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혁신위 ‘당헌 80조’ 삭제 검토 논란…비명은 거센 반발, 친명도 ‘신중 모드’

김현주 2023. 3.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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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조응천 "내로남불"
이동학 前 최고위원 "'방탄 정당'으로 가는 길"
박성민 前 청년비서관 "앞으로 나아가는 길 아니다"
친명 박찬대 "일리 있지만 신중·충분하게 토의돼야 하는데 지금 시점은 아냐"
장경태 혁신위원장장 "공천제도 마무리 후 검토 시작할 것"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규정한 당헌 80조 삭제를 검토하면서 당내에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당장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친명(친이재명)계 역시 일리가 있다면서도, 당내 반발을 우려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6일 뉴스1과 정치권에 따르면 당 혁신위는 당헌 80조 삭제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

당헌 80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이던 2015년 만들어진 조항이다. 이 조항에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돼 있다. 다만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당무위원회 의결을 통해 달리 정할 수 있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헌 80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자 당 차원의 검토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반발이 제기됐고,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적용 예외 판단’ 주체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로 바꾸는 80조 3항 개정안만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혁신위가 당헌 80조 삭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또 한번 이를 둘러싼 당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혁신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혁신위의 다양한 제안은 수백건에 이르고 제안이라고 해서 꼭 논의하거나 모두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제안을 취합, 정리하는 수준"이라며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공천제도가 마무리된 뒤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장 비명계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니 뗀 굴뚝에서 연기가 나겠느냐"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당헌 80조 삭제에 대해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며 "문재인 대표 때 조국 교수도 아마 혁신위원으로 들어와서 국민께 '우리 당은 이렇게 서로 달라지겠다'라고 들어갔던 것 같은데 제대로 적용도 안 한다"라고 비판했다.

당내 청년층도 반발에 가세했다.

2015년 당시 당헌 80조를 만든 혁신위원이었던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부정부패와 정치가 한몸이었던 역사의 시대를 지났고, 선진국다운 투명성이 담보되고 있고, 양심상 그것이 문제가 된다고 느껴 부정을 멀리 하려는 정치인도 꽤 늘었다"며 "그럼에도 당헌 80조는 우리당 당헌에 새겨두어야 한다. 실제로 부정부패 정치인이 나왔을 때 법원 판단까지 기다리자며 시간 끄는 정당에 신뢰를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검찰만 쳐다보는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을 더 깊게 헤아리는 민주당이어야 한다"며 "당헌 80조 삭제야말로 ‘방탄 정당’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청년비서관을 지낸 박성민 전 비서관도 "당헌 80조는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민주당이 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당에 존재하는 자정 작용"이라며 "당의 혁신이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위기의 상황임에도 가시적인 변화는 없는 지금 당헌 80조 삭제 논란은 불필요하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자 친명계에서는 삭제 의견이 일리가 있지만, 이재명  대표(사진)가 최근 강조하는 ‘단일대오’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일리도 있다고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후퇴하고 있는 부분 아닌가 싶다"며 "당원들은 강력하게 요구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신중하고 충분하게 토의해야 되는데 지금 시점은 아니다"라고 했다.

당헌 80조 삭제 논의가 이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 의원들 전체를 위해 필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연구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 대표인 강훈식 의원은 "이 대표 건은 당헌 80조 3항에 따라 이미 적용을 받지 않는 케이스"라며 "이 대표 때문에 삭제를 검토할 것은 아니고, 더 많은 현역의원들 때문에 삭제 검토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조금 더 (논의를) 지켜봐야 될 것"이라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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