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수집에 90분 대기…中 밀크티 '차지'의 오만한 불통 영업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차지(CHAGEE) 매장 앞에 ‘2시간 이상 대기’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이유리 기자 촬영 및 챗GPT 도움으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밀크티 한 잔 마시려는데 90분을 기다리라니요? 정작 매장 안은 텅텅 비어 있는데 말입니다."

#1. 광화문 인근 오피스에 근무하는 직장인 A(41)씨는 최근 시청역 인근에 새로 문을 연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 매장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산해 보이는 매장 분위기와 달리, 입구에 선 직원이 앞을 막아서며 "최소 90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문을 하려면 자체 앱 설치와 본인인증을 통한 회원가입이 필수라는 안내가 돌아왔다. A씨는 "주변 공사 소음까지 감수하며 기대감을 갖고 찾았는데, 손님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운영 방식에 발길을 돌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 "음료 한 잔에 본인인증까지 하라니요. 질려서 다시는 차지에 가고 싶지 않아요."

같은날 용산 아이파크몰점에서 만난 대학생 B(22)씨도 친구와 함께 매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키오스크조차 없는 매장에서 직원이 내민 것은 다름 아닌 QR코드. 앱을 다운로드하고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 뒤 본인인증 절차까지 거쳐야만 주문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B씨는 "밀크티 한 잔 파는 카페가 아니라 마케팅용 데이터 수집소 같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달 30일 국내 강남·용산·신촌 등 핵심 상권에 잇달아 매장을 열면서 한국에 진출한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에 대한 국내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2017년 중국 윈난성에서 출발한 ‘차지’는 현재 전 세계 7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서울 진출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지만 폐쇄적인 주문 방식과 현장 대응 미숙이 맞물리면서 오픈 초기 흥행이 무색하게 '불통 브랜드'라는 낙인이 찍히는 모양새다.

엉터리 앱 가입 유도…예측 대기 시간 오류 속출

서울 시청역 인근에 위치한 차지 매장. 현장 대기 시간이 2시간 이상임에도 매장 내부와 외부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이유리 기자

매장 내부의 한산한 분위기와 달리 긴 대기줄이 형성되는 배경에는 차지의 ‘원격 선주문’ 운영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고객들이 모바일 앱으로 주문한 뒤 픽업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구조인 만큼 매장 내 체류 인원 자체는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시스템의 핵심인 대기 시간 예측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직접 방문한 차지 용산아이파크몰점의 경우 앱 화면에는 대기 시간이 '57분'으로 표시됐지만, 직원이 안내한 실제 예상 시간은 1시간30분~2시간에 달했다.

매장 관계자는 “앱에 표시되는 예상 시간과 실제 제조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며 “주문이 몰리는 상황을 고려해 현장에서 안내 시간을 더 길게 조정하는 경우도 있어, 앱 정보보다 직원 안내가 더 정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 시간이 과도하게 길게 안내됐다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이 혼선을 겪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한 소비자는 앱상에서 ‘5시간 대기’ 안내를 확인한 뒤 다른 장소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으나, 예상보다 순번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음료 수령 시간을 놓칠 뻔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또다른 소비자 역시 “앱에서는 웨이팅 1시간으로 표시됐지만 30분 만에 음료가 나왔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내 차지 매장은 내부에 고객이 거의 없는 가운데 픽업을 기다리는 음료들이 놓여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밀크티 한 잔에 본인인증까지..개인정보 수집 논란

차지의 플랫폼 중심 운영 방식을 두고도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현장 고객 소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워크인 고객의 현장 주문도 받고 있지만 차지는 기본적으로 자체 앱을 통한 주문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실제 한 매장 전면에는 ‘Order First Pick Up Later (먼저 주문하고 나중에 픽업하세요)’ 문구와 QR코드가 설치돼 앱 주문을 안내하고 있었다. 중국 현지 매장에서는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도 운영되고 있지만 국내 매장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27일 오후 5시 기준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내 차지 매장에서는 앱상 대기 시간이 57분으로 표시된 반면, 현장에는 ‘예상 대기 시간 2시간 이상’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매장 전면에는 먼저 주문하고 나중에 픽업하세요’ 문구와 QR코드도 함께 배치돼 앱 주문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이유리 기자

이 과정에서 현장 고객은 앱 선주문 수요에 밀려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차지 매장 관계자는 “워크인도 가능하지만 앱 선주문 고객이 많아 현장 대기 고객의 픽업 시간이 30~40분가량 더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주문 폭주를 이유로 현장 카운터 주문 접수를 일시 중단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앱 설치를 사실상 강제하는 운영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마케팅 목적의 데이터 수집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차지 앱으로 음료를 주문하려면 앱 다운로드는 물론 회원가입 과정에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입력, 본인인증 절차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차지 측은 매장 혼잡 완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B씨는 “앱 설치와 본인인증 절차 없이는 주문이 어렵다는 직원의 안내를 듣고 결국 주문을 포기했다”면서 “차지는 신생브랜드라 고객과의 신뢰도도 없는데 이런 주문 방식으로 어떻게 손님을 끌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픽업대에 방치된 음료…'프리미엄' 전략 엇박자

앱의 불안정한 대기 시간 예측은 차지가 내세워 온 프리미엄 전략과도 충돌한다. 차지는 저가 파우더나 프림 대신 ‘진짜 찻잎과 신선한 우유’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표준화된 추출·운영 시스템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워 왔다. 판매 가격도 중국 현지보다 약 1500~2000원가량 높다. 레귤러(R) 사이즈는 5000원대, 라지(L) 사이즈는 6000원대 안팎이다.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내 차지(CHAGEE) 매장 픽업대에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밀크티 음료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사진=이유리 기자

그러나 실제 매장 픽업대에는 제때 찾아가지 못한 밀크티 음료들이 장시간 방치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음료가 오랜 시간 상온에 노출되면서 내부 얼음이 녹아내리면 밀크티 특유의 풍미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본사의 ‘2시간 후 폐기’ 기준까지 고려하면 소비자가 폐기 전 음료를 수령하더라도 이미 최상의 맛과 품질은 상당 부분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 이 같은 운영 방식이 차지가 강조해온 프리미엄 브랜드 신뢰도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차지 관계자는 "현재 오픈 초기 높은 주문 수요로 인해 일부 시간대에는 앱 주문 및 현장 주문 모두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매장별 주문량과 현장 운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대기 시간 개선을 위한 운영 보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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