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살상무기 수출 허용…다카이치의 ‘강한 일본’ 가속화

박대원 일본 통신원 2026. 5.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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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무기 수출 규제 폐지…2차 대전 이후 첫 군함 수출
국가 주도 방산 육성 천명…日 국민 절반은 “무기 수출 반대”

(시사저널=박대원 일본 통신원)

일본 정부는  4월21일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지침을 개정하고 살상능력이 있는 무기 수출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제2차 아베 신조 내각에서 구조·수송·경계·감시·소해(기뢰 제거)의 '비전투 5유형'에 한정해 무기 수출을 조건부로 인정하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발표한 지 12년 만에 무기 수출 제한이 사실상 철폐된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개정한 당일 기자회견에서 안전보장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전수방위'에 기반해 개발된 일본의 방위 장비에 대한 주변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침범'을 위한 무기가 아닌 '방어'를 위한 무기를 희망하는 국가 수요를 고려해 방위 장비품 수출을 실시하는 것은 동지국(like-minded partners)의 방위력 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무력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4월15일 원유 수급과 관련한 정부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Kyodo News

"5년간 1조 엔 투자"…日 정부가 방산 이끈다

개정된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은 일본에서 생산된 방위 장비를 살상 및 파괴 능력이 없는 '비무기'와 살상 및 파괴 능력이 있는 '무기'로 분류하고 있다. '비전투 5유형'을 제외하고 방위 장비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 왔던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비무기'에 대한 수출 제한을 철폐했다. '무기'에 대해서는 일본과 방위 장비품 기술이전 협정을 맺고 있는 17개국(미국, 영국, 호주, 인도, 필리핀, 프랑스, 독일,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스웨덴, 싱가폴, UAE, 몽골, 방글라데시)에의 수출을 원칙상 허가하고, 일본의 안전보장상 필요성을 고려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 외 국가에 대한 수출을 예외조치로서 인정하도록 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캐나다, 스페인, 핀란드 등과 방위 장비품 기술이전 협정 체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무기 수출 대상국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차 세계대전 패전과 국제사회 복귀 이후 일본 정부의 무기 수출 방침은 수출 제한이 점차 완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먼저 사토 에이사쿠 총리는 1967년 국회에서 ①공산권 국가 ②유엔이 무기 수출을 금지한 국가 ③국제분쟁의 당사국 혹은 그럴 위험이 있는 나라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무기 수출 3원칙'을 발표했다. 1976년 미키 다케오 내각은 수출 승인을 필요로 하는 무기와 승인이 필요 없는 무기를 구별하며 무기 수출 방침을 구체화했다. 

이후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 정부가 개별적 예외화 조치로 실시해 왔던 방위 장비 수출을 포괄적으로 예외화해 인정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2014년 아베 내각에서는 무기 수출 3원칙을 수정한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발표함으로써 ①평화 공헌 및 국제협력 추진에 도움이 되는 경우 ②일본의 안전보장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 방위 장비 수출을 허용하도록 했다. 

이후 기시다 내각에서는 미 국방부 산하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PRA)을 모델로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등 민간의 첨단기술을 방위 장비품 개발에 접목해 활용하는 연구 강화를 위해 방위장비청 산하에 '방위 이노베이션 기술연구소'를 설립할 것을 결정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작년 10월 공명당과의 연립을 해소하고 일본유신회와 작성한 연립정권 합의서에 '비전투 5유형' 파기를 기재하는 등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개정에 열의를 보여왔다. 또 다카이치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스타트업의 AI, 우주 및 사이버 기술 등을 활용해 국방 기술 수준을 혁신할 것을 목표로 설치한 DIANA(다이애나)에 비회원국으로서는 최초로 가입을 타진하며 방위 장비 공동개발 및 생산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일본 방산 업계의 생산 증대를 위해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민간 용도와 군사 용도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물자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1조 엔(약 9조3000억원)을 투입하며 국가 주도의 방산사업 활성화를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일본 국민은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개정과 이에 따른 무기 수출 확대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본 자위대 제1공수여단이 1월11일 탱크 등을 활용한 훈련을 하고 있다. ⓒREUTERS

호주와는 호위함 11척 공동 개발하기로

마이니치신문이 방위 장비 이전 원칙 개정 이전인 올해 3월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무기 수출 허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4월21일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개정 발표 직후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실시한 여론조사(4월24~26일)에서는 일본이 전투기나 호위함 등 살상능력을 가진 무기 수출을 늘리는 것과 관련해 응답자의 55%가 "늘려서는 안 된다", 38%가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이 개정된 상황에 대해 가쿠슈인대의 아오이 미호 교수(헌법학)는 국민적 논의가 결여된 결정이라며 "국민이 실제로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산업성 고위 관료 출신의 정치경제 평론가 고가 시게아키는 아사히신문 계열의 주간지 아에라에 실린 기사를 통해 일본이 전쟁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국가로 변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보 수집 및 분석의 사령탑인 '국가정보국'을 신설하는 법안이 4월23일 중의원(하원)에서 가결되며 다카이치 내각의 '강한 일본'을 향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올해 안에 국가안전보장전략(NSS),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으로 구성된 '안보 3문서'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4월27일 안보 3문서 개정을 위한 전문가 회의에 참석해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며 방위력 증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위성의 한 간부는 "안보 3문서 개정의 포인트는 강한 중국을 상대로 어떻게 억지력을 발휘할 것인가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4월18일 해상자위대 모가미형 호위함 11척을 호주에 공동개발 형태로 수출하기로 결정했으며, 해상자위대의 중고 호위함(아부쿠마형)을 필리핀에 수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5월5일부터 필리핀을 방문하는 고이즈미 방위상이 길베르토 테오도로 국방장관과 호위함 수출에 합의할 경우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개정 후 첫 살상무기 수출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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