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산업스파이 제대로 잡을까…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 나선 한동훈
韓 “간첩 수사 포기하는 것”
“다시 국정원으로” 추진하는 與
안보 강조해 지지층 결집 노리나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국정원 대공 수사권 부활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20여명의 여당 의원이 대거 참석했다.
검사이자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대표는 인사말에서 검경을 외과 의사, 국정원을 안과 의사에 각각 비유했다. 그는 “의사라고 다 할 수 있는 것이냐”면서 “갑자기 그걸(수사권을) 폐지하고 우리 쪽으로 몰아준다고 해서 그걸 할 수 있는 것이냐”고 좌중에 물었다.
한 대표의 발언은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라 올해부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되고, 경찰이 이를 대신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본래 개정안은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이나 인권 침해 등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시로 부서를 옮겨 다니는 경찰의 인사 시스템, 또 경찰의 해외 정보망 부재 등을 이유로 수사의 연속성과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방첩·정보 분야에 몸담았던 이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과거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의 전신)에서 근무하며 여러 기관과 공조한 경험이 있다는 A씨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대공 수사, 대북 첩보 활동은 투명하게 진행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북한 등을 위해 활동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단순히 감시·수사만 한다고 하면 경찰도 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우리도 한패인 척 가까워지거나 위장 잠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걸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국정원은 단언컨대 최고였다”고 회상했다.
대북 정보를 취급하는 국군 모 부대 소속 B씨도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부활 추진 논의를 두고 “일반 수사하고는 확연하게 다른 영역이니 정보기관이 담당하는 게 당연하다”며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정치색과는 상관이 없다. 이건 전문성의 문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B씨는 “대공 분야는 기본적으로 첩보에 기반하고, 정보가 들어오면 형식적인 절차를 과감하게 건너뛰면서 즉각 대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경찰에서 범죄의 유형이나 관할지역 등에 따라 인력을 배치하듯, 대공 수사도 가장 적합한 부처(국정원)가 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부활을 추진하는 게 한 달여 전 간첩죄와 관련해 현행법(형법 98조) 개정에 착수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 정당의 핵심 가치인 ‘안보’를 강조함으로써 전통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형법 98조는 적국(북한)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법령이다. 군사상 기밀을 누설한 자도 이 법령을 적용받는데 중국 등 북한이 아닌 나라를 위한 간첩 활동은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올해 6월 중순부터 여당 의원들이 간첩죄 관련 개정안을 12개 발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으나, 여야의 첨예한 대립과 잇따른 국회 파행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지는 못한 상태다. 국정원법 개정안 역시 발의 후 통과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한 대표는 앞서 지난달에도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국정원의 불법 사찰과 간첩 조작 시도 등의 방지를 이유로 대공 수사권 부활에 대체로 회의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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