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풀려가기 시작하며 찾아오는 미세먼지.
대부분은 목이 따갑거나 눈이 시린 걸 걱정하실 겁니다. 하지만 지금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 바로 뇌입니다.
최근 몇 년간 쌓인 연구 결과들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특히 초미세먼지(PM2.5)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세먼지 폐를 넘어 뇌까지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입자입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1/30도 안 되는 크기죠.
이 작은 입자들은 우리가 숨을 쉴 때 폐를 거쳐 혈관으로 들어가고, 결국 뇌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디젤 배기가스, 공장 굴뚝, 도심의 차들이 뿜어내는 연기 속에 이런 입자들이 가득합니다.
미국, 유럽,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의 대규모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된 노인들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1.2~1.5배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알츠하이머 고위험 유전자(APOE ε4)를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그 영향이 더 컸습니다.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몇 가지 메커니즘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미세먼지가 몸속에서 만성 염증을 일으킵니다. 이 염증 반응이 뇌로 번지면 신경 염증이 생기고, 이는 알츠하이머의 핵심 병리와 직결됩니다.

또한 미세먼지는 혈관 내피를 손상시킵니다. 뇌의 미세혈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가 혼합된 형태의 위험도 높아집니다.
더 놀라운 건, 초미세먼지가 후각 신경이나 혈액-뇌 장벽을 통해 직접 뇌로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인가요?
아직은 "가능성이 높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합니다.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바로 인과관계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생활습관, 소득 수준, 교육 정도 같은 다른 요인들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연구 방식으로, 그리고 생물학적 메커니즘까지 일관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미세먼지를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요인"으로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나이를 거꾸로 돌릴 수 없고, 유전자를 바꿀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시는 공기는 바꿀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고, 더 나아가 대기질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관심을 가지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우리 뇌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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