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만 관객 동원 다큐 ‘건국전쟁’···진영 대결의 극장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페이백과 단체 동원, 영화의 편향성 논란에도 관객 발길이 이어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 보수화의 징후이자 총선을 앞두고 격화한 진영 전쟁의 극장판이라 분석한다.
22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전날까지 관객 약 82만6800명을 동원했다. 최근 일주일 간 하루 평균 5만5000명이 극장을 찾고 있어 100만 관객 달성도 내다볼 수 있다. 1만명 모으기도 만만치 않은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팬덤이 흥행을 견인하는 정치인 다큐멘터리의 역대 최고 흥행작 <노무현입니다>(2017·185만명)에 이은 2위다.
영화는 ‘국부 이승만’의 업적을 보여주는 데 러닝타임 100분을 고스란히 쏟아붇는다. 이승만의 농지개혁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하고, 3·15 부정선거 주동자로 노쇠한 이승만을 이용한 자유당을 지목한다. 4·19혁명 당시 목숨을 잃은 시민을 보며 이승만이 흘리는 눈물을 비추기도 한다.
출연하는 인터뷰이 대부분은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학자나 저널리스트들이다. “여성 참정권은 이승만이 여성들에게 ‘선물한 것’”(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이라거나 “경향신문 (폐간)사건이 있긴 했어도”(이한우 저널리스트) 이승만 정권에서 언론자유도가 높았다는 논리가 걸러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사건은 1959년 이승만 정권이 자유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경향신문을 폐간시킨 사건으로 제1공화국 최대 언론탄압으로 기록돼있다.
의도된 편향이다. 김덕영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이승만의 공과 중 ‘공’만 취사선택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영화의 목적인 ‘이승만 찬양’에 필요한 단편적 자료들이 유리하게 동원”(윤성은 평론가)돼 영화의 문화예술적 가치는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건국전쟁>의 흥행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제작사이자 ‘기독교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단체인 트루스포럼이 청년 관객을 대상으로 ‘페이백 마케팅’(영화 관람을 인증하면 티켓값을 환급해주는 것)을 펴고 있고,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관람 독려와 단체 관람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울산광역시가 공무원 MT로 <건국전쟁> 단체 관람을 강요하고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동원’ 만으로 80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봉석 평론가는 “영화 내용이 얼마나 진실이냐와 관계 없이 벌어지는‘사상전’”이라며 “좌파가 문화예술계를 장악했다는 우파의 위기의식이 총선을 앞둔 윤석열 정권 하에서 집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최근 <건국전쟁>을 잇따라 호평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평론가 A씨는 “세 과시나 의무감 때문에 특정 영화를 보는 사례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 숫자가 70만~100만명이라면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한국 사회의 보수화 경향을 보여주는 뚜렷한 징후로 보인다”고 말한다.
혼란한 국제·한반도 정세가 영화 흥행 요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구, 이승만과 관련해 여러 편의 논문을 쓴 B대학 국사학과 C교수는 “그간 남북 화해 등 낙관적인 탈냉전 전망이 많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침공이 연이어 벌어지고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등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며 “이런 배경에서 이승만과 분단, 6·25 전쟁에 대해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듯 하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2212015025
https://m.khan.co.kr/people/people-general/article/200902031819595#c2b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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