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696] <본즈 앤 올> (Bones and All,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어떤 수위 정도인지는 부산국제영화제, 혹은 시사회 현장에서 먼저 본 지인들로부터 이야기를 대강 들었지만, <본즈 앤 올>은 '식인'이라는 묘사의 등장 때문인지 관객이 그렇게 많이 찾지 않는 작품이 됐다.
식인을 하는 장면에서 관객 몇 명이 자리를 뜨는 것도 목격하기도 했는데, <본즈 앤 올>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일러두자면, <본즈 앤 올>은 단순히 '카니발리즘'이라 불리는 '식인 행위'라는 소재로만 편견을 갖기에는 아쉬운 작품이었다.(눈 뜨고 보기에 힘들지만) 한편의 '청춘 판타지'라 부르면 되지 않을까?
사람들의 피를 흡혈하며 살아가야 하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1980년대 미국 버지니아, 고등학생 '매런 이얼리'(테일러 러셀)는 친구들과 함께 밤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집에서 몰래 빠져나온다.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매런'은 충동적으로 한 소녀의 손가락을 물어뜯고 도망친다.
'매런'의 아버지 '프랭크'(안드레 홀랜드)는 메릴랜드로 짐을 싸고 급히 '매런'과 이사를 한다.
'매런'의 열여덟 번째 생일 직후, '프랭크'는 적은 액수의 현금과 '매런'의 출생증명서, 그리고 녹음테이프만을 남기고 '매런'의 곁을 떠난다.

'프랭크'는 '매런'이 3살 때 베이비시터를 죽여 식인을 했다는 이야기, 8살 때 캠프에서 동료 학생을 죽여 식인을 했다는 사례를 녹음 테이프를 통해 들려주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그렇게 '프랭크'는 '매런'이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법적으로 성년의 지위를 인정받는 18살이 되면, '매런'의 곁에서 떠날 준비를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던 것.
'매런'은 자신의 출생증명서에 있는 정보를 이용해 어머니를 찾기로 결심한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오하이오'로 떠난 '매런'은 수상한 노인 '설리'(마크 라이런스)를 만난다.
'설리'는 자신도 '매런'과 같은 '이터'라고 주장하고, 그가 냄새를 맡고 '매런'을 찾았다고 알려주면서, 자신의 임시 거처로 안내한다.
'설리'는 '매런'에게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육을 먹어야할 상황이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매런'은 위층 침실에서 죽어가는 노인 여성의 모습을 보고 기겁하지만, 다음 날 아침 배고픔에 이끌려 '설리'와 함께 식인을 한다.
식사가 끝나고, '설리'는 '매런'을 보호해주겠다고 하지만, '매런'은 도망친다.

그곳에서 훔친 돈으로 인디애나까지 넘어간 '매런'은 식료품점에서 '이터'인 청년 '리'(티모시 샬라메)와 조우한다.
'리'는 '매런'의 어머니를 찾는 것을 돕기로 하고, 자신이 죽인 남성의 차를 몰며 여정에 나선다.
절망의 여정 가운데에서 만난 '매런'은 '리'에게서 사랑을 느끼지만, 사랑은 늘 파멸로 향하는 길이었기에 이 감정을 숨겨야 했다.
그렇게 길에서 만난 여러 사람을 통해 '매런'과 '리'는, 보통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루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
국내 팬들에게 <본즈 앤 올>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이 작품을 통해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티모시 샬라메가 다시 의기투합했다는 것으로 주목받았을 터.
물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아이 엠 러브>(2009년), <비거 스플래쉬>(2015년)처럼, 주로 금기된 사랑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라는 감정을 세심하면서도, 고급지게 담아낸 인물로 더 알려져 있었다.
심지어 그의 전작인 <서스페리아>(2018년)를 통해서는 공포의 결까지 가져갔는데, <본즈 앤 올>은 그가 만들었던 작품을 집대성한 작품처럼 느껴졌다.

카미유 드 안젤리스의 원작으로 만들어진 <본즈 앤 올>은 전형적인 청춘의 '로드 무비' 문법을 따라간다.
'로드 무비'는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을 이끈 '아메리칸 뉴웨이브 시네마'의 상징이기도 한데, 베트남 전쟁 등으로 촉발된 반전 문화와 히피 문화 등 청년 문화의 기질을 이용해, 미국 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기 때문에, 주인공들에게 '해피 엔딩'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년)의 두 도둑 '보니'(페이 더너웨이)와 '클라이드'(워렌 비티)의 여정, <이지 라이더>(1969년)의 '웨트'(피터 폰다)와 '빌리'(데니스 호퍼)의 여정처럼, 안식처를 찾아 나선 이들의 일탈기로 그려진다.
하필, '매런'과 '리'의 여정이 담긴 시기는, '아메리칸 뉴웨이브 시네마'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로 인해 쇠퇴하던 1980년대로 설정됐다.
이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 시기를 넘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시대였다.
하지만 '아메리칸 뉴웨이브'가 추구한 것처럼, '사회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서 생존하기 위한 법을 배우던 '매런'과 자신의 법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방랑자 '리'의 여정을 담은 것인데, 그들에게 주어진 상황은 어떤 의미였을까?
먼저, 이들의 상황은 분명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는 것.
인육에 대한 갈망은 그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그려졌고, 단순히 '충격'을 주기 위한 용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에 적응할 수 없어서, 주변부에서 방황하는 이들, 사회에서 거부되었어도 서로를 받아들인 이들과의 공감을 담았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영화는 자신들에게 집 같은 건 없기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아가는 두 젊은이의 이야기"라면서, "'매런'과 '리'는 극단적 상황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 헤매지만, 이들이 묻는 질문은 보편적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누구이고 원하는 건 뭔가? 내가 짊어지고 가는 운명이라는 이 감정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다른 이들과 연결성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한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육체와 피를 먹는 행위는 오랜 종교(성찬식)와 문학적 은유라고 밝혔다.
최근 영화와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년/2018년)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지어진 제목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것처럼, <본즈 앤 올> 역시 사랑하는 이의 뼈까지 전부 집어삼켜 먹어야 하는, 그러니까 두려운 본능을 무릅쓰면서 누군가와 가까워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은유로 작동했다.
물론, 작품에 긴장감을 동반하면서, '매런'과 '리'와는 다른 행보를 걷는 '이터', '설리'의 강렬한 첫 등장에 다소 힘든 관객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직접 목격해서 하는 이야기다)
2022/12/03 CGV 구로
-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 출연
- 테일러 러셀, 티모시 샬라메, 마크 라이런스, 안드레 홀랜드, 클로에 세비니, 제시카 하퍼, 마이클 스털버그, 데이빗 고든 그린
- 평점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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