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바꾸고 숨으면 모른다?…경찰은 어떻게 테러 협박범을 잡았나
VPN 우회로 신원 은폐, 탐문 수사로 돌파
용의자 특정 후 국제공조로 계정 정보 확보
"인간관계 흔적 못 숨겨, 현실서 책임져야"

"경찰이 못 잡죠?"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디스코드'에서 '가상국가'를 구성해 활동하면서 기업, 학교, 기차역 등을 폭파하겠다며 테러 협박 글을 올린 10대 청소년들은 공통적으로 '완전 범죄'를 자신했다. 인터넷 주소(IP)를 변경할 수 있는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여러 국가의 서버를 우회하면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따돌릴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많게는 5회 이상 IP를 변경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이 한 수 위였다. 협박범들이 테러 글을 게재할 때 타인의 이름을 도용한 점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경찰은 우선 신상 도용 피해자들을 조사해 가상국가 내 관계망을 파악했다. 누가 명의 도용을 했을 거라 의심되는지, 명의 도용을 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등을 탐문하면서 용의자를 좁혀 나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가상국가 내에서 자신과 갈등을 빚은 인물을 공통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렇게 특정된 인물을 상대로 압수수색 및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디지털 기기와 계정 기록을 확보한 뒤 범행 정황을 구체화했다.
협박범들은 디스코드 서버가 해외에 있어 한국 수사기관에 가입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모두 다 착각이었다. 경찰은 국제 공조 절차를 통해 디스코드로부터 용의자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 사건에서도 해외 플랫폼이 수사 협조 요청에 응하면서 계정 생성 정보와 접속 기록 등 주요 정보를 제공했고, 이는 피의자 구속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경찰은 "IP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완전히 숨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범죄도 인간관계, 활동 흔적, 국제 공조가 결합되면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선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겨진 자기 과시, 공범 간 불화 등 '말 한마디'가 수사의 실마리가 됐다고 한다. 경찰은 "IP 등 디지털 흔적은 숨길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관계 흔적은 숨기기 어렵다"며 "익명성에 기대 범죄를 저지르면 현실 세계에서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21001590002670)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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