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나는 삼겹살 비계는 다 떼고 먹는데 고지혈증이라니요?”라며 고개를 갸우뚱하시죠. 고기를 즐기지 않고 나름대로 식단 관리를 해왔음에도 혈관에 기름이 끼었다는 소식은 청천벽력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하얀 지방 덩어리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 여러 건강 전문가들은 고지혈증의 숨은 주범으로 ‘이것’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매일 건강을 위해 챙겨 먹던 달콤한 한 잔이 내 혈관을 끈적하게 만들고 있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우리가 흔히 먹는 단 음식 속 당분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에너지를 내는 데 쓰입니다. 하지만 쓰고 남은 당분은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내 몸의 창고인 간으로 직행해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이때 당분은 얌전히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혈관을 위협하는 중성지방이라는 형태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아도 피가 탁해지고 살이 찌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삼겹살이나 튀김을 멀리하더라도 식후에 습관적으로 달콤한 간식을 찾았다면, 내 몸은 고기를 먹은 것과 똑같이 중성지방을 만들어냅니다. 고기만 안 먹었을 뿐, 내 혈관 속에는 매일매일 액체 상태의 지방이 들이붓고 있었던 셈입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혹은 커피 대신 건강을 챙기겠다며 따뜻하게 타 마시는 과일청 한 잔은 어떨까요? 유자청, 레몬청 등 과일청은 이름에 과일이 들어가 무척 건강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과일청을 담글 때 과일과 설탕의 비율은 보통 1대 1로, 사실상 과일 향이 나는 설탕 덩어리를 먹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액체 형태로 녹아있는 당분은 우리 몸에 흡수되는 속도가 LTE급으로 빠릅니다. 혈액 속으로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온 당분은 처리할 틈도 없이 고스란히 지방으로 둔갑해 혈관 벽에 달라붙습니다. ‘과일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내 혈관 건강을 망치는 가장 큰 지름길이었습니다.

과일청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들이켜는 달콤한 음료들도 모두 요주의 대상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입가심으로 마시는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은 밥 반 공기를 더 먹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시판되는 100% 과일 주스 역시 제조 과정에서 식이섬유는 걸러지고 당분만 응축되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건강을 위해 갈아 마시는 생과일주스에 무심코 시럽이나 꿀을 듬뿍 넣고 계시지는 않나요? 꿀이나 조청 역시 결국은 당분의 일종일 뿐, 많이 먹으면 혈액을 끈적하게 만드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마시는 음료로 들어오는 단맛은 포만감을 주지도 않아 끊임없이 먹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평생 단맛을 포기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과일의 달콤함을 즐기고 싶다면, 청을 담그거나 즙을 내지 말고 과일 그 자체를 껍질째 씹어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씹어 먹는 과일 속에는 풍부한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당분이 몸에 흡수되는 속도를 브레이크 밟듯 천천히 늦춰주기 때문입니다.
평소 달콤한 음료를 입에 달고 살았다면, 내일부터는 따뜻한 보리차나 시원한 생수, 혹은 단맛이 없는 탄산수로 대체해 보세요. 요리할 때도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이나 물엿을 들이붓기보다는 양파나 양배추 등 자연 식재료를 충분히 볶아 단맛을 끌어올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말처럼, 입에 너무 달콤한 것들은 잠시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 혈관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비결은 값비싼 건강식품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무심코 입으로 가져가던 달콤한 음료 한 잔을 내려놓는 작은 실천만으로도, 내 혈관은 한결 가벼워진 숨을 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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