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을 떠올리면 대부분 속초 설악동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같은 산자락을 품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법정 탐방로 하나 없던 곳이 있다. 바로 고성 구역이다. 1970년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무려 56년 동안 이 지역에는 공식 탐방로가 마련되지 않았다.
그 사이 설악산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5.1%에 해당하는 20.401제곱킬로미터가 고성에 속해 있음에도, 출입은 제한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산은 이어져 있었지만 길은 끊겨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형평성 논란으로 번졌고, 탐방객의 위법 적발 사례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그리고 2026년, 마침내 변화의 고시가 확정됐다. 고성 지역 첫 법정 탐방로가 신설되면서 설악산의 동선이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다.
4.3km로 이어지는 말굽폭포-미시령계곡 구간


이번에 확정된 탐방로는 설악산 고성 구간의 말굽폭포에서 미시령계곡까지 이어지는 4.3km 구간이다. 고성군에 처음으로 조성되는 법정 탐방로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전체 4.3km 가운데 1.2km는 국립공원 구역 안에, 3.1km는 공원 외 구간에 해당한다. 단순한 산길 개설이 아니라, 공원 안팎을 연결하는 구조로 계획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제도적 한계로 단절됐던 동선이 하나로 이어지는 셈이다.
총사업비는 50억 원으로 책정됐으며, 이 가운데 올해 국비 25억 원이 확보됐다. 향후 구간별로 데크와 난간, 계단, 교량 등 안전시설이 단계적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운영 시간과 입장료는 개설 이후 결정된다.
1970년 이후 이어진 제한과 형평성 논란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70년 이후, 고성군에는 단 하나의 법정 탐방로도 마련되지 않았다. 설악산 면적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출입이 제한되는 구조가 장기간 유지된 것이다.
이와 달리 속초시, 인제군, 양양군 등 다른 3개 시군에는 탐방로가 조성돼 있었다. 그 결과 4개 시군 간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법적 경로가 없다 보니 일부 탐방객의 무단 출입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위법 적발 사례도 이어졌다. 자연 보호라는 목적과 지역 주민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제가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셈이다.
2020년 타당성 검토에서 2026년 고시 확정까지

전환점은 2020년에 마련됐다. 주민 요구에 따라 타당성 검토가 시작됐고, 관계 기관과의 정책 협의가 이어졌다. 여러 절차를 거친 끝에 2026년 계획 변경 고시가 확정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번 계획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그리고 고성군이 협의를 통해 추진해 온 결과다. 56년간 이어진 공백을 메우는 제도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성군은 계획 변경 고시 확정으로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해소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도권 안에서 안전하게 탐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울산바위 접근성 개선과 동선 분산 효과

이번 탐방로 신설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울산바위 접근 경로가 확대된다는 점이다. 울산바위는 국가 명승 제100호로 지정된 상징적인 명소다.
기존에는 속초 설악동에서 출발하는 경로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했다. 그러나 고성 출발 루트가 확보되면서 새로운 접근 축이 형성된다. 이는 특정 구간에 집중되던 탐방객 동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탐방객 분산은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다. 특정 탐방로에 인파가 몰리는 상황을 완화하고, 설악산 전반의 이용 균형을 맞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말굽폭포와 울산바위를 연결하는 관광 자원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주변 상권 형성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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