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봉자 돈벼락 맞게"…블랙리스트 작성자에 돈 보낸 의사들

유영규 기자 2024. 9.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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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가린 복귀 전공의 명단작성 의사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했다가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 모 씨를 돕자는 취지의 모금 행렬이 의사들 사이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정부에 대한 '저항'이라고 두둔하면서, 선봉에 선 의사들이 성금으로 '돈벼락'을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오늘(2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면허번호 인증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의사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에게 송금했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자신을 부산 피부과 원장이라고 소개한 한 이용자는 전날 저녁 특정 계좌에 500만 원을 보낸 인터넷 뱅킹 갈무리 화면을 게시하고는 "약소하지만 500만 원을 보냈다"며 "내일부터 더 열심히 벌어서 또 2차 인증하겠다"고 남겼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구속 전공의 선생님 송금했습니다'라는 글에서 1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을 인증하고는 "이것밖에 할 게 없는 죄인 선배"라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메디스태프에는 블랙리스트 작성이라는 불법 행위를 의로운 행동인 것처럼 옹호하는 듯한 글도 이어졌습니다.

10만 원을 송금했다고 인증한 한 이용자는 "꼭 빵(감옥)에 들어가거나 앞자리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선봉에 선 우리 용사 전공의가 더 잘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밖에도 "마통(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6천300이지만 소액 송금했다"면서 30만 원을 보냈다거나, "계좌 잔액이 얼마 남지 않아 작은 돈이지만 십시일반이라 생각해 송금했다"는 등 인증 글이 잇따랐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정 씨의 구속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이용자는 "(나도) 생활비를 걱정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옳지 않은 일에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송금했다"며 "우리 모두 힘냅시다"라고 썼습니다.

다른 이용자는 욕설을 섞어 가며 "구속은 선을 세게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공의가 구속되기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여론도 비등했습니다.

한 이용자는 "나는 마통 쓰는 백수인데도 10만 원 송금했는데, 현직으로 로컬(개원가)에서 돈 버는 의협 사람 중에 자기 돈 10만 원이라도 보낸 사람 있나"라고 의협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간호사를 겨냥해 "건방진 것들", "그만 나대세요"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박용언 의협 부회장에게는 "제발 좀 가만히 있어 달라"며 "(회장이) 단식하면서 입 다물고 있을 때 오히려 여론이 좋아지더라"고 직격했습니다.

정 씨의 구속 이후 의사 사회에서는 '전공의 탄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단체들은 전공의가 인권유린을 당했다며 집회를 열거나, 블랙리스트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성명을 잇달아 냈습니다.

의협 회장은 해당 전공의를 면회한 뒤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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