 말 입법예고에 들어갔던 ‘분산에너지법 시행규칙(안)’에 차등요금제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도 이런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산업부는 지난 5월 안덕근 장관 주재로 열린 제31차 에너지위원회에서도 차등요금제 시행 시기(도매시장 2025년·소매시장 2026년)만 공식화했을뿐 제도 적용 기준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장 의원이 기본설계안을 공개하면서 그동안 정부가 ‘전국 3분할’ 방식에 초점을 맞춰 비밀리에 차등요금제 기준 설정을 진행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자체별 전력자급률로 대체해야”
이 방식이 확정되면 비수도권 전기요금이 수도권보다 낮아지는 효과만 발생할뿐 비수도권 내에서는 요금 인하 체계가 일률적으로 정해진다. 이렇게 되면 전력자급률이 전국 최고 수준인 부산은 해당 비율이 최저 수준인 대전과 동일한 요금 체계를 적용받게 된다. 전력자급률은 다른 지역에 공급한 전기가 많을수록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실제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의 전력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174%(사용량 2만1556GWh·발전량3만7497GWh)로 8대 특별·광역시 중 인천(186%) 다음으로 높았다. 반면 대전은 8곳 중 가장 낮은 3%에 불과했다.
이는 부산지역 전기요금 인하 혜택이 제한적이거나 사실상 없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 다소비 산업·기업 유치 요인이 뚝 떨어지거나 아예 생기지 않을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이번 방안은 차등요금제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등요금제의 기본 개념은 ‘전력은 많이 생산하지만 소비량이 적은 발전소 소재 지역과 전력 소비는 많지만 거의 생산하지 않는 지역 간 전기요금을 각각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다.
차등요금제를 시행하면 분산에너지의 핵심 개념인 ‘지산지소’ 전력 시스템(전기가 만들어지는 곳에서 해당 전기를 쓰는 것)을 국내에 구축할 수 있지만, 전국 3분할 방식이 최종 확정되면 이런 기대효과 자체가 희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8일 대구에서 열리는 영남권미래발전협의회에서 영남권 자치단체장들과 이 문제를 논의한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지난 3일 대표 발의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정안에는 차등요금제 적용 기준을 지자체별 ‘전력자급률’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쉽게 말해 대전(3%)보다 부산(174%) 전기요금을 더 저렴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허 의원은 “전력자급률은 차등요금제의 기준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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