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전 한 번만 더”… 10년 만의 환희

18번홀에서 마지막 퍼트가 홀에 들어가자 물병과 샴페인병을 손에 든 한국 선수들이 신지은에게 몰려들었다. 10년 2개월 25일 만의 축하 세례였다. 스물네 살 때 LPGA(미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처음 우승했던 신지은이 서른네 살이 되어 두 번째 우승컵을 들었다. 1980년 이후 LPGA 투어에서 우승을 추가하는 데 10년 이상 걸린 선수는 그가 세 번째다.
세계 랭킹 98위 신지은은 26일 스코틀랜드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끝난 ISPS 한다 위민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200만달러)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달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1라운드 1타 차 공동 선두에서 2라운드 5타 차 단독 선두로 앞서나간 그는 3라운드에서도 5타 차 단독 선두를 지켰다.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선 6~8번홀 3연속 보기를 기록해 한때 2타 차로 쫓겼지만, 9번홀 2m 파 퍼트를 넣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10번홀과 12번홀 버디를 잡아내 다시 타수 차를 벌렸다. 16번홀과 18번홀 보기가 나왔으나 강풍이 몰아친 코스에서 아무도 그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날 3타를 잃어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친 신지은은 2위 김아림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상금 30만달러(약 4억4000만원)를 받았다. 그는 “내 앞에 무엇이 있든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며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는 것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1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신지은은 2016년 5월 볼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LPGA 투어 우승과 우승 사이에 10년 이상이 걸린 건 1984년과 1996년 우승한 비키 퍼곤(미국) 이후 30년 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8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신지은은 이듬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만 13세였던 2006년 US 걸스 주니어 우승으로 주목받았고, 2010년 프로 전향해 2부 투어를 거쳐 L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데뷔 후 첫 우승까지도 6년이 걸렸지만, 두 번째 우승까지는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렸다. 첫 우승 이후 10년간 준우승 1회, 3위 4회를 포함해 톱텐 26회를 기록했고, 입스가 찾아와 백스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신지은은 “올해가 (LPGA 투어) 16번째 시즌인데 8년 차부터 12년 차까지 정말 힘들었다. 목표나 동기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며 “전성기의 상당 부분을 내가 누구인지 찾으면서 보냈다”고 했다. 터닝 포인트가 된 건 투어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코로나 시기였다. “직업적으로 골프를 하지 않는 것이 어떤 건지 알게 됐다”며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을 할 수 없는 게 싫었다. 코로나 시기가 내 삶 전체를 바꿔놨다”고 했다.
신지은은 4년 전 퍼팅 코치와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코치가 목표를 묻자 그는 “은퇴 전 우승”이라고 답했고,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해 왔다고 한다. 그는 “첫 우승을 했을 땐 스스로 자격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내가 얻어낸 것처럼 느껴진다”며 “이번 우승을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창의성과 다양한 샷이 필요한 링크스 코스를 특히 좋아한다는 그는 “나는 나 자신을 믿지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은 인내심 있게 나를 기다려주고 믿어줬다. 그것이 나를 감격하게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은 6승을 합작했다. 지난 3월 이미향(1승)과 김효주(2승)가 세 대회 연속 우승컵을 가져왔고, 6~7월 유해란(메이저 2승)과 신지은이 다시 세 대회 연속으로 트로피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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