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뚫린 상처 치료하는 아스텍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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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개미는 공생 관계의 나무를 지킬뿐만 아니라 치유까지 해준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흥미로운 이 연구결과는 남미 고등학생들의 우연한 발견에서 비롯됐다.
스미스소니언열대연구소(STRI)는 최근 논문에서 중남미 지역에 널리 서식하는 아스텍개미(Azteca alfari)가 특정 나무에 난 상처를 적극 치료한다고 밝혔다.
여러 식물과 공생하는 아스텍개미가 나무 상처를 복원하는 사실은 호기심 많은 고등학생들 덕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파나마에 거주하는 한 학생이 재미 삼아 새총을 쐈는데 구슬이 세크로피아(Cecropia)라는 쐐기풀과 나무 기둥에 명중했다.
구슬에 맞은 나무에는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났다. 그런데 다음 날 학생이 다시 나무를 살폈더니 놀랍게도 상처가 말끔하게 나아 있었다.
구슬에 뚫린 상처 주변에는 웬 개미들이 바글거렸다. 관심이 생긴 학생은 친구 네 명과 함께 STRI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STRI 연구원들은 학생들의 거주지 인근 세크로피아 기둥에 드릴로 구멍을 뚫게 하고 개미들의 행동을 관찰하도록 했다.
그 결과 드릴에 뚫린 구멍에는 곧바로 아스텍개미들이 달려왔다. 불과 2시간30분 만에 상처 하나가 눈에 띄게 복구될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 STRI 연구원들은 아스텍개미의 나무 치료가 늦어도 24시간 안에는 끝나는 것으로 파악했다.
STRI 관계자는 “아스텍개미는 자신이 서식하는 나무가 초식동물의 공격을 받으면 나서서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나무에 난 상처를 아스텍개미들이 적극 치료한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스텍개미는 초식동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치유능력을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지역에서는 나무늘보나 큰개미핥기가 개미를 뽑아먹기 위해 날카로운 손톱으로 나무에 자주 구멍을 낸다”고 덧붙였다.
아스텍개미가 좋아하는 점액이 가득한 세크로피아는 세크로피아속 식물로 주로 습한 지역에 분포한다. 일찍이 개미와 연관성이 발견돼 식물과 곤충의 공생 연구에 많이 동원된다.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세크로피아를 ‘개미나무’로 지칭할 정도다.
STRI 연구원들은 이번 관찰에서 아스텍개미가 나무에 뚫린 구멍을 일일이 치료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천적들의 공격으로부터 무관한 곳의 상처는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미들이 상처를 선별해 복구하는 정확한 이유는 향후 연구에서 알아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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