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 서울가서 킹크랩 사오라고”…극단 선택 내몰린 새신랑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1. 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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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전북의 한 지역농협에서 결혼한 지 불과 석달 밖에 되지 않은 30대 남성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측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26일 직원 고(故) 이모씨의 동생 이진씨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해 권모 센터장이 부임하면서 지속적인 괴롭힘이 시작됐고 지난해 9월 27일 1차 자살 시도 사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피해자 이모씨는 지난 2009년 농협에 입사했다. 지난해 1월 권모 센터장이 부임한 이후 상사 2명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이를 견디지 못해 결혼을 불과 2주 가량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다는 주장이다. 농협측에서 자체조사를 벌였지만 문제의 상사 2명은 혐의없음으로 결론났다.

이후에도 이씨는 우울증을 앓다가 지난 12일 자신이 일하던 농협 근처에 차를 세워둔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동생 이씨는 “인격 모독과 조롱은 기본이고, 상하 관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찍어 누르는 등 (행위를 했다). 금품 갈취 정황도 있었다”면서 “유언장에 의하면 (형은 상사들에게)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킹크랩을 사오라는 지시도 받았고, 실제로 택시를 타고 직접 가서 사비로 사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평소 형이 대장·항문 질환이 있었는데 (상사들이) CCTV로 개인 동선을 파악, 화장실 가는 횟수까지 확인해 면박을 주기도 했다”며 “사생활마저 없었다.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은 권모 센터장 부임 이전 이씨의 직장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동생 이씨는 “직원들이 집에 와서 같이 놀고 부모님께도 소개해주는 등 재미있게 회사 생활을 했다”면서 “사망 2주 전부터 가해자들과 어떠한 분리도 되지 않았다. 평소 카톡을 보면 형은 그분들의 이름 세 글자만 봐도 치가 떨리고 온몸이 떨린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족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들과 괴롭힘을 방관하고 묵인한 책임자들을 상대로 한 진정서를 노동부와 농협 중앙회 감사실에 제출한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전북 장수군 농협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하는 등 엄정 대응에 돌입했다. 이번 감독은 고용부가 실시하는 올해 첫 특별근로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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