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김나미는 물러났지만, 링 위에서 쓰러진 아이의 시간은 아직 멈춰 있다.

중학생 복싱 선수 의식불명 사고와 가족에 대한 부적절 발언 논란

대한체육회가 답해야 할 것은 사표 수리가 아니라 안전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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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아웃]= 김나미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물러났다. 대한체육회는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제15차 이사회를 열고 김 전 사무총장의 사임 절차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사표 한 장으로 닫을 수 없다.

김 전 사무총장은 의식불명 상태인 중학생 복싱 선수 가족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았다. A군은 지난해 9월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 중등부 경기 도중 쓰러졌다. 전남 무안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학생 선수였다. 병원으로 옮겨져 뇌수술을 받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 스탠딩아웃 뉴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임.

이 사건을 ‘막말 논란’으로만 부르면 핵심이 흐려진다. 문제는 한 사람의 거친 말에 그치지 않는다. 선수를 지켜야 할 체육 행정이 사고 이후 가족을 어떻게 대했는가의 문제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사무총장은 A군을 두고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었다”, “이미 뇌사다”는 취지로 말했다. 가족의 녹취 시도와 관련해서는 “아들 이렇게 된 걸로 뭔가 한밑천 잡으려고 하는 건가”라는 취지의 발언도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실언으로 넘길 수 없다.

뇌사는 행정 책임자가 가족 앞에서 단정할 말이 아니다. 의학적·법적 판단이 따르는 표현이다. 의식불명 상태인 학생의 부모에게 가능성을 끊어내듯 말하는 것은 설명이 아니다. 위로는 더더욱 아니다.

“한밑천”이라는 말은 더 무겁다. 아들이 경기 중 쓰러진 부모가 대화를 기록하려 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책임 소재와 지원 방안을 확인하려는 가족의 행동을 의심했다면, 그것은 공공기관의 언어가 아니다. 기록 앞에서 흔들리는 말은 책임 있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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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는 논란이 커진 뒤 사과했다. 유승민 회장도 A군과 가족을 찾아 사과했고, 선수의 완쾌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 전 사무총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번 이사회에서 사임 절차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퇴는 징계의 모양을 갖출 수는 있어도 책임의 내용을 대신할 수는 없다.

대한체육회가 답해야 할 질문은 그대로 남아 있다. 사고 당일 의료 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가. 현장 응급 대응은 적절했는가. 이송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가. 대회 안전 계획은 실제로 준비돼 있었는가. 대한복싱협회의 관리 책임은 어디까지 확인됐는가. 대한체육회는 사고 이후 가족에게 무엇을 했는가.

복싱은 위험을 전제로 성립하는 종목이다. 그래서 행정의 기준은 더 엄격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링 위의 위험을 알고 대회를 열었다면, 링 밖의 안전도 함께 준비했어야 한다. 학생 선수에게 용기를 요구했다면, 행정은 시스템으로 답했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사과문이 아니다. 치료 지원, 생계 지원, 심리 지원, 법률 지원, 조사 결과 공개, 종목별 안전 매뉴얼 재정비다. 미성년 선수가 오르는 격투 종목 대회라면 의료 인력, 구급차, 이송 병원, 경기 중단 기준부터 다시 짜야한다.

김 전 사무총장의 사표가 수리됐다고 해서 A군의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 가족이 기다리는 것도 인사 조치의 완료가 아니다. 사고 당시 무엇이 잘못됐는지, 누가 무엇을 놓쳤는지, 앞으로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답이다.

대한체육회는 사과문 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장의 응급 대응, 대회 안전 관리, 종목 단체 감독, 피해 가족 지원 방안을 공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사표 수리는 조치일 뿐이다. 책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출처 : 스탠딩아웃(https://www.standingout.kr)

[의견] 아이는 링 위에서 쓰러졌고, 대한체육회는 말로 또 상처를 냈다(아래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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