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리익스프레스가 1000억원 투자를 단행한 국내 패션플랫폼 에이블리의 새 사외이사에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알리) 대표가 선임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산업에 침투하는 알리의 행보에 또 한번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리는 이번 사외이사 선임이 경영권 간섭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에이블리를 인수해 국내 패션 셀러들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9일 에이블리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이사회를 통해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를 등기임원인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레이 장 대표는 2016년 알리바바에 입사한 후 2018년부터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임이 알리익스프레스가 에이블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외이사는 기업의 경영을 직접 실행할 권한은 없지만 해외 진출, 기술 협력, 지분 확대 등 이사회 주요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에이블리 관계자는 "투자자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통상적인 투자 절차로 진행한 것"이라면서 "알리 익스프레스의 경영권 간섭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해 12월 에이블리에 투자한 1000억원 중 약 800억원의 구주를 사들였다. 구주 투자는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는 형태로, 회사에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지는 않지만 주식을 넘긴 기존 주주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알리가 에이블리에 단순한 재무적 지원을 넘어 향후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알리에게 에이블리는 국내 패션 셀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플랫폼이다. 오픈마켓 방식의 이커머스는 셀러 수가 많을수록 상품군이 다양해지고 소비자 유입이 증가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려면 탄탄한 현지 셀러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알리는 이미 신세계그룹과의 합작회사를 통해 지마켓 지분 50%를 가져갔지만 패션 영역에서만큼은 에이블리가 독보적이다. 국내 패션 플랫폼 가운데 가장 많은 7만 명의 셀러를 보유한 에이블리를 알리가 흡수한다면 지마켓의 일반 상품 셀러 뿐만 아니라 패션 판매자 네트워크까지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투자금 중 800억원을 구주 매입 방식으로 투입한 것은 단순한 재무적 지원이 아니라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외이사 선임을 통상적인 절차로만 볼 수 없다"면서 "에이블리의 셀러 네트워크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