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원료에 소변을? 전 세계 들끓게 했던 '칭다오맥주 방뇨 사건'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16. 09:03
[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타격받은 중국 국민맥주 '칭다오맥주' - 산둥 칭다오 (글 : 모종혁 중국문화평론가·재중 중국 전문 기고가)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2023년 10월 19일 산둥(山東)성 핑두(平度)시에 있는 칭다오(青島)맥주 제3공장. 헬멧을 쓰고 작업복을 입은 한 남성이 맥주 원료인 맥아 보관소에 들어갔다.
그러더니 사방이 노출된 어깨높이의 담을 넘어 원료가 쌓여 있는 곳으로 들어간 뒤 주위를 살피면서 소변을 보았다. 이 장면은 우연히 찍혀서 웨이보(微博)에 공개됐다.
영상은 순식간에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칭다오맥주의 주가는 일주일 동안 곤두박질쳤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칭다오맥주가 중국을 대표하는 맥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본래 핑두 제3공장은 칭다오맥주가 중국 내 수요를 넓히기 위해 건설했다. 2022년에는 연간 맥주 생산량이 120만㎘에 달할 정도로 세계적인 규모다.
따라서 수출용인 칭다오의 제1공장과는 무관했다. 하지만 칭다오 맥주의 수출은 당장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양꼬치와 마라탕(麻辣燙)의 인기를 등에 업고 인기몰이를 하던 한국에서 입은 피해가 컸다.
당장 2023년 한국의 맥주 수입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일본이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 내내 1위였던 중국은 3위로 떨어졌다. 2024년 상반기에는 4위로 더 내려갔다.
사실 한국에서는 칭다오맥주 외에 다른 브랜드가 거의 수입되지 않았다. 중국 맥주의 성장사는 곧 칭다오맥주의 발전사였다. 한중 수교 이래 우리 소비자들이 이렇게 열광했던 중국산 소비 상품은 없었다.
그렇다면 칭다오맥주는 왜 인기를 끌었을까? 칭다오맥주의 역사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했다.
1년 뒤 시모노세키조약에서 청나라는 ▶조선의 독립국 지위를 확인하고, ▶배상금 2억 냥을 일본에 지급하며, ▶랴오둥(遼東) 반도, 대만(臺灣), 펑후(澎湖) 제도를 일본에 할양키로 했다.
그러나 중국을 노리던 러시아가 독일과 프랑스를 끌어들여 개입했다. 일본에게 압력을 넣어 랴오둥반도와 산둥반도를 청나라에 반환토록 했다.
이 삼국간섭 뒤 러시아는 1896년 만주 철도 부설권을 획득했고, 18098년 다롄(大連)과 뤼순(旅順)을 강탈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가만있지 않았다. 1897년 독일은 자오저우(膠州)만을 획득했고, 이듬해 프랑스는 광저우만을 조차했다.
독일은 자오저우만을 차지한 뒤 칭다오에 독일식 도시와 군항을 건설했다. 또한 유럽식의 독일 총독부, 천주교 성당, 석조 건축 등을 지었다.
오늘날 '라오제(老街)'라고 불리는 칭다오 구도심이다. 라오제에는 특이하게도 맥주 양조장도 있다. 1903년에 문을 연 게르만칭다오맥주회사가 그것이다.
본래 칭다오의 라오산(嶗山)에서는 맛 좋은 광천수가 유명했다. 또한 산둥은 전통적으로 보리 생산이 풍부했다. 독일과 영국 사업가는 그런 환경적인 요인에 주목했다.
따라서 독일에서 생산 설비를 수입하고 라오산의 맛난 광천수, 산둥의 질 좋은 맥아로 이용해 맥주를 제조했다. 독일 기술자와 중국 노동자의 노력 덕분에 게르만칭다오는 해가 갈수록 성장했다.
1906년에는 뮌헨 국제박람회에 참가하여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일본이 칭다오를 점령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일본은 게르만칭다오를 빼앗아 대일본맥주회사에게 넘겨주었다. 대일본맥주는 아사히맥주와 삿포로맥주의 전신이다. 그 뒤 30년간 대일본맥주가 경영하였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서야 중국에 귀속되었다.
그리하여 1946년 칭다오맥주 공장이 성립했고, 다시 국영 체제로 바뀌었다. 이처럼 칭다오맥주에는 독일과 영국에서 시작되어 일본까지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사가 숨어 있다.
그 덕분에 독일의 원천 기술과 일본의 생산 기법, 라오산의 광천수와 산둥의 뛰어난 맥아가 더해져서 맥주를 빚게 됐다.
사실 오늘날 중국에는 수십 가지의 맥주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맥주회사를 경쟁적으로 설립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옌징(燕京), 광둥(廣東)은 주장(珠江), 산시(陝西)는 바오지(寶鷄), 충칭(重慶)은 산청(山城), 윈난(雲南)은 다리(大理), 신장(新疆)은 우쑤(烏蘇) 등 로컬 브랜드가 현지를 장악하고 있다. 대륙 전체를 겨냥해 판매하는 맥주업체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 '전국구' 브랜드의 양대 산맥이 쉐화(雪花)와 칭다오다. 이렇듯 맥주 시장이 군웅할거 양상을 보이는 건 중국이 세계 최대의 보리 생산국 때문이다. 풍부한 원료는 맥주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맥주 시장에서 넘버원이 칭다오맥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벌써 10년이 넘게 화룬(花潤)쉐화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화룬쉐화는 영업이익을 제외한 전체 매출액과 판매량에서 칭다오를 압도하고 있다. 2023년 화룬쉐화의 매출액은 389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0.4%가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1억 5,3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18.6%가 늘어났다. 맥주 상품 판매량은 1,115만㎘로, 전 세계 맥주 브랜드 중 1위의 대기록이다. 화룬쉐화는 중국 기업 최초로 맥주 판매량이 1,000만㎘를 돌파했다.
그에 반해 칭다오맥주의 매출액은 339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5.5%가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2억 6,8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15%가 늘어났다. 맥주 상품 판매량은 800만㎘이었다.
칭다오맥주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많이 증가한 덕분에, 영업이익률은 화룬쉐화보다 훨씬 높다.
현재 중국 맥주 시장은 쉐화, 칭다오, 버드와이저(百威), 옌징, 충칭 등 5대 브랜드로 집중되고 있다.
버드와이저는 유일한 외국 브랜드로, 매출액은 496억 위안으로 중국 1위다. 맥주 상품 판매량은 927만㎘에 달한다. 각지에 있는 여러 로컬 브랜드를 인수·합병한 덕분이다. 옌징은 매출액이 123억 위안이고, 맥주 상품 판매량은 394만㎘이다.
산청을 갖고 있는 충칭은 매출액이 148억 위안이고, 맥주 상품 판매량은 299만㎘이다. 2023년 중국 전체의 맥주 판매액은 1,863억 위안, 맥주 상품 판매량은 3,789만㎘이었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와 해외 인지도에서는 중국 브랜드 중 칭다오가 독보적인 1위다. 올해 월드 브랜드 랩에서 발표한 칭다오맥주의 브랜드 가치는 2,646억 위안에 달했다.
이는 중국 맥주 브랜드로는 21년째 연속 1위이자, 중국 10대 상품 브랜드로 20년 넘게 선정되고 있다. 칭다오맥주가 과거 국제 대회에서 수상한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2023년 10월 19일 산둥(山東)성 핑두(平度)시에 있는 칭다오(青島)맥주 제3공장. 헬멧을 쓰고 작업복을 입은 한 남성이 맥주 원료인 맥아 보관소에 들어갔다.
그러더니 사방이 노출된 어깨높이의 담을 넘어 원료가 쌓여 있는 곳으로 들어간 뒤 주위를 살피면서 소변을 보았다. 이 장면은 우연히 찍혀서 웨이보(微博)에 공개됐다.
영상은 순식간에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칭다오맥주의 주가는 일주일 동안 곤두박질쳤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칭다오맥주가 중국을 대표하는 맥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본래 핑두 제3공장은 칭다오맥주가 중국 내 수요를 넓히기 위해 건설했다. 2022년에는 연간 맥주 생산량이 120만㎘에 달할 정도로 세계적인 규모다.
따라서 수출용인 칭다오의 제1공장과는 무관했다. 하지만 칭다오 맥주의 수출은 당장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양꼬치와 마라탕(麻辣燙)의 인기를 등에 업고 인기몰이를 하던 한국에서 입은 피해가 컸다.
당장 2023년 한국의 맥주 수입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일본이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 내내 1위였던 중국은 3위로 떨어졌다. 2024년 상반기에는 4위로 더 내려갔다.
사실 한국에서는 칭다오맥주 외에 다른 브랜드가 거의 수입되지 않았다. 중국 맥주의 성장사는 곧 칭다오맥주의 발전사였다. 한중 수교 이래 우리 소비자들이 이렇게 열광했던 중국산 소비 상품은 없었다.
그렇다면 칭다오맥주는 왜 인기를 끌었을까? 칭다오맥주의 역사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했다.
1년 뒤 시모노세키조약에서 청나라는 ▶조선의 독립국 지위를 확인하고, ▶배상금 2억 냥을 일본에 지급하며, ▶랴오둥(遼東) 반도, 대만(臺灣), 펑후(澎湖) 제도를 일본에 할양키로 했다.
그러나 중국을 노리던 러시아가 독일과 프랑스를 끌어들여 개입했다. 일본에게 압력을 넣어 랴오둥반도와 산둥반도를 청나라에 반환토록 했다.
이 삼국간섭 뒤 러시아는 1896년 만주 철도 부설권을 획득했고, 18098년 다롄(大連)과 뤼순(旅順)을 강탈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가만있지 않았다. 1897년 독일은 자오저우(膠州)만을 획득했고, 이듬해 프랑스는 광저우만을 조차했다.
독일은 자오저우만을 차지한 뒤 칭다오에 독일식 도시와 군항을 건설했다. 또한 유럽식의 독일 총독부, 천주교 성당, 석조 건축 등을 지었다.
오늘날 '라오제(老街)'라고 불리는 칭다오 구도심이다. 라오제에는 특이하게도 맥주 양조장도 있다. 1903년에 문을 연 게르만칭다오맥주회사가 그것이다.
본래 칭다오의 라오산(嶗山)에서는 맛 좋은 광천수가 유명했다. 또한 산둥은 전통적으로 보리 생산이 풍부했다. 독일과 영국 사업가는 그런 환경적인 요인에 주목했다.
따라서 독일에서 생산 설비를 수입하고 라오산의 맛난 광천수, 산둥의 질 좋은 맥아로 이용해 맥주를 제조했다. 독일 기술자와 중국 노동자의 노력 덕분에 게르만칭다오는 해가 갈수록 성장했다.
1906년에는 뮌헨 국제박람회에 참가하여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일본이 칭다오를 점령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일본은 게르만칭다오를 빼앗아 대일본맥주회사에게 넘겨주었다. 대일본맥주는 아사히맥주와 삿포로맥주의 전신이다. 그 뒤 30년간 대일본맥주가 경영하였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서야 중국에 귀속되었다.
그리하여 1946년 칭다오맥주 공장이 성립했고, 다시 국영 체제로 바뀌었다. 이처럼 칭다오맥주에는 독일과 영국에서 시작되어 일본까지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사가 숨어 있다.
그 덕분에 독일의 원천 기술과 일본의 생산 기법, 라오산의 광천수와 산둥의 뛰어난 맥아가 더해져서 맥주를 빚게 됐다.
사실 오늘날 중국에는 수십 가지의 맥주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맥주회사를 경쟁적으로 설립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옌징(燕京), 광둥(廣東)은 주장(珠江), 산시(陝西)는 바오지(寶鷄), 충칭(重慶)은 산청(山城), 윈난(雲南)은 다리(大理), 신장(新疆)은 우쑤(烏蘇) 등 로컬 브랜드가 현지를 장악하고 있다. 대륙 전체를 겨냥해 판매하는 맥주업체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 '전국구' 브랜드의 양대 산맥이 쉐화(雪花)와 칭다오다. 이렇듯 맥주 시장이 군웅할거 양상을 보이는 건 중국이 세계 최대의 보리 생산국 때문이다. 풍부한 원료는 맥주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맥주 시장에서 넘버원이 칭다오맥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벌써 10년이 넘게 화룬(花潤)쉐화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화룬쉐화는 영업이익을 제외한 전체 매출액과 판매량에서 칭다오를 압도하고 있다. 2023년 화룬쉐화의 매출액은 389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0.4%가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1억 5,3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18.6%가 늘어났다. 맥주 상품 판매량은 1,115만㎘로, 전 세계 맥주 브랜드 중 1위의 대기록이다. 화룬쉐화는 중국 기업 최초로 맥주 판매량이 1,000만㎘를 돌파했다.
그에 반해 칭다오맥주의 매출액은 339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5.5%가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2억 6,8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15%가 늘어났다. 맥주 상품 판매량은 800만㎘이었다.
칭다오맥주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많이 증가한 덕분에, 영업이익률은 화룬쉐화보다 훨씬 높다.
현재 중국 맥주 시장은 쉐화, 칭다오, 버드와이저(百威), 옌징, 충칭 등 5대 브랜드로 집중되고 있다.
버드와이저는 유일한 외국 브랜드로, 매출액은 496억 위안으로 중국 1위다. 맥주 상품 판매량은 927만㎘에 달한다. 각지에 있는 여러 로컬 브랜드를 인수·합병한 덕분이다. 옌징은 매출액이 123억 위안이고, 맥주 상품 판매량은 394만㎘이다.
산청을 갖고 있는 충칭은 매출액이 148억 위안이고, 맥주 상품 판매량은 299만㎘이다. 2023년 중국 전체의 맥주 판매액은 1,863억 위안, 맥주 상품 판매량은 3,789만㎘이었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와 해외 인지도에서는 중국 브랜드 중 칭다오가 독보적인 1위다. 올해 월드 브랜드 랩에서 발표한 칭다오맥주의 브랜드 가치는 2,646억 위안에 달했다.
이는 중국 맥주 브랜드로는 21년째 연속 1위이자, 중국 10대 상품 브랜드로 20년 넘게 선정되고 있다. 칭다오맥주가 과거 국제 대회에서 수상한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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